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후부터 갑자기 든 치맥 생각도 그렇고.
첫 끼를 차려 앉은 밥상, 그림자처럼 퇴근한 삼월이 언니께서 때맞춰 닭도리탕 한 접시를 건넨 것도 그렇고.
그 밥을 게 눈 감추듯 먹고도 치맥 생각이 더 간절해진 것도 그렇고.
결국 치맥을 시키고,
치킨은 물론이고 맥주 한 캔도 다 비우지 못하고 그대로 똑 떨어진 것도 그렇고...
서재며 거실이며 장소를 아랑곳하지 않고 밤이며 낮이며 때 구분 없이 천지에 파인 잠 구덩이며,
틈만 나면 그 구덩이로 굴러떨어지는 거며,
마치 경각에 달린 목숨을 유지 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체온을 떨어뜨리는 의사의 결연한 급방(急方)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 이외의 모든 활동을 중지시키려고 자꾸만 잠에 빠져드는 것 같은,
자꾸자꾸 잠에 빠져드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말,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내 안 어느 깊은 생채기의 치유를 위해 온 힘을 쥐어짜고 있는 본능의 발현이거나,
기억하는 것과 잊혀가는 것이 상충하는 지독한 명현현상이거나...
어쨌건,
겨울이 봄으로 바뀌는 요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이 내게 벌어지고 있는 이 이상한 일들...
내가 고꾸라져 있는 밤사이,
내 안에서 나와 슬그머니 길 떠난 누구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는지...
202303040500토
Jason Mraz-Bella Luna
반응형
'낙서 > ┗(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낌대로. (0) | 2023.03.06 |
---|---|
지리하다. (0) | 2023.03.05 |
잘했소. (1) | 2023.03.03 |
이랴! 달려봅세, 늙은 말아! (1) | 2023.03.03 |
대관람차가 멈춘 곳. (4) | 2023.03.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