축시(丑時)의 정중(正中) 새로 두시, 내가 성씨 혈족의 문을 밀고 첫발을 디딘 때.
오늘 순한 귀를 달고 오래된 집 대문을 밀치고 그날로 나섰다.
가로등 불빛에 얼핏 날리던 눈이 금세 멈춘다.
역 광장을 가로질러 로터리 회전교차로를 돌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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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회전 교차로를 끼고 돌며 생각한다.
"반환점, 터닝 포인트..."
반환점과 터닝 포인트를 잡고 또 생각한다.
인생 100년으로 따져도 이미 변곡점을 지난 것이 10년인데 뜬금없는 자위(自慰)다.
그래, 갑자로 따져 내년 오늘 떠올렸다면 모를까, 이건 작위(作爲)다 작위.
잠시 히득이던 눈은, 채 치던 쌀가루가 그릇 밖으로 날렸거나 버드나무꽃이 바람 멈춘 정적 안에 내려앉은 것 같아, 같은 자성에 맞닿아 서로 밀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온전하게 땅에 닿지 못하고 어정쩡 떠돈다.
그런 눈을, 풀칠한 도배지를 긁개로 밀어 붙이듯 슬리퍼 신은 발을 급하지 않게 꼭꼭 옮겨 딛으며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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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며 생각한다.
"그때도 이리 추웠습니까?"
"차갑고 싸늘한 우리 지신(地神) 대감님. 그래서 내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늘 추운 우리 집. 그때 몸 푼 방 아궁이에 불은 넉넉하게 들이셨습니까?"
"아버님 어머님, 엉덩이 뿔난 천둥벌거숭이가 세상 이치에 눈 뜰만큼 순한 귀가 되도록 건강하게 낳아주셔 고맙습니다. 그러니 육십갑자(六十甲子) 돌아 지구별에 온 그날로도 닿을 듯싶어, 시간의 객사(客死) 같은 흉한 이별은 일단 면하게 될 것 같으니 감사합니다. 반환점이든, 회기든, 비록 그 가는 곳은 짐작할 수 없어도 오늘 그곳을 지나칠 수 있도록 당신들의 간절한 피와 경건한 땀으로 나를 있게 해 주셔서, 그저 고맙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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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쁘지 않게 코가 매운 날씨.
찬 곳에서 돌아와 앉으니 알고 보면 참 따땃한 집이다.
찬 곳으로 나서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이 온기...
지나쳐 이만큼 멀어져야만 보이는 것들...
20231224(5)29(05)56토(일)성(봉수)탄(신)일
김윤아-Going Home
매우 졸림. 멜 하나 얼렁 보내고 자자.
경화장 목욕탕 아주머니 세분 감전사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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