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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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우울한 첫눈.

by 바람 그리기 2015.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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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 마당에 나리는 첫눈.

첫눈치고는 제법 온다.

발가락이 시러워…….

 

양말을 신어야겠어.

 

*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올거란 예보에 그제 장에서 비닐을 끊어다 놓고 뒷창문은 미리 단속을 해두었어도,

어제 어머니 병원에 계시는 동안 안채 현관 창에 비닐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시원찮은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시간에 쫓겨 종종거렸더니 피곤했었나 보다.

저녁 먹은 것 치우고, 어머니 잡수시게 고기가 더 물러지라고 장조림에 불 댕겨놓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가 나도 엄마도 잠이 들어버렸다. 불 안 낸 게 다행이긴 하지만, 비싼 소고기 사다가 숯덩어리를 만들었으니…….

속이 상해서 궁리를 해봐도 방법이 없다. 뱃속에 삼월이 새끼들만 계 탄 꼴이네.

혹시라도 밖에 외출할 일이 생기면, 어머니 실수하실라 집안 가스 밸브를 모두 잠그고 나가곤 했는데, 숯덩어리가 된 소고기를 바라보니 어이가 없다.

 

어제 오늘,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워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하다.

겨울에 대한 내 트라우마.

좋아하면서도 늘 힘든 계절.

작년 한 해만 모르고 지나간 듯 싶은 데,

이 우울함이 또 힘든 겨울을 맞는 실마리가 될까

첫눈 까지도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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