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서 코까지 옮겨 간 비루스.
훌쩍거리며 재채기에 뒷목 땡긴 날.
대간한 몸에, 품 판 돈으로 담배부터 바꿔오는 평상을 포기하고 곧장 집으로.
작업복 벗어 먼지 털어 챙겨놓고 씻고 건너와 수면 내의 챙겨 입고 난방 텐트 안으로.
작정하고 누웠어도 두 시간 남짓 뒤척이다 도로 나와 잠시 멍하니 앉았다 선택한 "신라면 레드"
정상의 몸이었다면, 속도 입도 맵고 대갈빡에 땀도 맺힐 일이었는데 바람 든 무 씹고 있는 것처럼 어느쪽으로도 반응이 없다.
어디 기혈이 단디 막히긴 막힌 모양이다.
쌍화탕 한 병 데워 먹고 두터운 잠바 겹쳐 입고 자리에 두어 시간 누워야겠다.
부디,
이마에 식은땀 송골송골 맺히도록 기가 돌아 시원하게 기지개 켜는 아침을 맞길.
불편한 몸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는 나약한 맘이 측은하다.
난방 텐트에서 나와 멍하니 앉았을 때, 무각굴(霧刻窟) 어두운 정지(停止) 안에, 어디 아득한 골짜기에서 들려온 풍탁(風鐸) 소리.
"잘 살아 있냐"는 소리다.
"잘살고 있다"는 소리다.
그 모든 침묵을 아우르는 바람 같은 소리다.
정호승 시인의 풍경이 순진한 내 가슴에 이렇게 달리는 소리다.
이국땅 운무 가득한 산정.
포대화상의 머리 위에 일렁이던 바람종 소리를 기억한다.
온라인숍에서 몇 번 망설이다 포기한 기십만 원의 그 바람종.
운무 가득한 산정에서 돈값을 확인한 그 바람종,
돌아오는 봄에는 이 굴에 들여야겠다.
202401250416목
송창식-밤눈(1974)mix_Echo+눈길걷는소리
코로나상비약으로 챙겨뒀던 약, 계제에 잘 써먹는다.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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