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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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프다. 몹시 불쾌한 꿈에서 눈을 떴다. 며칠 전에는 슬하의 어린아이처럼 지나치게 유쾌하던 평상의 내가 "농약을 먹는 사고"가 있었고, 진균제인 그 농약은 '단 한 방울이라도 구강점막과 접촉하는 순간, 당장은 표가 안 나도 시간이 흐르며 발현되는 화학반응으로 인해 장기가 하나하나 녹아 들어가 시름시름 앓다가 꼴까닥'하는 백약무효 처치 불가의 극약인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런 내 앞에 어머님께서 생시처럼 나타나셨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아, 농약 중독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어디 먼 타국에 돈 벌러 떠난다는 핑계라도 둘러대고 나를 아는 모두의 기억에서 씩씩하게 슬그머니 증발해야겠다'는 다짐을 되뇌다 잠에서 깼다. 내 추저분한 마지막을 들키지 않아야 하겠다는 조급함이 앞서, 모처럼 뵌 어머님께 반가운 인사도 못 올.. 2024. 4. 3.
손님. 무슨 세미나였는지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문학단체 주관의 그 세미나에 그이가 참가했다. 나도 그이도 서로가 오래전 알았던 그때의 그 사람인 걸 한눈에 알아봤지만, 행사에 참여한 공적인 대화 이외에 서로에 대한 어떤 사담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사람과 사람으로 패널과 패널의 입장에 충실해 각자의 의견을 내고 반론도 제기하며 다른 참석자들과 다를 것 없이 시간을 보냈다. 행사가 끝나고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위해 예약된 장소로 자리를 옮기는데, 어둑해진 거리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들쭉날쭉하긴 했지만, 그 기세가 금방 멎을 것 같지 않고 양도 바짓단에 젖을 정도로 웬만하다. 갑자기 심란해진 날씨에, 우르르 몰려가던 일행 끝을 천천히 따라오던 그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 죄송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2023. 4. 3.
꿈에서 나와. "내가 부르기 전에는 여기서 나서지 말어요. 나서지 말고,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도 말고, 그 안에서도 그믐밤의 그림자가 되어야 해요. 당신은 그냥, 그 꿈의 성을 지키며 머물러 있으면 되는 것이어요" 그렇게 나는 꿈에서 깨어나, 담배를 물고 거울 앞에 서서 지난 꿈속의 내 모습을 생시의 내가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거울 /성봉수 거울 / 성봉수 사랑이 아니라 한들 어떻습니까 손잡을 수 없는 저편 벽 너머에 그대 서서 꿈인 듯 생시인 듯 어른거려도 내가 나를 보고 그대가 그대를 보는 일인들 이 또한 어떻습니까 추운 겨 sbs150127.tistory.com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꿈과 생시의 어디쯤을 걷고 있는 걸까...' 202302270524월.. 2023. 2. 27.
모닝 담배. 더 자면 못 일어날 듯하니, 두통을 핑계로 일찍 연 잡부의 아침. 202301200500금 꿈 한번 드럽게 꿨네. 2023. 1. 20.
다행이다. 지르박인지, 자이브인지, 차차차인지, 삼바인지, 신나게 춤을 췄다. 스텝이 꼬여 자빠지며 번쩍 눈을 뜨니 정규방송 전의 티브이에서 이 음악이 흐르고 있다. 다행이다. 마빡이 bgm이라도 흐르고 있었다면, 눈팅이 밤팅이 될 뻔했다. 눈을 뜨니, 뚜껑이 열린 재떨이가 옆에 놓여 있다. 이거야말로 정말 다행이다. 202208140512일 Bellini-Brazil mix 마빡이 오락가락하는 비. 꿈에 뵌 부모님. 모두 편안해 보여 다행이다만, 선산에 물골이라도 난 건 아닌지... ☆~詩가 된 音樂~☆ 잊을 수 없어 & 슬퍼 마오 / 이세진 잊을 수 없어 슬퍼 마오 안타까운 마음때문에 괴로웠서도 행여나 그 님이 올까 기다려지네 흘러가는 저 구름아 내 님의 소식을 전해 주렴아 아아 잊을 수 없어 잊을 수 없어 잊.. 2022. 8. 14.
보이스피싱 외출에서 돌아오는데 아버지께서 급하게 골목을 나오고 계신다. 상아색 면바지 위에 면도날처럼 반듯하게 잡힌 주름이 눈에 들어온다. 젊은 아버지께서는 퇴근하시면 씻고 양복을 갈아입고 머리칼에 포마드를 발라 빗어 넘기고 향수를 뿌리고 집을 나서셨단다. 무도장으로 향하는 그런 아버님께 "어디 가셔유?"란 한 마디조차 건네 본 적이 없다고. 왜 그땐 그리 등신 같았는지 모르겠다고. 양 젖에 아이들을 물리던 배고프고 고단하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실 때마다 어머님께서 가끔 푸념하곤 하셨다. 아버지께서 새로 장만한 옷은 석고 본을 뜨듯 품이 꼭 맞아야 했으니 옷소매 역시 팔목 언저리를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언제나 수선의 가위질이 거쳐야 했다. 그러니 대문 밖으로 단 한 발짝을 딛더라도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2022. 2. 20.
청와대 국민청원 episode 1 화장실 다니러 건너채에 갔다 나오며 아내에게 지나가는 말로 묻는다. '어째 아드님이 안 보여?' 대답을 듣기 전 안채로 건너서려는데 얼핏 눈에 들어온 아내의 표정. 문을 열고 딛던 발을 멈추고 다시 묻는다. '어디 갔어?' 순간 아내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변비 걸린 염생이 똥 같은 말들을 톡, 톡, 떨어트린다. "며.. 칠. 됐.. 어. 요..." '뭐가?' "안 들어온 지가..." '왜? 뭔 일인데?' "..." '직장은? 직장엔 나가는 겨? 전화는 해 봤어?' "..." '뭐여, 도대체! 일 저질렀구먼. 직장도 안 나가고! 그러면 나한테라도 얼른 얘기해서 돌이킬 수 없기 전에 서둘러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묵언수행하고 있는 겨! 직장에서 잘리기 기다리고 있는 겨?.. 2022. 2. 14.
어른 노릇 한다는 것. 꿈에 돌아가신 번암 작은 외할아버지를 뵈었습니다. 집안 큰 살림을 책임져야 했던 형과 달리 부잣집 둘째 아들로 사랑을 듬뿍 받아 호강하며 컸다는 둘째 외할아버님.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젊어서부터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다녔다는 할아버지. 훤칠한 키와 인물. 도인처럼 유려한 성품. 그 때문인지, 외종 형제분들도 모두 둘도 없인 인자한 분들입니다. 근교에 살고 있지만 어르신들 작고한 이후는 왕래 없이 지내왔는데요, 갑작스레 꿈에 나타나시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왜일까? 곰곰 생각하다 답을 찾았습니다. 그제 잡부 간 곳이, 멀리 댁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거든요. '친척도 얼마 없는 놈이 사람 노릇도 못 하고 참 푼푼하게 산다.' 댁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했더라니, 그 잠시의 두런거림이 무의식의 바다를 일렁이게 했.. 2021. 3. 28.
기억의 눈, 황금의 눈. 잡부 다녀와 미뤄 두었던 속옷과 양말 설 오기 전에 빨아 널며 용산역 노숙인 냄새가 절은 몸에 모처럼 물 구경 시키고 이것 저것 꼼지락거리다 식모커피 한잔 타 서재로 들어와 종일 종종거린 몸을 기지개 켜는데 때맞춰 기다린 듯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가 술밥 먹고 돌아와 안방 매트에 전원 올려놓고 서재 형광등도 제빛을 찾으라 미리 켜 놓고 낮에 빨아 넌 베개 커버를 완전히 말려 챙겨 들어갈 생각으로 거실 바닥에 깔아 놓고 티브이 앞에 앉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가 깨기를 밤새 반복하다가 새벽 무렵 안방 전열기 끄러 들어갔다가 이불 위에 엎어져 한 10분 또 누워있다가 다시 거실로 나와 엎어져 있다가 배춧국에 밥 말아 조금은 과한듯싶은 아침을 챙겨 먹고 담배 먹으며 기웃하게 앉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기를.. 2021. 2. 9.
라면이나 하나 삶아 먹을까? 거실로 나와 장판 전열을 넣고 앉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서재에서 오그라들어 있던 핏줄이 그 온기에 달콤하게 녹아들었나 보다. 설탕 같은 30여 분의 그 짧은 시간 동안, 도착해 있는 몇 통의 부재중 전화와 기억할 수 없이 뒤섞인 꿈. 전화벨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끈끈하게 녹아 꿈의 밑바닥에 달라붙은 '달고나' 같은 잠. 갑자기 떠올렸으나, 기억나지 않는 꿈처럼 두루뭉술 뒤섞여 떠오르지 않는 글자. 당황스럽다. 애써 기억을 되돌리긴 했지만, 두루뭉술 내 안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이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꿈을 꾸듯 말이다. 버들피리/꿈찾아가리 아침 점심 두 끼를 다 먹은 날. 지금 저녁을 먹었으니 누천년 만에 세 끼니를 다 먹었다. 2021. 2. 5.
세시 반. 어머니를 뵈었다. 생시처럼 아들 걱정뿐인 당신. ... 방 장판에 전열을 넣어놓고도, 왜 방에 들어가지 않고 이러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오후에 행사. 오전엔 보일러 철거해야 하고, 손톱 아래까지 배인 이 기름때, 쭈글쭈글 얼룩덜룩한 이 손을 어떡하나…. -벌써 애국가 울린다. 연우 훈련소 마지막 사진이 올라왔다. 어머니 계심,손자 보고싶다며 매일을 훌쩍이셨겠지... 202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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