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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오래된 집 벽에 작년에 채종해 심은 왕나팔꽃이 본격적으로 벌기 시작했다.
맞은편 담벼락, 늘 그 자리에서 피던 같은 모양의 어머니 왕 나팔꽃.
어머니 떠나신 후 슬금슬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올핸 거짓말처럼 한 송이도 피지 않았다.
단순하게 섭섭해만 하기엔, 뭔가 참 오묘하고 신비로운 일이다.
단 5초 사이의 볕으로도 존재의 명암이 갈리는 실체.
이 짧은 햇살에도 그럴진대...
잡부 다녀오며 애기 새끼손가락만 한 것을 챙겨 와 심은 봉숭아.
여섯 그루 모두가 쑥쑥 자라 꽃 피웠다.
수탉 발모가지만 하게 잘 키워 놓고 씨 받으려고 꽃도 따지 않고 있는데, 삼월이가 한 그루를 잡수셨다.
아파트 화단 응달에 아무렇게나 산재해 있는 것을 챙겨 오며,
'더도 말고 제발 두 가지 색이라도 섞여 있기를...' 바랬었는데,
한결 같이 보라색 꽃이다.
치유의 색 <보라>
이 또한 오묘하고 신비로운 일이다.
이 더위 끝에 실한 씨주머니 여물고 나면, 남은 꽃잎 이겨 손톱에 약 발라야겠다.
20210716073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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