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부.
자재 챙겨 현장 가는 아침.
들판에 쌓인 눈.
앞뒤 겨눌 일 없는 그대로의 만족스러운 감상.
잠깐이었어도, 지금의 내게는 과분한 보이는 데로만 느낄 수 있었던 무념의 시간...
숙취가 있을 만큼 먹지 않았는데,
오전 내 속이 불뚝불뚝 울렁거리며 동반하는 어지러움과 약간의 위통.
요즘 하루건너 한 번씩 지지근한 위통이 있기는 하지만 '약을 사 먹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께름칙하고 불쾌했다.
"삐거덕삐거덕" 고물이 고장 날 일밖엔 더 있겠냐만...
매트도 뜨겁게 하고 잘 잤는데,
담이 든 것인지 어쩐지... 굽혔다 펴기가 불편하도록 엉치가 뒤로 빠지며 허리가 안 좋았다.
그렇게, 허리쯤까지 진창에 빠져 있는 것 같은 몸으로 꼼지락거리는데
"거시기요!"
환청처럼 나를 부르는 목소리.
삐거덕거리는 허리가 언제였냐는 듯, 잠자리 날개라도 단 것같이 파르르 떨리는 단파장의 무조건 반사 같은 맘으로 가뿐하게 허리를 펴 뒤를 돌아봤다.
'이런... 그럼 그렇지! 바지에 누덕누덕 누리미 붙이고 있는 이 늙은 개잡부를 누가 찾것어...'
경망스러웠다.
'성씨! 정신 차렸!!!'
잡부 마치고 씻고 앉았다가 깜빡 졸았고,
저녁 차려 먹고 또 깜빡 졸았다.
설거지는 내일로 패쑤하기로...
그러고 보니 불금이다.
눈 만 꿈먹거리고 앉았느니 잠이 오든 안 오든,
허벅지 찌를 바늘 챙겨 관짝 같은 난방텐트 안으로 들어야겠다.
오늘은 하루를 이틀로 나눠 쓰니 영양가가 있는 건지 어쩐 건지...
코 시리다.
20230128034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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