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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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슬픈 미소

by 바람 그리기 2022.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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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상 발치에 두고 그냥 '픽' 쓰러져 잠드는 게 이젠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또 아구구구 소리를 내며 눈을 뜨고 무심코 열어 본 폰.
 여류 시인님과 노 작가님께서 보내온 시와 잠언.
 평소 같으면 확인도 안 하고 그냥 지워버리는데 금요일엔 이상하게 열어 보았더라니,
 목련 꽃그림자 드리운 그늘에 마주하니 앞선 이가 건넨 통속적 문구조차 새삼 감사하게 맘에 닿는다.

 

 TV 백색소음 양탄자에 누워 비몽사몽이건 어쨌건 잠의 하늘을 밤새 날았으니 대명천지가 긴 몫으로 닿은 날.
 어둑새벽부터 밥숟가락 들고 덜거덕거리기는 싫고, 열원이나 보충하고 꼼지락거릴 생각으로 한동안 먹지 않았던 유자청 뚜껑을 여는데 곱이 껴있다.

 

 많아야 몇 번 먹을 만큼 남아 있고, 겉만 걷어내면 상관없을듯싶은데 그만두었다. 오히려 감사함을 읊조렸다.
 '고맙다'
 돈 만 원 투자해서 지난겨울 따뜻한 덕을 봤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기인 낮을 맞았으니 맘먹고 설거지하며 선산 다녀와 물 부어 놓았던 보온병을 닦아 치우는데, 뚜껑에 배인 커피 물.

 

 "커피를 참 좋아하셨던 부모님..." 자연스러운 복기에 그저 잠시 허탈하게 담담해졌던 마음을 평상으로 돌리는 찰라, 폰에서 랜덤으로 흘러나온 둘 다섯의 노래 "먼 훗날"
 아,...
 듣지 말았어야 할 노래를 듣고 말았다.
 맘이 "쿵"하고 떨어져 내린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불에 불려놓은 작두콩과 토란 몇 개를 심고…. (그다음에 또 뭔가를 꼼지락거렸는데 기억이 없다)
 숭숭한 김에 누 천년 만에 머리 깎고 작정했던 방앗간에 들렀다.

 

위리안치

 오돌개처럼 검던 머리칼.  자고 나면 쑥쑥 자라는 데다가 반 곱슬이니 마치 파마를 한 것과 다를 것 없었으니, 오죽하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께서 "한번 만져봐도 될

sbs150127.tistory.com

 "누구시라고! 모자를 왜 안 쓰고 오셨어요? 몰라봐서 미안합니다!"
 얄개 사장님, 또 어디서 촬영을 온 모양인데 분주한 귀퉁이에 앉아 혼술.

 

 낮술의 유효 시간이 막 끝나갈 무렵 동무에게서 온 술청 전화.

 한 30분을 끝에서 끝으로 걸어 또 술잔을 잡고 모자란 배 다 채우고 돌아오는 길.

 

 복효근 형 말처럼 "사춘기 딸의 젖가슴처럼 봉긋하던 목련 꽃봉우리"들이 활짝 벌어 밤하늘에 별보다 더 반짝이게 펄럭이고 있다.
 '아... 아름다워라...'


 "너 그러다가 개죽음헌다!"
 아파트 앞 차도를 또 무단횡단하며 개봉수를 꾸짖었다.
 취기의 몸을 찌그덕찌그덕(지금 들으니 그렇다) 끌며 먼 나라 슬럼가로 가는 비밀 통로 같은 칠이 벗겨진 지하차도에서의 주접(이러다 임자 만나면 뒤통수 오지게 맞지 ㅋㅋㅋ).

 "할아버지 귀가하시면 동구 밖에서부터 휘파람 부는 소리가 들렸다"라시며,
 "술 좋아하는 거며, 천상 할아버지 닮았다"라던 할머님의 미소가 생각났다.

 

 

 

 

 
 202204031953일

 개봉수 mix 조용필-슬픈미소
 심심치 않게 종일 울던 바람종.
 소리가 커지는 것이 날이 춰지나 보다.
 배고프다.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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