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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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선물의 기억

by 바람 그리기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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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경 갔던 삼월이 언니.
 저녁 언제쯤 돌아왔는지, 슬그머니 건너와 선물을 놓고 간다.



 그때, 퇴근하신 아버지 밥상머리에서 어린 내가 얹듯 들은 아버지의 단호함.
 "안돼!"
 어머니는 아버지의 단호함을 생경하게 무시하고 내장산 단풍 구경 관광버스에 오르셨고, 다음날 어머니의 부재를 안 나는 어머니 귀가 전까지의 공백을  "역정 내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며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돌아오신 어머님이 차려입고 나간 한복을 채 벗기 전 내게 건네신 선물 "독서대". 독서대를 건네고 아버지 선물로 챙겨 오신 "혁대"를 내려놓으시며 한숨처럼 읊조리신 "남들은 이거저거 턱, 턱, 많이도 사더만... 돈이 있어야 뭐를 사지..."
 순간, 부재의 공포감은 잊히고 어린 내 머리에 몰려들던 '우리 엄마 불쌍하다'. 그 쓸쓸하고 가련했던 기억...
 소풍 가는 내가 챙겨 받은 동전 몇 잎.
 그 몇 잎을 주전부리에 못 쓰고 할머님 브로치와 할아버지 대꼬바리를 사던 기억. 선물을 받고 "기특하다!" 내 등을 쓸어주시던 할머님의 기억...

 다시 건너온 삼월이 언니께서 챙겨 온 기념품 중 하나를 고르란다.-나라면 도록을 사왔다.
 내게는 남 일 같지 않은 은지화를 택했다.



 내가 쓴 시의 반은, 그러니까 스마트 폰이 나오기 전 습작기에 쓴 시의 대부분의 초고는 담배 은박지에 급하게 남겼던 글들이다. "이상"과 "이중섭"을 그때는 왜 같은 부류의 예술가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은박지에 시상을 적으며 그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믿었던...
 군에 입대하기 전,  표현한 대상은 전혀 다르지만 느낌은 비스므리한. 100호 크기로 그려 액자 집에서 아스테이지와 금색 쫄대로 판넬 제작해 누구에게 건넸던 "흔들리는 풀"에 대한 기억. 이 세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겠으나, 문득 떠오른 그 죽을 것 같던...

 "옛사랑의 돌담길"
 80년대 초반. 그러니까 빡빡머리 고등학교 때 처음 들었던 노래.
 그 노래 이후, "대구 달성공원"과 함께 언젠가는 꼭 다녀올 곳이 되었던 덕수궁 돌담길.

 

☆~ 대구의 사랑 / 김만수 / 바람그리기 ~☆

태종대의 자살바위를. 유달산 공원을. 월매주와 춘향주와 이몽룡주를 맛볼 수 있다는 광한루를. 학교를 졸업하면 꼭 다녀오겠다고 다짐하던 고교 시절, 하숙집 좁은 창문 너머로 흩뿌리는 빗방

sbs090607.tistory.com



 그 후에 나온 이문세의 다른 노래로 가끔 잊었던 기억을 상기하던 덕수궁 돌담길.
 교회 종소리가 들려도 좋고 아니어도 좋을...

 작년 말 무렵부터, 그 길을 이제는 혼자라도 다녀오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텔레파시가 너무 강했었는지 삼월이 언니께서 앞서 걷고 오셨다.
 아이들 손에 끌려갔건 어쨌건,
 망상 같은 이미지를 잡고 뭉그적거리는 나보다 낫다. 

 

 
 202301292718일
 혜은이-옛사랑의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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