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 언니가 없으니 아드님 새벽밥을 내가 챙겨 드려야 하나...'
셋째 짐 옮겨주고 돌아 온 저녁,
생각을 안고 거실에서 잠 반 생시 반으로 빗소리를 들으며 밤을 보내다 번뜩 정신을 차리니 아침 일곱 시 반.
깜짝 놀라 건너 채로 건너가 확인하니 아드님 신발이 그냥 있다.
"아드님, 일곱 시 반여!"
이불 속에서 부스스 눈을 뜬 아드님이 의아한 표정으로 답한다.
"3.1절인데요..."
그제야, 하루 자고 와서 출근하겠노라 던 삼월이 언니의 말이 이해되었다.
참, 당황스럽다.
것 참,
이쯤이니 몸도 마음도 내 것이 아닌 듯 하다.
방 메인 메뉴에 달아 놓았던 오픈 채팅창.
새로 방을 꾸린 "끽연" 카테고리를 노출 시키며 지워버렸는데...
다른 SNS 프로필에 열어 놓은 길로 누가 들어와 문을 두드린다.
몇 마디 대화 후 보내 온, 詩라고 하기보다는 단락 지어 놓은 산문 같은 글.
처음 써 본 시라며 피드백을 부탁한다.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는데, 애쓴 모습이 기특했지만 글이 어둡다.
그 어둠이 당황스러워 다시 확인하니,
"잔인함"이라는 대답이 더 당황스럽게 한다.
소소한 몇 가지의 충고 끝에 건넨,
'시(예술)는 결국 아름다움(美-眞理…善)을 추구하는 행위예요. 책 많이 읽고, 쓰고, 고치고 다듬고. 부정보다는 긍정적 사고를 키웠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조언을 건네며 대화의 끝을 맺었지만...
과연 나는 진리를 향한 그 기본적인 행위에 얼마나 충실한지 되묻는다.
어제 밤부터 종일 내린 비.
종일 울린 바람 종.
액막이 무령의 호통으로, 성수로,
코로나 역병이 속히 씻겨 나기를...
202103012134월
'낙서 > ┗(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태, 나만 모르고 있던 것. (0) | 2021.03.09 |
---|---|
투정 (0) | 2021.03.03 |
대보름 소리굿 축원 덕담 받으시고. (0) | 2021.02.27 |
'절규'(뭉크)와 '희망의 나라'(현재명) (0) | 2021.02.26 |
안부. (0) | 2021.02.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