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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연유

by 바람 그리기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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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선영 다녀 와 주차하며 열었던 창문을 올리는데 운전석 뒷좌석 창의 단말마.
 '염병, 차례로 돌아가며 명줄을 놓으시는구먼...'
 모터 구동은 되는 것을 보니, 와이어가 끊어졌던 엉켰던 레일을 타고 넘었던 한 가지다.
 창을 손으로 끄집어 올려놓았는데 그대로 계속 둘 수 없는 노릇이고, 마침 잡부 비는 날이니 카센터로.
 "단종 모델이라 일단 수배는 해 놓겠고요, 도착하면 연락드릴게요"
 
 적어도 작년에 한 번은 교환한 걸로 생각하고 있던 엔진 오일.
 기록을 확인하니 2021년 7월이 마지막이란다.
 운행 거리로는 교환 주기가 한참 멀었지만, 차를 그냥 계속 타기로 맘먹었고 겨울도 났으니 간 김에 우선 오일만 교환하고 돌아왔다.
 엔진 오일 교환에 66,000이 청구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4만 원대로 교환했던 기억과 괴리가 너무 심하다.
 오르지 않은 것이 없으니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이 미친 물가를 어쩔까나?

 주차하고 돌아오며 담배와 떨어진 라면사리 사러 마트에 들렸다가 눈에 들어온 연유.



 아버님께서 일식 가옥을 지금의 건물로 신축하기 전이니, 최하 50년에서 55년은 된 기억의 한 토막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지금이야 냉장 시설도 그렇고 유통 시스템도 그렇고, 요리 첨가물로 쓰는 용도 외엔 우유 대용으로 연유를 이용하는 이가 없을 듯싶은데... 그때, 아버지 방 재봉틀 구석에 숨겨져 있던 납작한 깡통 하나가 눈에 들어온 어린 나. 이 정체불명의 깡통에 든 내용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누런 것이 끈적끈적하니 재봉틀 기름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깡통에 그려 있던 얼룩소의 촉을 믿기로 하고 손으로 살짝 찍어 맛보았는데.
 그 맛있던 오묘한 단맛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충동 구입한 연유를 희석해 우유를 만들어 서재 앞에 앉아 생각한다.
 내가 10살 무렵이었다고 치면 아버님 연세가 40대 후반이었을 텐데, 양부모님에 일곱 자식 아비로 남편으로 버거웠을 현실을 당당하게 짊어지고 앞서 걸으신 남자.
 그때, 혼자만의 어떤 절망이 당신 스스로 그 선물을 건네게 하신 연유였을까? 

 

★~ 詩와 音樂 ~★ [바람 그리기] 수수깡과 대나무 / 성봉수

수수깡과 대나무 / 성봉수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아빠는 인생 5학년 두 곱슬이 마주 보고 잠을 잔다 밤새도록 팔베개에도 저림이 없네 아직도 수수깡 아직은 대나무 온 날이 고맙고 올 날도 고

sbs150127.tistory.com

 
바람 그리기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역사, 창간 61년의 현존하는 최고령 종합문예지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년에 발간했던 《너의 끈》에 이은 두 번째 시집.《월간문학》,《문예운동》,《백수문학》,《한올문학》 등 전국의 문예지 등에 발표하였던 글들과 미발표 신작 시들을 모았다. 특히, 《물 한잔》.《차 한 잔》.《술 한 잔》.《하얀 밤》으로 나누어 실은 시들에서 알 수 있듯, 일상에서 느끼는 담담한 소회에서부터 존재의 근원을 고민하는 깊은 사색의 시까지 여러 형태의 다양한 깊이의 시들을 만날 수 있다. 등단 26년의 시작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시인의 창작 기법은 《대중과의 소통》을 이유로 《친절한 해설서》로 변질한 요즘의 시작 풍토에 고민을 던져주는 《진솔한 울음》들을 담고 있다.시집의 발간이, 성봉수 시인의 울음을 통해 치유를 경험한 독자와 지인들에 의해, 《더 많은 사람에게 감정의 정화》를 맛보게 하려는 요구와 참여로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진 이유이다.
저자
성봉수
출판
책과나무
출판일
2016.12.01



바람(드라마외출Ost)mix2023/바람그리기
202303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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