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부 중에 연신 울리는 알람.
<0시~0 배달 예정. 내용물:책>
'이상타? 내가 주문한 책은 없고, 글 보낸 곳이 몇 군데 있지만 택배로 보낼 일이 없는데?'
현장 쥔 집 할머님이 챙겨 준 BTS 커피를 덜렁덜렁 들고 집 대문을 밀치고야 정체를 확인했다.
내가 중앙회 위원으로 처음 선임 된 것이 2015년이니 올해로 9년째 3대 이사장째다.
세상엔 날고 기는 이가 득실득실하고, 문단 또한 실력 있고 유명한 시인 작가들이 넘쳐나는데 내가 뭣이라고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 주는지 감사할 따름이다.
쓸 데 있던 없던, 내공의 아우라가 그저 희미한 반딧불 같이라도 내게 어른거리는 것으로 좋게 여기자.
그나저나, 상황 보고 회비 납부하려고 간 보고 있었는데 꼼짝없이 글렀다.
20년 된 개인주택 리모델링하는 현장
공직에서 퇴임한 85세의 할아버지와 할머님.
여기저기 누런 서류 봉투 꾸러미며 법랑·스테인리스·자기 그릇이며 전자레인지에서 공기 청정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가전제품에, 종합선물처럼 갖추어진 약 봉투까지...
보이는 족족 어쩌면 선친 살아 실제 우리 집 같은지.
문간방에 들어앉아 자개농에 파묻혀 꼼지락거리던 할머님이 지갑 하나를 들고 나오신다.
"여기 이렇게 돈이 있네? 지금 이런 돈 못 쓰지유?"
'아이고! 귀경하기 힘든 귀한 돈이네! 아주머니, 저 몇 개만 주셔유!'
지금은 구경하기 힘든 알루미늄 1원 주화.
세 개 얻어왔는데, 운 좋게 모두 다른 버전이다.
살림 정리하며 이것저것 밖에 내놓았는데, 벼루 두 개가 보인다.
'아저씨, 벼루를 왜 버리세요?'
"버리지 그럼 그까짓 걸 뭐햐?"
'손주들 주시지요. 할아버지 쓰시던 건데'
"손주들은 무슨..."
벼루는 들었다 놨다 간보다 말고 쓰던 먹만 챙겨 왔다.
어릴 적부터 그랬지만, 왜 이렇게 먹 냄새가 좋을까? 별수 없이 나무 끄름 냄새일 텐데...
냄새가 향긋하니 좋다.
만기인 자동차 보험을 갱신하기 위해 예년처럼 카드 무이자 12개월을 신청하려는데, 전 카드사 동일하게 무이자 기간이 3개월로 줄었다는 설명.
그렇지 않아도 전 카드사에서 사용 한도 금액을 일방적으로 축소했다는 소식도 얼마 전 들었고, 높은 이율에 50~100만 원 소액이라서 그 정책의 효과를 의심했다던 긴급 생활 대출을, 서로 타기 위해 타 시도 해당 청으로 원정 가 신청할 정도로 난리라는 보도를 봤는데...
환율 탓으로 돌리기엔 경제 사정이 생각보다 심상치 않은 것 같다. 절대 을로 박박 기며 살아야 했던 넌덜머리 나던 IMF 시절. 안 사장 신용불량자 만들었던, 일방적 한도금액 축소로 문을 연 카드대란의 시절.
윤석열이...
여차하면 만고역적이 되게 생겼다.
20230328수
현장 쥔 댁 할머님, 오래된 백 몇 개를 대문 밖에 내놓는다.
'아이고 아줌니 큰일 하셨네. 이참에 웬만한 건 다 버리셔유. 나중에 자손들 버리는 일도 못 할 일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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