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나리는 찻집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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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함박눈 나리는 찻집 창가에서...

by 바람 그리기 202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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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이 대하는 살가운 포옹이야 90%는 지극히 계산적인 가식인 데다가, 나머지 10%도 선거 마치면 뒷간 볼일 다 본 사람 같이 돌변해 갑과 을의 위치가 뒤집히기 마련이지. 그러니 덕 볼 일도 없고 아쉬운 소리 할 형편도 아니라서 일 삼아 관계 맺을 이유가 없는데, 오후에 있은 조 박사님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개인적 인연이나 친분을 떠나, 지난 합동출판회에 내 책을 구입한 이력은 차치하고 어머님 상중에 조문하고 부조까지 했으니, 빨갱이 보수 꼴통당이건 어쨌건 정치성향을 떠나 참석하는 것이 사람 도리라서.

 북토크가  ⅔쯤 진행되었을 때, 구입한 책을 마침 대충 다 훑어보았고 그 정도 시간을 자리 지켜주었으면 섭섭지 않게 성의표시를 한 것이니 슬그머니 나와 그렇지 않아도 처치 곤란한 책, 안내탁자에 반납하고 집으로. 갈 때는 식전에 미리 도착하려고 택시를 이용했지만, 배가 고픈 것을 빼고 급할 것 없는 돌아오는 길은 도보로. 벙거지 눌러쓰고 목도리도 두툼하게 했겠다, 히득히득 눈발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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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역사에서 동부역사 광장으로 내려서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불연, 겨우내 얼마나 내릴지 모르겠지만 무감각하고 지겨워지기 전에 커피잔을 잡고 창밖 눈발을 반갑게 바라보고 싶다.
 걸음을 돌려 택시 차부를 지나 역 광장이 마주 보이는 찻집에 들어 2층 창가에 한동안을 앉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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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을 밀치니 집어던지고 간 택배들이 눈에 덮여 있다.
 염병할! 몇 발짝만 더 디디면 처마 아래인데...
 택배를 끌어안고 들어오다가 현관 앞에서 삼월이 똥 밟고 낙상할 뻔했다.
 염병할! 이 미친ㄴ은 똥을 꼭 여기다 싸놓는 건지!
 부아가 치밀어 부삽으로 떠서 삼월이 우리 입구에 옮겨 드렸다. 삼월이 ㄴ, 그러거나 말거나 문 따느라 쇳대 소리 짤랑거리니 그제야 톡, 튀어나와 뒷방 노인네 앓는 소리를 내고 자빠졌다. "내 보금자리, 언니 이불 위로 올라가 따땃하게 누우시게 얼른 바깥채 문 열라!"는 얘기다. 집 나서기 전, 삼월이 언니 이불 위에 발라당 자빠져 발로 차도 꼼짝 하지 않는 것을 번쩍 들어 밖으로 내놓고 갔더니, "예전의 천박한 마당개가 아니올시다!"란다.

 환복 하고, 입고 나간 옷에 붙은 눈 털어내려 되짚어 나올 생각으로 부엌문을 열어두었더니, 삼월이가 바깥채 댓돌에 앉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 꼴이 사람 같아 기분 나쁘게 섬뜩하다.

지금 보니, 루돌프도 아닌 것이 코는 또 왜 빨갸?


 "뭘 봐! 이 ㄴ아!"
 그 소리에 쪼르르 내려와 부엌 바닥에 앞 발을 엉거주춤 올리고 서서 또 앓는 소리를 낸다. 냉동실에서 홍삼사탕 하나 꺼내 입에 물려 쫓아냈다(홍삼사탕 한 봉을 저 ㄴ이 다 잡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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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침한 눈으로 밥솥 또 뜯기 귀찮아 우루루 시킨 밥솥.
 하루 만에 왔다.
 돈만 있으면 참 좋은 세상이다.


 밥솥을 뜯느라 꼼지락거리는데, 문득 어머님 살아 실제 말씀이 떠올랐다.
 "요즘 사람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갖춰 놓고 결혼하니,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몰라. 애들 키워가며 돈 모아 살림살이 하나씩 늘려가는 재미가 있어야지 ㅉ ㅉ"

 2 기압인지 한다는 밥솥.
 그래서인지 평소와 같게 물을 잡았는데도 묵은쌀로 지은 밥이 통째로 떡 덩어리가 됐다.
 떠먹기가 그래서 그렇지, 질펀찐덕하니 속에는 좋겠다.

 

 
 20231216금3052기온급강하함박눈
 Queen-I_Was_Born_To_Love_You
 졸리다...했더니, 시간이...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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