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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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전문성.

by 바람 그리기 2021.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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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분야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쌓인 것.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이들보다 취사선택이 기민하고 정확한 것"
 내가 생각하는, "전문성"이 외적으로 발현되는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다.

 셋째 초등학교 때, 남생이 기르느라 함께 샀던 플라스틱 어항.
 바깥 샘에 가져다 놓고 먼지 나는 마른 자갈에 물을 계속 넘긴 것이 얼추 한 달은 되었지 싶다.
 그러는 동안 크고 작은 온라인 숍을 돌아다니며 어항에 채워 넣을 것들을 궁리했고.

 "금붕어냐? 열대어냐?"
 "둥근 놈이냐? 길쭉한 놈이냐?"
 "한 마리냐? 여러 마리냐?"
 ...
 결론은, 이제껏 내가 살아오며 자연스럽게 취득한 상식의 범주 안에서는, 온라인에서 사들일 만큼의 전문성이 없다는 것.
 그래서 다소 비싸더라도 직접 매장을 방문해 실물을 보고 전문가의 조언은 구하는 게 옳겠다는.


 지난주 치과 치료하고 잇몸 여기저기를 묶어 놓은 봉합사.
 풀어진 건지 뜯어진 건지 그래서 봉합되지 않은 살이 너덜거리는 건지 혓바닥에 자꾸 다갈리며 신경 쓰인다.
 출입구 데스크를 지키고 앉은 직원의 반응은 "당신 상황이 어찌 되었든 거두절미하고 다음 주 예약일인데 왜 왔느냐?"이고,
 내 아가리를 내려다본 의사는 "묶어 놓은 실입니다"다.
 ???
 (야, 인마! 봉합사면 절개한 곳을 단단히 여미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하고 있어야지, 그게 풀어지고 늘어져 목구멍으로 넘어가게 생겼는데 그게 정상적인 겨? 그래서 내버려 둔다는 겨?)
 혓바닥을 깔짝거려 늘어진 실체를 보여주고서야, "그럼, 우선 늘어진 것만 정리할까요?"


 *지난주, 수술인지 시술인지 마치는 시간에 정확하게 효과가 다한 마취 주사.
 와당탕 쏟아지는 통증에 "금액은…." 어쩌고 하며 설명하는 것을 다음에 와서 듣던지 문자로 보내라며 서둘러 약국으로 향했는데.
 늘어진 봉합사를 잘라내고 나와 지난주 얘기를 이어 달라고 하니,
 간단명료하게 금액만 알려준다.

 '아니, 두 개는 지난 수술 실패해서 다시 심는 거고, 나머지 이번에 새로 심는 거며 치료 방향은 어찌 되는 건지 설명을 해 주셔야지?'
 "아니, 그걸 복잡하게 어찌 다 설명을 해요? 원장님이 뭐도 안 받고 뭐도 안 받고 엄청 싸게 해 주시는 건데요!"
 ???
 (그건 당신들 얘기지? 비전문가인 내가 신경 쓸 것 없이 뚝딱뚝딱 알아서 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 치고, 실패한 시술 AS한다며 입 벌려 놓고, 사전에 이렇다. 설명이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한 행동에 기백만 원 비용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데 "녜, 여기 있습니다" 할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것어? 당신 자식이라도 안 그러것다!)

 "전문성"이라는 양날의 칼을 함부로 휘두른 오만한 사람들 앞에서 참 복잡한 생각이 드네.
 내가 이렇게 잘 참는 사람이 아닌데...


 *어항에 담을 괴기 13마리와  이것저것 액세서리를 함께 들고 신호등 앞에 서 있을 때 걸려 온 전화.
 "동생, 어찌 지내는가? 별일 없지? 내가 연락 안 하면 통 연락도 없고 말여..."
 ~
 '형, 이 더운 날에 짬뽕은 무슨 짬뽕여! 다음에 해요.'

 "통화된 김에 짬뽕이나 한 그릇 할까?"
 형이 말한 짬뽕이 꼭 그 짬뽕만은 아니었을 텐데, 막상 뱉고 나서야 멍청한 대답에 혼자 미안해한다.
 '지금 손에 괴기가 있어서, 얼른 들어가서 온도 맞춰가며 어항에 넣어줘야 하니 미안하지만, 다음에 하지 형!'
 이랬어야 하는 것을 , 쩝.
 이짝으로 저짝으로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원.

 


아침이 되면,
점고하듯 어슬렁거리는...

 


햇살을 보니 오늘도 엄청 덥겠다.
육수들 많이 뽑으소서~!

 

된장 맛이 된장 맛이지 별겨?

 반 대가리 잡부인데도 평소보다 얼추 한 시간을 일찍 마쳤다.  흘린 땀의 총량이야 그런저런 날의 종일과 마찬가지지만, 덕분에 점심을 못 먹었다.  먹긴 먹어야겠는데,  참 덥다.  

sbs150127.tistory.com

 


20210714314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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