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괴로운 밤이었걸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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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참, 괴로운 밤이었걸랑요.

by 바람 그리기 202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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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한 시간을 더 기다려도 차례가 올까 말까 하게 만원인 병원.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앉을자리도 없습니다. 기약 없이 기다리다가는 다른 일정이 꼬일 것 같아 30분 기다리다 포기하고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원래 환자가 많은 곳이지만, 크리스마스 연휴 끝이라는 것과 연말 건강검진 때문에 더한 것 같았습니다.
 내과에서 나와 창구 닫기 전에 먼저 은행일 본 후 신경외과에 가 혈압약과 어깨 통증약 보름치를 처방받고, 돌아오며 다시 은행 들려 ATM기로 용무 더 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내과와 이미 문 닫은 은행 한 군데는 내일 다시 일 보기로 했고요.
 그렇게 돌아오니 집 나서며 눌러 놓고 간 밥솥에 취사가 보온으로 전환된 지 오래입니다. 막 옷 갈아입었을 때, SNS에서 번개모임 알람이 뜹니다. 서울 친구가 내려왔다니 나가야지요.
 3차까지, 적당하게 먹고 일찍 돌아와 뻗었고요.

202312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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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30분 기다리다 포기한 내과, 케이크 한 조각 먹고 포켓백 메고 나가 10시 전에 도착해 접수했는데도 별수 없이 한 시간은 기다려 진료받았습니다.
 "이제 술 끊는 거 생각해 보셔야겠는 데요? 염증이 하도 심해서 조직검사 보냈는데 다행히 이상은 없는데..." 삐걱 거리는 곳이 여기저기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이번에는 생짜배기로 버틸정도의 상태가 아니라서 자발적으로 갔습니다. 오죽하면 귀차니즘 대장이 이틀 연속으로 찾았을라고요. 뭐라도 한 수저만 넘기면 배가 불러 아무것도 먹기가 싫고, 손발이 덜덜 떨려 마지못해 넘겼다 하면 전후로 쓰리고... "꼭 일 년에 한 번은 내시경 하셔야 합니다" 2년 전과 똑같은 당부를 뒤로하고 약국 들려 처방약 한달치 한봉다리 받아 들고 오는데, "하이고... 어머님 약 타러 다닐 때 이랬더니 이젠 나 먹을 약을 한봉다리씩 들고 가는 형편이 되었으니... 쩝"
 그리고 어제 못 들린 은행 들려 그동안 무심했던 통장정리를 하는데,
 "어머, 5XX인데 이걸 압축기장하지 말고 다 하라구요?"
 "녜"
 행원이 새 통장 두 개를 즉석에서 구통장으로 만들며 입이 댓 발 나왔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내가 나를 못 믿는데 남 눈치 볼 것 없는 일이잖어유?(뒤에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ㅋㅋㅋ
 그리 일보고 돌아와, 예수님 생일날 삼월이 언니께서 만들어 접시에 담아 부뚜막에 가져다 놓은 닭도리탕으로 한 끼 먹고(생각은 없었지만, 부뚜막 심란해서...) 아침약 포함 한 주먹을 먹었더니, 독한 건지 입이 바싹바싹 탑니다. 아무래도 나눠서 먹어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차 한잔 먹고 한양서 내려온 친구 다시 만나 영화 "서울의 봄"봤고요.

 

[영화] 서울의 봄 ost / 전선을 간다

한양에서 내려온 친구와 동행해 요즘 천백만 인원 관람 돌파로 한창 화제가 되는 영화, "서울에 봄"을 보고 왔습니다. 우리들이 그 시대를 겪은 세대이다 보니, 다소 희화한 다큐멘터리류의 영화

sbs210115.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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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치고 도냉이네서 곱창전골 안주로 쐬주 먹고, 커피 마시고, 헤어져 돌아왔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석유온풍기 기름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이 닦고 커피 타서 서재에 앉았는데 갑자기 속이 울컥울컥 올라붙으며 토기운이 납니다.
 얼마 만에 느끼는 신체현상인지 모르겠는데요, 한 번 시원하게 올려붙이면 좋겠는데 경험상 그러고 나면 겪게 될 찢어질 것 같은 위통이 겁이 나 단전호흡하며 간신히 진정시켰습니다. 술도 얼마 먹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이놈에 밥통이 고장 나기는 난 모양입니다. 간신히 진정시키고 잽싸게 난방텐트 안에 들어가 자세 잡았는데, 밤새 불쑥불쑥 올라붙어와 마른침 꿀떡꿀떡 삼켜가며 참느라고 애 먹었습니다.  엄니 무릎베개가 간절하게 생각나도록 참 힘들고 괴로운 밤이었습니다. 

 202312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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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아침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아래로 쏟기 시작합니다.
 어제 거부반응 온 내용물을 그냥 무시했더니, 그 증상이 아래로 갔습니다.
 죙일 좍좍 쏟았습니다. 정로환 세 번 먹었고요.
 친구, 내려온 김에 천안 거쳐 당진 쪽으로 들려 돌아간다고 연락 왔는데,


 상황이 이러니 배웅도 못했고요, 오늘 하려던 빨래도 못했고요, 담배와 커피만 죽이며 꼼짝없이 칩거했습니다.

 아, 두 시 무렵 등기받으러 마당에 내려섰다가 우편함에 책도 함께 꺼내 돌아오는데, 종일 기척 없는 삼월이가 궁금합니다.
 바깥채 식구들 아침 출근하며 마당에 내놓고 가는데요, 이젠 나는 아예 존재감이 없는 뭐시기가 된 건지, 지 언니한테 그런 건 또 어떻게 배웠는지, 들고 나건 무반응입니다.
 "이 ㄴ이 얼어 죽었나?"
 허리를 굽혀 우리 안을 들여다보니, 눈을 뗑그랗게 뜨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뭘 봐! 이 ㄴ아!"
 소리 지르고 돌아서는데,
 아무래도 삼월이가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루다 마당을 내려보며 내게 먼저 그렇게 말한 거 같아 까치집 앉은 뒤통수가 따갑습니다.
 혀 차는 소리까지 들리는 거 같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며 구시렁거렸겠죠.
 '에라이, 싹아지 없는 나쁜 지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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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밥 끓여 놓은 것 남아 있는데, 아직 생각은 없고요.
 약 먹으려면 그래도 먹기는 해야겠고요.
 아래도 깔끔하게 멎은 건 아닌 듯싶은데...
 오늘은 제비가 박씨 하나 물고 왔으니 어젯밤처럼 앓는 소리 올리고 내리고는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릎이 서늘해지는 게, 기온이 차지는 모냥입니다.
 지름 아끼지 말고 따땃하고 포근한 밤 맞으소서.

 

 
 202312281941목
 The_Ventures-Walk_Dont_Run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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