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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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왜 이러지?

by 바람 그리기 202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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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우체국 포차에서 사다 놓은 어묵탕으로 차린 오랜만의 술상. 지난주 목요일 송년 모임에서 2주 만에 술을 먹었고 그 후로 처음인 혼술.
 벼락 같이 추워진 날씨가 술을 불렀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새로 한 시 무렵 시작해 한 시간 조금 넘도록 붙잡고 앉아, 어묵도 중탕한 정종 반 주전자도 싹 비웠다. 첫 잔 넘기면서는 속을 훑더니(분명 정상이 아닌 건 분명하다), 잔을 넘길수록 편하다. 금주 동안 계속된 속병은 썩은 물에 젖어 지낸 마취에서 깨어나, 지금 내가 어떤 모습으로 시간을 딛고 있는지 본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인식시키는 현상일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애주의 일상을 벗어난 낯선 행동에 대한 육체적 저항이 야기하는 부작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래서 맘 변하면 죽는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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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상을 윗목으로 밀어 놓고 칫솔을 물고 어정거리는데,
 "어 이게 뭐랴?"


 난이 꽃대를 세우고 봉우리까지 맺혔다.
 눈여겨 자세히 보니, 게발선인장에도 꽃망울이 달렸다.


 게다가, 어머님 운명하시고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군자란도 봉긋하게 새잎이 솟는데, 가운데가 도톰한 것이 아무래도 꽃대가 올라오는 것 같다.


 얘들이 왜 이러지?
 어머님 곁에 계실 때 활짝 벌고, 그 후에 분갈이해주고 몇 해가 지나도록 도통 꽃대조차 볼 수 없었던 얘들이 왜 이러지?
 봄부터 가을 끝까지, 마당에서 옴짝도 안 하던 얘들이 왜 이러지?
 반갑거나 신기한 마음보다 이 왜 이러지? 라고 의문이 드는 것이 내가 생각해도 별 쓰잘데기 없는 일인 것 같은데, 그래도 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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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가시던 가을, 마지막 인사하듯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렸던 마당 끝 감나무가 그랬듯, 365일 화서가 솟고 꽃을 피워 씨를 맺으려는 골프장 잔디가 떠오르고, 전 해에 밑동을 도끼로 찍히면 이듬해 주렁주렁 열매가 열리는 과실수도 생각났고...

 해뜨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도 있고,
 마지막 불꽃이 가장 밝다는 말도 있더라만,
 그저, 명년에 경사를 예고하는 축복의 화환이기를...

 

 
 202312212901목
 민혜경_박경애-보고싶은얼굴_사랑의종말_사랑은이제그만2023
 대주방 led 교체(염병할 쥔장, 5분 후 도착이라더니 10분이 다 되도록 오지 않아 쓰레빠 끌고 나갔다가 덜덜 떨었네. 읍사무소 가서 소피봤기를 망정이지, 말 믿고 그냥 기다렸다가는 질질 쌀 뻔!)
 건강검진표 도착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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