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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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왜 이랴!

by 바람 그리기 2024.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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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부 다녀와 푸성귀에 물 주고 씻고 저녁을 먹으려는데 밥통에 딱 두 수저 남은 밥. 라면 하나 삶아 대충 때우고 의도 없이 그대로 픽 쓰러져 잠들었다.
 "아구구구..."
 온몸 뼈마디가 쑤시고 아파 두 시경 눈을 뜨니 그러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겨울옷 빨래한 것 아래에서 베개를 찾아 끄집어내고 바닥에 불을 넣고 안경 단도리하고 남은 밤을 로그아웃했다. 오늘 참석하거나 계획했던 일정이 빡빡해 잡혀 있어 잡부 결근을 결정해서 마음이 늘어진 탓에, 모처럼 개처럼 쑤셔 박혀 잠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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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했던 일정 하나가 본의 아니게 취소되었으니 시간 여유가 생겼다. 먼저 쌀을 씻어 놓고 머리 깎는 것으로 그 빈 시간을 쓰기로 했다. 숙직하고 돌아온 아드님께 바리깡을 빌려 빨래가 만국기처럼 걸린 볕 좋은 오래된 집 마당 한편에 앉았다. 신사 머리로 멋을 낼까? 생각했다가 그냥 밀기로 했다. 귀찮기도 하고, 뒷머리 손 봐줄 사람도 없고... 이놈에 반 곱슬. 눕혀 있는 놈들을 일으켜 세워 빠지지 않고 잘라내려니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5부 정도로 밀었으니 보기 흉하지도 않고, 아마 추석 전까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머리를 감고 들어와 거울 앞에 서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삼월이 언니께서 만화경 속 인물이 되어 거실 유리창 밖에서 두런거린다.


 "자고 올께유"
 '????'
 친정 출근한다는 말씀인데. 어디를 가거나 말거나, 자고 오거나 말거나, 내 사전에는 없던 뜬금없는 이 보고(통보라도 좋고)는 또 뭣이랴? 망령 들었나? 이거야말로 증말,
 '왜 이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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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솥 전원을 넣고 오늘 두 잔째 커피를 타서 서재로 들어왔는데.
 들어와서 컴을 열고 담배 먹으며 파일 정리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고개를 돌려 거실 달력을 확인하고, 폰을 열고 도착했던 공지 알림을 확인하니, 참석하기로 했던 일정이 다음 주다.
 '아이, 띠불...'
 아무도 없는 행사장에 나 혼자 생쑈할 뻔했다.
 진짜, 왜 이랴!!!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선산 보식한 떼 상태가 어떤지 비료 한 봉지 들고 다녀와서 신도심 시화전 하는 곳에나 다녀와야 할까보다.

 

 
 202405041248토
 The_Wood_hats-Red_River_Rockx.3_2022
 배구퍼랏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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