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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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촌띠기들.

by 바람 그리기 2024.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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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휴일을 하루 앞둔 한식.
 "보식할 떼 한 무더기 먼저 이고 올라가고, 주말에 식구 중 가용 인원 모두 동원해 떼 들려 다시 올라갈" 생각였는데, 일기예보를 살피니 다음 주까지도 비 예보가 없다. 가파른 산정에 물 길어 올 곳도 없고, 그렇다고 한 두어 주 가문다고 보식한 잔디가 쉽사리 죽기야 하겠냐만 효과적이지 못한 일이다. 설 성묘 때 봉분 상태를 보고 해동 후 예견되는 것이 있어 결정한 판단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찮다. 그러니 "끙끙대고 올라갔다 오느니 비 예보가 든 주까지 기다릴까?" 하는 귀찮은 마음이 든다. 그렇게 점심이 지나도록 귀찮은 마음을 잡고 엉덩짝을 붙이고 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삼월아, 혼자 집에 있느니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가자! 여차하면 다녀와서 벚꽃 산책도 좀 하고!"
 집안 단속하고 주차해 놓은 곳에 가서 차 문을 여는 순간, 이 미친 ㄴ이 목줄에서 쏙 빠져나가 보건소 쪽으로 정신없이 내뺀다.
 "삼월아! 삼월아! 얼렁 일루 안 와!"
 황급히 보건소 울타리까지 뛰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 뛰어가다 멈칫 서서 여수처럼 뒤돌아본다. 쪼그려 앉아, 챙겨 온 사탕을 꺼내 흔드니 살금살금 되돌아온다. 잡으려니 후다닥 도망가는 것을 또 고래고래 소리 질러 간신히 잡았다. 조수석에 신문지를 깔고 올려놨더니, 가는 내내 시트를 움켜쥐고 납작 엎드려 있다.

 틈만 나면 운전석 쪽으로 건너오려고 해서 몇 번을 밀쳐냈다. 영화에서 보면 개새끼들이 차창 밖으로 우아하게 대가리를 내밀고 잘도 가던데, 그 모습을 현실과 비교하니 고물차나 고물 사람이나 겁 많은 2% 부족한 개나, 유행 지난 핫바지 양복 입고 머리에 찍구 바른 올백 머리하고 예술의 전당 로비를 서성이는 촌뜨기 배삼룡 꼴이다.

 선영 아래 주차하고 등반을 시작하는데, 거의 낮은 포복 자세로 공격 앞으로다.

 그래도 몇 번 와봤다고, 밤 가시 있는 곳에서는 노루발 뛰듯 엇박자로 겅중거리기도 한다.

 산짐승 냄새가 나는 지, 바람 냄새를 맡는 건지, 내내 대가리를 갸웃거리며 콧구멍 벌렁거리고 나오지도 않는 오줌으로 영영 표시하느라 바쁘다.

 설 성묘 때 예상대로, 봉분 앞쪽의 잔디가 사과 껍질 깐 것처럼 호로록 떨어져 내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돌처럼 단단해지는 석분질의 토양. 잔디 안쪽의 흙이 딱딱하게 굳었다는 얘기다. 봉분 앞쪽은 그동안 특별히 손 본 적이 없었는데, 일이 한꺼번에 크게 터졌다. 어림잡아 떼 100장은 있어야겠는데, 문제는 흙이 있어야 말이쥐! 산 어디를 건드려도 한 삽 이후는 돌 흙이니... 부모님께서 도시락 싸서 시내버스 타고 오가며 양탄자 깔아 놓은 것처럼 가꿔 놓으셨던 윗대 조상님들 묘소도 잡풀 하나도 없는 흙무더기로 변한 지 오래이니... 이웃 산의 묘소들도 다 그 모양이니 비단 후손들의 무관심 때문만은 아닌 것이지만, 그렇다고 사지육신 멀쩡하면서 직계 부모님 산소가 흉물스럽게 허물어지도록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쨌거나, 한식날 부모님 뵙고 오니 맘은 편하네. 일단은 주말 이후 비 예보 있는 날을 기다릴밖에.

 천지가 꽃이라는 꽃은 앞다투어 피고 있다는데, 선영의 영산홍은 이제 겨우 힘겹게 망울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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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돌아와(오는 동안 삼월이 ㄴ은 옆에서 앓는 소리를 얼마나 내던지 원! 멀미했나?) 씻고 앉았는데 퇴근한 삼월이 언니께서 추어탕을 하사하신다. 딱히 시장한 것을 모르겠고, 귀찮기도 해서 뭉그적거리다가 10시 반이 지나서 산소에서 올리고 남은 청하 반 병을 반주로 식사.

 

먹고 잡시다.

아고, 배구푸닷! 야식, 아니고요... #추어탕 #반주 #청하 #정구지 #저녁밥

sbs090607.tistory.com

 그리고 밥상 발치로 밀어 놓고 또 개처럼 쓰러져 꼴까닥.
 잡부 나가려고 일어나니, 몸에 반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얼얼하다. 컨디션이 엉망이고 어릴 적에나 경험했던 입병(할머님께서 크느라고 입 찢어지는 거라 하셨던)이 다 났다.
 '밤새 안녕'하기 전에, 잠깐을 자도 제대로 자리 가려 자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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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부터 개 냄새가 참 좋았다.
 개 비린내도 아니고, 개에서 나는 특이한 그 냄새가 좋아 일부러 코를 대고 맡기도 했는데. 어제 삼월이 ㄴ. 차 안에 태우고 나니 내게 각인 된 그 좋은 개 냄새가 아닌 노숙인 냄새가 팍 팍 난다. 짜증이 팍 난다.
 "아니, 이런 노숙인 냄새나는 개와 겨우내 한 이불에서 어찌 지낸 겨?"
 예전, 둘째가 이불 속에 껴안고 자다 질식사시킨 귀가 축 늘어진 곱슬머리의 족보 있는 그 도도한 깜장 개는, 그 개만의 특별한 독한 냄새('아, 이래서 집 안에서 기르는 비싼 개는 목욕을 시키나' 생각하게 했던)였지만, 삼월이 ㄴ은 진짜 노숙인 냄새다. 일제시대 지었던 구역사가 있던 왕년 <역전 개다리 파 두목> 시절에, 노숙인 부하들이랑 술자리 하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잘 알고. 몇 번인가, 밤차 타고 영등포역에 출장 가서 역사에서 노숙하며 터줏대감들과 교류했으니 잘 안다. 아드님 향수를 훔쳐서 뿌려볼까? 참, 지지배지! 다이소 방향제를 몇 병 사서 들이부을까? ㅋㅋㅋ 생각만으로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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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잡부 현장.
 오래 묵은 목련 나무에 꽃이 별처럼 달렸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남자나 여자나, 지나가는 이는 모두 폰을 꺼내 담고 있다.
 꽃은 이름만으로도 여하 조건 없이 아름답고, 누구에게나 그 아름다움을 올곧이 느껴지는 봄은 참 좋은 계절이다.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벚꽃/ 성봉수

벚꽃/ 성봉수 아직은 지지 마라 지난 햇살 안고 꽃이 되었으나 네 질 곳까지 그 하늘을 안으랴 통째로 뽑아 내 가슴에 옮겨 놓거든 뿌리든, 날리든 내 안에서만 너는 져라 진 후에야 내게 올 사랑

sbs150127.tistory.com

 트럭 창밖, 천변의 벚꽃이 만개했다.
 용암 저수지 근처는 천변보다 일주일 늦게 개화하니 그때나 제대로 꽃구경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더니, 오늘 지나가다 보니 그곳도 벌써 꽃이 벌었다. 내일은 실내에 화분 다 내놓고 일삼아 용암저수지 한바퀴 돌고 와야겠다.

 

 
 202404062854토
 위일청-애모
 잡부 중에 받은 기별,
 "지나는 길에 안부 넣었는데 닿지 않아 못 보고 갔습니다"
 아무리 확인해도 부재중 흔적이 없다.
 백 만년 전 꿈속의 일이거나 불가사의이거나...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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