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루틴
본문 바로가기
낙서/┗(2007.07.03~2023.12.30)

우리의 루틴

by 바람 그리기 2022. 8. 10.
반응형


 

 "아이구 짜유! 이이는 간도 안 보고 덮어놓고 간장부터 넣는지 몰러!"


 할아버님 제사.
 손주며느리께서 이번엔 무슨 예술을 하셨는지 탕국이 파랗다.



 "고춧가루 좀 가져오너라"
 기제사든 명절 차례든 식구들이 예를 마치고 철상하고 둘러앉으면, 아버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 아버님께서는 그렇게 탕국에 고춧가루를 풀어 잡수셨는데, 내가 성인이 된 어느 무렵까지 계속되었던 거 같다.
 고조부모에 설, 추석까지.
 한 해 모시는 예가 그리 많았는데, 아버님께서는 왜 그때마다 "고춧가루"를 주문하셔야 했고, 그렇게 하시기 전까지 어머님은 고춧가루를 챙겨드리지 않으셨다.

 할아버님 제사를 마치고 앉아 탕국을 바라보니 불연 그것이 궁금해졌다.
 "간도 안 보고 무조건 간장부터 넣는 남편"의 식습관에 대해, 당신께서 먼저 떠난 후에도 혼잣말로 종종 타박하시던 어머님께서, 일곱 남매 생일상보다 더 많이 모신 제사 때마다 "고춧가루"를 찾는 아버님의 습관을 모르실 리 없으셨을 텐데...
 '왜 고춧가루를 미리 챙겨드리지 않으셨을까?'
 
 사소하지만 소홀할 수 없는 식습관.
 그렇게 서로가 다른 루틴을 간직한 채 부부라는 매듭으로 엮여 평생을 함께하셨나 보다.





 며칠 전 드린 꽃물이 이번엔 단 한 차례에 잘 입었다.
 처음엔, "첫눈과 첫사랑"의 동화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액막이 부작"이 된 연례행사.
 이제는 내 루틴이 되어버린 봉숭아 아까징끼.

 

봉숭아 아까징끼

 이 아침, 오래된 집 벽에 작년에 채종해 심은 왕나팔꽃이 본격적으로 벌기 시작했다.  맞은편 담벼락, 늘 그 자리에서 피던 같은 모양의 어머니 왕 나팔꽃.  어머니 떠나신 후 슬금슬금 줄어들

sbs090607.tistory.com



 

☆~ 詩와 音樂 ~☆

성봉수 詩人의 방입니다

sbs150127.tistory.com


 
 202208100553
 비가 참 많이 온다...

 -by, ⓒ 詩人 성봉수



반응형

'낙서 > ┗(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고 돌고.  (0) 2022.08.13
비는 많이 오고...  (0) 2022.08.11
찔끔 찔끔  (0) 2022.08.09
줄탁동기(啐啄同機)의 나팔을 불다.  (0) 2022.08.06
상사화의 꽃과 잎 같은...  (0) 2022.08.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