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아침.
샘에서 물 뿌리고 있는 사이,
언니는 쌀자루 만한 궁딩이 뒤뚱거리며 마주 서 뜨거운 물 뿌리고,
동생은 헐레벌떡 쫓아가서 물고.
그거 하나 잡으며 어찌 흥분했는지 한 시간은 혀를 빼고 가슴을 벌렁거리네.
지천명(知天命)이 넘어서니 밥값은 하네.
밤만 되면 왜 이쪽 현관 댓돌에 와서 좌정하는지,
사람 손 타는 게 서로에게 좋은 것만은 아닌데...
모기는 들어오는데 야멸차게 문 닫기도 그렇고 참 입장 곤란하네.
알면서도 그대로 두었던 냉장고 한 구석에 검은 비닐봉지.
지난 초파일 봉축 법회 마치고 받아왔으니 얼추 두 달이 돼가는 참외.
군데군데 색색의 곰팡이가 앉았는데 속을 가르니 잘 숙성됐다.
당분이 잘 숙성되었으니 꿀이나 마찬가지지?
"꿀은 유통기한이 없다"는 최 선생님 말씀을 믿고 먹었다.
아직까지 안 죽고 있다.
어머님 눈깔사탕 그릇.
내가 재떨이로 쓰고 있던.
그러다 떨어트려 뚜껑이 조각난 것을 버리기 섭섭해 접착제로 붙여 쓰던 것.
그제 또 떨어져 이번엔 몸통 바닥에 구멍이 났다.
이젠 도리없이 버리고 두리번거리다 대신한 내 까까 통.
언젠가 열어 놓은 뚜껑 밟아 발바닥 찢어지리라는 이 불편한 예감...
202207040428월
유해준-나에게그대만이
아침형 인간도 좋은데,
시간이 점점 앞당겨지니 문제다.
반응형
'낙서 > ┗(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뇌(洗腦)의 잔을 들다. (0) | 2022.07.06 |
---|---|
풍찬노숙 (風餐露宿) (0) | 2022.07.05 |
하늘을 보다 (0) | 2022.07.02 |
잔잔하고 정갈한 밤. (0) | 2022.06.30 |
밤새, 저 달이 내 맘을 대신한다고... (0) | 2022.06.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