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오류를 바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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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기억의 오류를 바로잡다.

by 바람 그리기 2021.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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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연을 쫓아 사라지는 것들.

 화단을 온통 점령해버린 폭군 앵두.  혼자만 성한 가지와 나뭇잎으로 세를 불린 부작용이 너무 크다.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못 봐도 사람은 큰 사람 덕을 보는 법"이라던 어

sbs150127.tistory.com

 속도 편치 않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려니 아침나절 "2교를 부탁하며 보내온 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뭉그적거리다가 컴 앞에 않는 순간 도착한 톡.
 "내 원고만 확인되면 마감이라는"
 파일을 열고 다시 2교를 봐서 보내고 받고 탈고를 마치는 순간 도착한 전화.
 "책도 줄 겸, 막걸리 한잔하게 역 앞에서 만나자"는.

 "니 얘기도 있는데, 이번엔 조금 바꿨어!"
 1~2주 전인가?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출간한 모양이다.

 

☆~ 우렁이 무침에 쐬주 한잔 / 장승현 ~☆

우렁이 무침에 쐬주 한잔ㅣ장승현ㅣ시시울ㅣ2021.06.10ㅣ240쪽ㅣ15,000원 더보기

blog.daum.net

 친구는 모르고 있었겠지만 벌써 오래전, 그러니까 얼추 20년쯤 전에 '친구가 시민기자로 있던 매체'에 실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모든 것을 실명을 썼고 내용도 다소 왜곡이 있었지만 가타부타 말없이 그냥 웃고 넘어간 일이다.

 '어디를 어떻게 손을 봤을까?'
 흥미로운 호기심을 품고 서둘러 하던 일을 정리하고 역 광장에서 기다리던 친구를 만났다.

 서명한 책을 건네받고, 두 군데의 술자리를 파하고 친구는 택시에 올라 돌아가고 집으로 털래털래 돌아오는 길.

 

 약이 되지 못한 어제의 술 여파가 남았던지, 20분 남짓의 걸음에도 몸이 지친다.
 '하, 걷기 싫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을 정도이니.



 초중고 어디 하나 연결고리가 없었지만, 그 당시 나는 시로 등단한 상태였고 그 친구는 소설을 쓰고 있다는 이유로 친구 A를 통해 알게 된 친구.
 한때, 노동. 민주화 운동에 행동으로 참여했던 친구.
 유년기(건네 들은 얘기로는 출산 과정에서)에 입은 성대 장애가 아니었더라면, 이번의 책은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한 방편이 되었겠고 출간 또한 진작 했었지 싶다.
 실제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그 당시의 동료 선후배들이 현재는 단체장으로 정치인으로 진보진영을 대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술자리를 함께 하는 내내 그들에게 전화를 받고, 하고, 책을 주문받고 송금 문자가 오고...

 그리고 20년 만에 그의 기억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걱정 마라. 장비도 다 있고, 내가 얘기하고 네가 재료만 사주면 알아서 다 해준다. 돈 받을 친구도 아니고!"
 그렇게 그와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A의 주선으로 가계 인테리어에 참여하게 된 친구.
 일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A가 말은 아무리 그랬어도 그건 아닌듯싶었다. 공사하고 남은 자재를 가져가는 것과 상관없이 말이다. 그래서 친구들을 이웃한 식당으로 먼저 보내 놓고, 봉투에 15만 원을 준비해두었다가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서는 친구를 쫓아가 봉창에 찔러 넣어줬다. 그 당시 노임으로 치면 섭섭치 않은 금액이었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그리 썼으려니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었다.
 모처럼의 술자리에서 그때의 상황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의도로 꾸민 내용이었는지 진짜 상황이 그랬던 것인지 어처구니없게도 자기 기억에 대한 확신이 없다.
 '얀마, 그때 쫒아가서 니 뒤 봉창에 넣어줬잖아!'
 "맞다, 그랬지! 얼마 줬냐?"
 '15만 원!'
 "그때 그리 줬으면 많이 준건디? 근디 가계는 왜 그만뒀냐?"



 며칠 전 잡부 나가서는 이웃집에 살던 OO 유리 형을 만났다.
 "아니, 봉수가 이런 일을 해?"
 '예, 잡부 나왔어요'
 "아니, 그 좋은 기술을 두고 왜?"
 그다음 날은 길 건너 배불뚝이 OO 칠 공사 형을 만났다.
 나를 보더니, 눈만 꿈먹 꿈먹 아무 말이 없다.
 마스크와 모자로 가려진 내 모습을 놓고, 긴가민가했을 수도 있겠다.

 둘째 낳고 하루아침에 직장 때려치우고 바꾼 모험.
 안정적인 전업 시인의 길을 걷기 위해 선택했던 쉽지 않은 준비의 기간과 창업.
 그러나 인생의 황금기를 도로아미타불로 보내버린 허망한 시간.
 돌이키면 내 발걸음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기억에서조차 담담한 모두 지난 일이다.



 조심해서 술을 먹었어도,
 오늘 잡부 나가서 한동안 속이 니글거려 뒤지는 줄 알았다.

 

 

 

 
 202106162944수
 김용학/나너그리고우리

 친구와 나 사이에 존재하던 교집합,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 아쉽다

 

 

 잡부 마치고 돌아오는 청주 가로수 길.
 불현듯 떠 오른 기억 한 토막.

 


 아주아주 옛날. 땅꼬마 때.
 아버지 어머니 손을 잡고 청주행 시내버스에 올랐을 때.
 두 분이 바람 쐬러 가셨던 건지 뭔지 그 목적은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아마도 충대 작은 외삼촌께 갔던 거 같은데, 차창 너머로 불어오던 이 푸른 바람.
 뭔가를 자상하게 설명하시던 젊은 아버님. 눈웃음.
 마주 보시던 어머님의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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