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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반 잔 몸으로 아침 일찍 잡부 다녀왔으니 육수 발효한 냄새가 시큼하게 진동해도,
밤부터 비 소식이 있으니 다 떨어져 나가기 전에 마당 화단에 앵두부터 따기 시작했는데.
가지를 꺾어야 다음 해에 많이 열리는 것만이 아니더라도,
가지와 잎이 너무 무성해 화단 전체를 군림하고 있으니 앵두가 달렸건 안 달렸건 고민할 것 없이 가지를 과감하게 잘라냈는데...
잘라낸 가지에서 앵두를 추려보니 한 종지도 안 된다.
거참...
킷값도 못하고, 나잇값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황당하고 민망하다.
꽃이 피고, 핀 만큼 열매가 다닥다닥 맺혔을 때,
'웬만큼 태 날 때까지 한동안은 바지랑대 이쪽으로 세우지 말어. 빨랫줄에 다갈려서 앵두 다 떨어져요'
공염불이 될 것은 뻔히 알았으면서도, 눈에 띄는 대로 바지랑대 방향을 바꿔 세웠어도, 그럴 때마다 나무 아래에 도로변 벚나무 아래 버찌 떨어지듯 앵두 열매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설마 이 정도일 줄을 상상도 못 했다.
누구 코에 붙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양.
아무리 하루 낮 열 토막 중 서너 토막만 볕이 드는 마당에서 용을 썼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했다.
부모님 영정 아래에 하룻밤 고여 둔 것으로 만족할 일이다.
202106103100목
큰별-사랑주고픈밤에_79손창호의밤의데이트시그널
온 산천이 밤꽃 냄새로 진동한 날.
밤새 많은 비.
아,졸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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