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 돌아 제자리, 인생 운칠기삼(運七氣三)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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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뱅뱅 돌아 제자리, 인생 운칠기삼(運七氣三)이로다.

by 바람 그리기 2024.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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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점으로 쌀국수 도시락을 먹다가,
 "저 앞 침대에 여자가 먹는 게 뭐여?"라던, 어머님과의 한때를 잡고 우울하게 멈춰 섰던 날,
 블로그도 멈췄습니다.
 
 무엇이 어찌 된 사항인지 전후 사정 통보받은 것 없이 로그인 자체가 불가능했고, 그 세부적  진행 과정의 실체를 모르는 것은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제 기간이 풀리고 방에 들어와서야, 짐작했던 포스팅 때문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같은 내용의 포스팅이 이 방에도 있으니 참 웃기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포스팅을 하고 나면 같은 상황 반복되기 전에 이 방에 그 포스팅은 잠가둘 생각이고요.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담배 먹는 젊은 봉수" 이미지가 네이버 검색 첫 화면에 오랫동안 걸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거, 아슬아슬한데...'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그 사진이 노출에서 사라졌는데요, '짐작했던 일이 생겼구나'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때맞춰 '로그인 불가'라는 희한한 상황을 맞닥뜨리니, 수사극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한 후 도식적으로 전개되는 해결의 단초 "주변에 원한 살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가 떠오르며 별별 상상과 짐작들이 꼬리를 무는데요, '긁어 부스럼 만들라' 가타부타 말고 침묵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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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방에 들어오지 못하는 동안 제대로 격식 차려 혼술 하며 독거노인 뒷방노인네 역할에 충실했고요.


 연락 온 모임도 참석하고, 뜬금없이 잡힌 잡부도 나가며 밥풀로 때우는 것 같더라도 그때그때 그날그날 지금을 살았고요.


 그러는 동안 따뜻한 이국으로 가출한 둘째가 다니러 왔고요.

초1, 한해동안 병원 입원했던 무렵 문병 오신 큰 이모께서 "조카, 얘는 꼭 지 셋째 이모다"하시더니. 정말 그런 것도 같네.


 덕분에 삼월이는 일 년 만에 목욕했고요.


 아드님이 어디 댕겨오며 주태배기 애비께 술을 사다 슬그머니 디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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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둘째 귀빠진 날이었는데요, 미역국 생일상을 차리며 삼월이 언니가 말합니다.
 "귀국하고 얘 밥 차려주는 게 첨이네 호호호~"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물건을 두고 "인정이는 애들을 사랑으로 키워. 애들 나무라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라고 삼월이 언니 엄마께서 탄복하셨으니, 아무리 세상만사가 관점에 따른 여반장이라고는 해도 그 손바닥 참으로 두껍네 ㅉ ㅉ)

저녁, 우산 쓰고 장화 신고 둘째 생일 케이크 사러 나선 길.
 아침 먹으며 "잡채가 먹고 싶네. 잡채 사 먹으야지~" 라던 말이 생각납니다. 미역을 자르지 않고 생일 국 끓이는 삼월이 언니. 시엄니께 사사한 그것은 루틴이 되었으면서 정작 명 길으라고 점심에 국수 챙기는 것은 본 꼴이 없고 볼 일도 없을 듯합니다(지 새끼들에게도 이러니, 이 음한 여자가 그에 대한 뭔가 속 생각이 있으리라 좋게 짐작합니다. 지금은,) 그래서 국수도 못 얻어먹는 아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니, 빵집 길 건너 마트에서 당면과 요것 저것 재료를 사 돌아왔습니다(어깨는 아파 죽겠는데, 우산 속에서 케이크 박스와 장 본 것 한 손으로 들고 오느라 뒤질 뻔했음)
 친정 간 삼월이 언니 돌아오기 전에 재료 손질해 뒀다가, 귀가 시간에 맞춰(누가 주인공인지 원...) 잡채 한 접시 뚝딱 볶아 케이크 상에 함께 올렸습니다.


 "애는 꼭 음식을 앞에 두고 코로 냄새부터 맡어? 체신머리 없이 그러면 못 쓰는 겨!"라던 살아생전 어머님 말씀.
 둘째가 이번에도 변함없이 잡채 접시에 코를 먼저 박고 킁킁거리며 "맛있겠다" 소리를 연발합니다. 그 변하지 않은 모습을 바라보며 '개띠라 그런가?'라고 잠깐 생각했습니다.


욕실 수건걸이에 펼치지 않고 아무렇게나 쑤셔 걸린 수건.
 그 수건을 보며 빙긋 웃으며 생각했습니다.
 '아이구, 이 덜렁이 범버꾸가 오긴 왔구먼...'
 옛말에 "든 자리는 표 없어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둘째의 경우는 어쩌면 이리 정반대인지 모르겠습니다. 삼월이 목욕시킨 것도 그렇고 아무렇게나 걸어 놓는 수건의 경우도 그렇지만, 둘째가 욕실에서 나오면 서울과 부산으로 놓여 있는 슬리퍼도 그렇고, 절간 같던 바깥채가 시끄러워진 것도 그렇고요. 하긴, 성격이 그러니 먼 이국에서 혼자 돈 벌며 학교 다니는 것이 가능했겠지요.
 셋째는 막바지 시험 준비에 열중하느라 얼굴 본 지 오래인데요, 6월부터 본격적으로 매달린 공부이지만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확신합니다. 지가 월남 여행 가서 마주하는 그 많은 부처님마다 얼마나 빌었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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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의도하지 않게 예상하지 못한 일에 휘둘리기도 하고, 예상했어도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 두 경우 결과가 부정과 긍정의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는 당사자의 "역량과 자세"에 의해 달라집니다. 물론, 인생 운칠기삼(運七氣三)의 대전제야 변함없겠지만요.ㅎㅎㅎ
 이번 '로그인 차단'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일을 경험하며 확인했습니다.
 "내가 이 가상의 방에 들락거린 것이, 관종자의 습관이 아닐뿐더러 중독은 절대 아니었구나"
 뭐, 그냥 가벼워졌다는 말이겠지요.

 이미 예상했어도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 다반사인 사람 사는 일.
 맞닥뜨린 그 상황에서 "답을 찾지 못했던 그간의 여정이 둥글고 가벼워지고 있으리라" 여깁니다.

 

 
 202401211804일
 신유-시게바늘 리믹스
 오늘도 다 갔고, 또 한 끼 먹을 시간이네.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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