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공기 때문에 잡부 불려 나간 일요일 오후.
기억 저편으로 까맣게 잊힌 복대동의 회상.
그 동네 큰 길가 언저리 뭐시기 나이트클럽에서, 그이가 불렀던 노래.
하필이면 그 노래 "남남"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던 청춘의 그 밤.
하필이면 그 노래, 최성수의 "남남" 때문에 결국 한 동안 돌아서지 못했던...
↘잡부 마치고 그 길로 마주 앉은 탁주 집 <속에 천불>
탁주 집 입구 옆에 쪼그려 앉아 담배 먹는 동안에도 이명처럼 떠나지 않는 그 밤의 노래.
'참 옛날이야기네. 잘 살고 있것지...'
모르는 이가 들으면 천하에 바람둥이였는 줄 알겠으나 이 면상에 그럴 주제는 못 되고, 몇 안 되는 기억도 참 징그럽게 파란만장했다.
↘찻집에서 에스프레소로 한잔하고 돌아와 작업복 누더기를 입은 채 서재에 앉았다.
담배가 내 기분의 깊이를 따라주지 못한다.
기십년 만에 코담배를 먹었다.
몇 주전자의 막걸리에 완전 맛팅이가 가버렸다.
↘오늘 잡부 나가 점심으로 선지해장국 주문하고 앉아 있는 식당.
친구의 대학 친구가 나를 기억하고 발견하고 촬영해 친구에게 보내온 사진.
그 받은 사진을 친구가 친구들 방에 공유하고,
공유받은 친구가 또 다른 방에 공유하고.
"막걸리 냄새가 나지 않은 사진이라 글렀다"라는 친구.
"이제부터 우리 나이는 쉰아홉으로 통일"이라는 친구.
"자랑스럽다"는 친구.
어제 잡부 마치고 돌아오며,
재명이처럼 대통령에는 못 나가도 저런 제니시스 정도는 타고 있어야 "나잇값 하며 정상적으로 살았다" 할 틴디... 누더기 입고 트럭 조수석에나 앉아 있으니! 원..." 했었더니.
술만 원수처럼 처먹던 주태배기에게 참 코미디 같은 일이다.
↘먼 산의 산벗이 군데군데 보이고,
목련이며 개나리가 순서도 없이 앞다투어 핀 4월 첫날.
토막 볕이 드는 오래된 집 화단에도 수선화 한 송이가 낮 사이에 뒤늦게 활짝 폈다.
분명 작년 봄 언제 캐다 심은 모양인데 기억이 없다.
쥐새끼처럼 물어 나르기는 잘한다.
어쨌건 잘 살아줬으니 고마운 일이다.
↘아침,
잡부 나가려는데 안경을 못 찾겠다. 어쩔 수 없이 모니터용 안경을 쓰고 일 다녀와, 행여 밟아서 작살낼까 조심조심 찾아다녀도 행방불명이다. 그러다가 샘 선반에 놓여 있는 걸 간신히 찾았다. 어젯밤 맛팅이 가서 세수하며 벗어 놓고는 하얗게 지웠나 보다.
술독에 빠져 죽을 넘!
202428364월첫날월
최성수-남남 변조
자보 갱신/ 부엌 가스
우띠! 재털이 엎었닷!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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