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무렵, 잠에서 막 깨어 비비적거리는데 받은 연락.
내 짬이 나기를 기다리던 미팅 확인 톡.
"비 오니 일 안 가셨지요?"
11시 반에 픽업 온다는 답신을 받고 번뜩 생각하니 할 일이 밀렸다. 오후 세 시쯤에나 보자고 다시 톡을 보내고 부엌으로 나오니 산더미 같아야 할 설거지통이 깨끗하다.
'아, 참!'
어젯밤 새로 두 시쯤에 해치운 걸 깜빡했다. 그러면 힐일 하나는 지워진 거고... 문을 열고 확인하니 비가 정말로 웬만하게 온다.
'흠... 아무래도 빨래는 다음에 해야겠는걸? 당장 하기로 했던 것은 정리되었으니, 그냥 그 시간에 미팅 잡아야겠네'
일정 꼬이기 전에 잽싸게 톡을 여니, 방금 보낸 톡을 확인 안 했다.
바깥채 컴컴한 식탁 아래 혼자 좌정하고 계시던 삼월이를, 씻고 나오며 밖으로 모시고. 문단속하고 우산 챙겨 그렇게 집을 나섰다.
곱창전골에 아점하며 반주로 빨간 이슬이 잡고. 찻집으로 이동해 차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헤어져 돌아오다, 자동차 보험 갱신에 첨부할 주행거리 확인하러 차에 들렸다.
들렸다가, 한 삼십 분은 족히 앉아 있었나 보다. 담배 먹으며, 음악 들으며,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앉아 있었나 보다.
자동차 지붕 위로 덜어지는 빗방울 소리.
'좋은 차는 이렇게 크게 소리가 나지 않을까? 아니... 좋은 차를 타면 설령 소리가 나더라도 들리지 않을 거야. 그건 참 슬픈 일이지. 빗소리를 온전하게 들을 수 있는 지금 내 형편이 썩 나쁘지만은 않네...'
거실.
쿠션에 기대 목을 뒤로 꺾으면, 겨우내 웃자란 고무나무 잎이 창창하다. 벽에 걸린 시계가 안 보이도록 왕성하다.
바닥에 떨어져 말라버린 잎새. 고개를 다시 저쪽으로 돌리면 또 그런 잎새. 그런 잎새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삼월이 언니께서 생사 확인차 순찰 나왔다가 버리지만 않는다면, 작정하고 청소하기 전까지는 이대로 있을 텐데. 있었고.. 바로 손 닿을 곳에 쓰레기통이 있으니 게으른 탓만은 아니고... 나 아닌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저 지켜보며 치우지 않는 것이 보편적인 행동양식은 아닐 텐데. 그래, 그러니 시인이지. 시인답다. 시인의 방 답다.'
아, 하품이 입이 찢어지게 나온다.
누워야겠다.
202403282849목
먼 훗날 하모니카 mix 20240328목_자동차 지붕을 두드리는 비
자고 나면, 약 타러 다녀와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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