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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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과 두통 한 갑자를 넘긴 첫 밤.  돌아가신 부모님부터 시작해서 누님, 매형들과 울 안의 가족과 울 밖 한때의 얼굴들까지...  얼굴이라는 얼굴은 모두 나타나서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여러 곳을 가늠 없이 왕왕거리며 우르르 몰려다녔다. 이제 곁에 없는 이들도 이별의 기억은 까맣게 지워져 반겨 안을 이유도 없을 만큼 생시의 복닥거림으로 몰려다녔는데.  삼경 무렵 흉통의 고통에 번쩍 눈뜨고야 그 희한한 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극심한 두통.  "혈압이 높은가?"  뻐개질 것 같은 통증의 뒤통수를 쓸어내리며, 꿈 밖으로 불러낸 것이 흉통이 아니라 이놈임을 알았다. 숙취의 두통도 이 정도로 심한 적이 없었는데... "사고가 얽혀 처리 용량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두통으로 정의하며 살아왔는데, 한.. 2024. 12. 16.
손님. 무슨 세미나였는지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문학단체 주관의 그 세미나에 그이가 참가했다. 나도 그이도 서로가 오래전 알았던 그때의 그 사람인 걸 한눈에 알아봤지만, 행사에 참여한 공적인 대화 이외에 서로에 대한 어떤 사담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사람과 사람으로 패널과 패널의 입장에 충실해 각자의 의견을 내고 반론도 제기하며 다른 참석자들과 다를 것 없이 시간을 보냈다. 행사가 끝나고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위해 예약된 장소로 자리를 옮기는데, 어둑해진 거리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들쭉날쭉하긴 했지만, 그 기세가 금방 멎을 것 같지 않고 양도 바짓단에 젖을 정도로 웬만하다. 갑자기 심란해진 날씨에, 우르르 몰려가던 일행 끝을 천천히 따라오던 그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 죄송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2023. 4. 3.
꿈에서 나와. "내가 부르기 전에는 여기서 나서지 말어요. 나서지 말고,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도 말고, 그 안에서도 그믐밤의 그림자가 되어야 해요. 당신은 그냥, 그 꿈의 성을 지키며 머물러 있으면 되는 것이어요" 그렇게 나는 꿈에서 깨어나, 담배를 물고 거울 앞에 서서 지난 꿈속의 내 모습을 생시의 내가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거울 /성봉수 거울 / 성봉수 사랑이 아니라 한들 어떻습니까 손잡을 수 없는 저편 벽 너머에 그대 서서 꿈인 듯 생시인 듯 어른거려도 내가 나를 보고 그대가 그대를 보는 일인들 이 또한 어떻습니까 추운 겨 sbs150127.tistory.com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꿈과 생시의 어디쯤을 걷고 있는 걸까...' 202302270524월.. 2023. 2. 27.
모닝 담배. 더 자면 못 일어날 듯하니, 두통을 핑계로 일찍 연 잡부의 아침. 202301200500금 꿈 한번 드럽게 꿨네. 2023. 1. 20.
다행이다. 지르박인지, 자이브인지, 차차차인지, 삼바인지, 신나게 춤을 췄다. 스텝이 꼬여 자빠지며 번쩍 눈을 뜨니 정규방송 전의 티브이에서 이 음악이 흐르고 있다. 다행이다. 마빡이 bgm이라도 흐르고 있었다면, 눈팅이 밤팅이 될 뻔했다. 눈을 뜨니, 뚜껑이 열린 재떨이가 옆에 놓여 있다. 이거야말로 정말 다행이다. 202208140512일 Bellini-Brazil mix 마빡이 오락가락하는 비. 꿈에 뵌 부모님. 모두 편안해 보여 다행이다만, 선산에 물골이라도 난 건 아닌지... ☆~詩가 된 音樂~☆ 잊을 수 없어 & 슬퍼 마오 / 이세진 잊을 수 없어 슬퍼 마오 안타까운 마음때문에 괴로웠서도 행여나 그 님이 올까 기다려지네 흘러가는 저 구름아 내 님의 소식을 전해 주렴아 아아 잊을 수 없어 잊을 수 없어 잊.. 2022. 8. 14.
보이스피싱 외출에서 돌아오는데 아버지께서 급하게 골목을 나오고 계신다. 상아색 면바지 위에 면도날처럼 반듯하게 잡힌 주름이 눈에 들어온다. 젊은 아버지께서는 퇴근하시면 씻고 양복을 갈아입고 머리칼에 포마드를 발라 빗어 넘기고 향수를 뿌리고 집을 나서셨단다. 무도장으로 향하는 그런 아버님께 "어디 가셔유?"란 한 마디조차 건네 본 적이 없다고. 왜 그땐 그리 등신 같았는지 모르겠다고. 양 젖에 아이들을 물리던 배고프고 고단하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실 때마다 어머님께서 가끔 푸념하곤 하셨다. 아버지께서 새로 장만한 옷은 석고 본을 뜨듯 품이 꼭 맞아야 했으니 옷소매 역시 팔목 언저리를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언제나 수선의 가위질이 거쳐야 했다. 그러니 대문 밖으로 단 한 발짝을 딛더라도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2022. 2. 20.
라면이나 하나 삶아 먹을까? 거실로 나와 장판 전열을 넣고 앉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서재에서 오그라들어 있던 핏줄이 그 온기에 달콤하게 녹아들었나 보다. 설탕 같은 30여 분의 그 짧은 시간 동안, 도착해 있는 몇 통의 부재중 전화와 기억할 수 없이 뒤섞인 꿈. 전화벨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끈끈하게 녹아 꿈의 밑바닥에 달라붙은 '달고나' 같은 잠. 갑자기 떠올렸으나, 기억나지 않는 꿈처럼 두루뭉술 뒤섞여 떠오르지 않는 글자. 당황스럽다. 애써 기억을 되돌리긴 했지만, 두루뭉술 내 안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이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꿈을 꾸듯 말이다. 버들피리/꿈찾아가리 아침 점심 두 끼를 다 먹은 날. 지금 저녁을 먹었으니 누천년 만에 세 끼니를 다 먹었다. 2021. 2. 5.
세시 반. 어머니를 뵈었다. 생시처럼 아들 걱정뿐인 당신. ... 방 장판에 전열을 넣어놓고도, 왜 방에 들어가지 않고 이러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오후에 행사. 오전엔 보일러 철거해야 하고, 손톱 아래까지 배인 이 기름때, 쭈글쭈글 얼룩덜룩한 이 손을 어떡하나…. -벌써 애국가 울린다. 연우 훈련소 마지막 사진이 올라왔다. 어머니 계심,손자 보고싶다며 매일을 훌쩍이셨겠지... 202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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