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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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9

싹아지 없는 개 잡부에서 돌아와 대문을 밀치고 터벅터벅 장화를 끌며 골목 안으로 들어옵니다. 마당 안쪽에서 "컹, 컹" 삼월이 짖는 소리가 딱 두 마디 울리고 멈춥니다. 장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쇳대 챙겨 마당을 돌아 삼월이 우리 앞을 지나칩니다. 삼월이 년이 우리 안 깊숙히 웅크리고 앉아 눈깔을 뗑굴뗑굴 굴리며 쳐다봅니다. 그런 개집을 지나쳐 문 따느라 쇳대 짤강거리자, 삼월이가 톡 튀어나와 바깥채 문 앞에 서서 허리를 활처럼 휘며 몸을 배배 꼽니다. 지 언니 이불 위로 좌정하게 얼른 문 열어달라는 얘기지요. 반응 없이 쌩까고 안채로 들어왔습니다. "싸가지 없는 년!" 대문 앞은 고사하고 골목 입구까지라도 나와 뒷방 노인네 귀가를 반겨달라고는 바라지 않습니다. 독거노인 귀가에 반갑게 쫓아 나와 귀를 젖히고 발랑.. 2024. 1. 9.
똥싸배기 지지배 신도심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고운동? #아름동? #세종시립도서관 #1000 #한국잡지협회 sbs210115.tistory.com 더보기 "창밖으로 펼쳐지는 가을 풍경"에 몰입하고 싶어서, 집 나서면서 걸려 온 "같은 차편을 이용하자"는 배려를 마다하고 시내버스에 올랐습니다. 이동 거리가 30분 남짓으로 너무 짧아 "가을 풍경"에 심취하려던 의도는 실없는 것이 되었고요, 행사 시작 전 얼추 4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떠날 때 생각했던 대로, 전 층을 쭈욱 둘러봤습니다. 관련 도서가 비치된 4층 서가. 한 해 발간되는 시집이 얼마이고, 그중 '김소월에서 아무개까지...'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만 해도 적지 않은 양일 텐데 비치된 양이 의외로 적어서 머쓱했습니다. 뭐... 시집이 다른 도서에.. 2023. 10. 26.
봄을 맡는 삼월이 개구리 꼼지락거리는 푸른 비린내가 나는 걸까? 새싹이 꿈틀꿈틀 땅을 가르는 새콤한 향기라도 나는 걸까? 오래된 집 마당 양달을 찾아 앉은 삼월이. 바람종 소리에 실려 오는 저만치 것들을 앞서 맞아, 연신 코를 벌름거리고 있다. 202303030248 미소라 히바리-북극의 봄2023 바람종 소리, 환장하게 이쁜... 삼월이는 코로 듣고, 나는 귀로 맡는 저만치 오는 것들. 북극의 성안에서 봄을 기다리던 이여, 그 간절하던 기다림을 기억하며 내 하루를 또 걸어보자. ★~詩와 音樂~★[ 詩集 『바람 그리기』] 북향의 화단 / 성봉수 북향의北向 화단 / 성봉수 북향의 화단에는 봄이 오기 전에는 눈이 녹지 않으리라 겨울을 잡고 맞은 이별은 이별로 얼어 늘 떠나가고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얼어 가슴 속을 아프게 긁는 .. 2023. 3. 3.
니나 나나. 배추 물 주느라 옥상 오르락거려도 삼월이 할매께서 기척이 없으시다. 부산 떤 것 다 마무리하고 기침 인사 올리려 조아리는데도 묵묵부답. '이상타? 요즘 털갈이 때문에 지 언니께서 안에 못 들어오게 하시니, 안에는 없을 텐데?' 카메라 후레시를 켜고 확인하니 안에 계시는데, 의뭉 맞게(또는 귀찮거나) 눈까리를 내리깔고 모르쇠다. '애이고, 니도 할머니가 돼서 추위를 타는가 보다...' 잔뜩 웅크린 그 모습에 혀를 차고 뒤돌아서는데 뒤통수가 뜨겁다. 니나, 나나 ㅋㅋㅋ 2022. 11. 6.
도도하게. 배추 추비와 칼슘 액비를 주러 올라간 옥상. 우리에 칩거하던 삼월이가 떼꾼한 눈으로 따라나선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 잡으시더니, 목이 긴 즘승이라도 된 꼴로 대가리를 허공으로 향해 이리저리 콧구멍을 벌름거린다. 풀을 뽑으며 그 모습을 곁눈으로 훔쳐보니, 어울리지 않게 도도해 보인다. 온몸으로 내게 건네는 말, "어이 성씨, 갈여! 갈!" 장독대에 엉겅퀴 하나가 모르는 언제 뿌리 내리고 꽃 피고 씨를 맺었다. 뽑으려던 손을 멈칫하고 돌아섰다. '어차피 다 보낸 한 생인데 혼이 있다면 눈 구경이라도 하거라...' 술밥 먹고 귀갓길 담배 사러 들린 편의점. 셋째 줄 다크 초코릿과 까까 한 통을 함께 샀다. "평상을 유지하며 뒷심을 발휘하길" 바라는, 애비의 비방이다. 오랜만에, 콧노래도 없고 비틀거림이 .. 2022. 10. 6.
바람 든 개. 삼월이 ㄴ, 식구들이 출근하고 빈집(나는 영양가 없는 투명 인간이니)이 되고 나면, 종일 우리에 칩거하고 누가 들고 나건 식음 전폐하고 꼼짝 않는다. 이 미친 ㄴ의 가관인 모습을 보자니 유구무언이다. 그러다 지 언니와 셋째 몸종이 집에 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팔랑거리며 바깥채 식탁 아래로 마당으로 옥상으로 뒤꿈치에 매달려 보낸다. 어제오늘, 식구가 모두 집에 있으니 지 언니 똥구멍에 매달려 신이 났는데, 당장 내일부터 또 일주일을 어찌 지낼지 걱정이다. 마당이 있으니 집 안에 갇혀 지낸 것도 아니고, 사람 먹고 남은 잔반으로 먹이를 준 것도 아니니 천하게 대한 것도 아니고, 비 피하고 추위 피하고 집안 신발이며 오만 잡동사니 물어다 쌓아 놓는 혼자만의 사생활이 보장된 처마 아래 제집도 있고. 그것.. 2022. 9. 18.
네 덕에 산다 마당을 둘레거리다가 그냥 들어왔다. 감잎 낙엽 수북하게 쌓인 화단과 서리에 미역줄기처럼 늘어진 붓꽃 잎을 보니, 이 정적의 공간을 헤집고 수선 떠는 것이 왠지 마땅치 않아서... ★~詩와 音樂~★ [ 시집 『너의 끈』] 겨울 산 아래에 서서 / 성봉수 겨울 산 아래에 서서 / 성봉수 시린 바람이 기억을 후리는 겨울 산에서야 감춰 두었던 골짝을 보았습니다 골마다 버티고 선 나무를 보았습니다 나무마다 밟고 선 낙엽을 보았습니다 햇살과 비와 sbs150127.tistory.com 눈뜨면 번쩍 하루가 간다. 배는 고픈데 설거지는 귀찮고... 화단에다 마스크 버린 인간 도대체 누구여! 2022. 1. 5.
귀하신 개 녀, 삼월이. 잡부 반 대가리를 깔끔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완연한 봄날이다. 장화를 끌며 역 광장을 가로지르다 봄볕 아래의 평화로운 정적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흡연 구역 돌의자에 앉았다. 기차가 들어오고 하나둘 광장을 가로지르는 사람들. 예전의 나처럼 반 팔 옷을 입은 성급한 젊은이도 보이고... 집으로 돌아와 장화를 바꿔 신는데 역시, 슬리퍼가 한쪽뿐. 꾸지람을 주려고 삼월이에게 다가서다가 문득, '아차, 고시 공부하는 셋째에게서 반찬 싸 들고 오라는 호출받고 삼월이 언니가 어제 집 떠났지!' 내가 아침에 나가며 챙겨주지 않았으니 쫄쫄 굶었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사료를 챙겨 주니 코만 벌렁거리고 외면한다. 손으로 잡아 대령하니 그제야 오도독오도독 맛있게 잡수신다. 헐~~~ 셋째 집에 있을 때는 겨우내 사랑.. 2021. 3. 14.
노숙자 댕댕이, 삼월이. 삼월이. 대문을 밀치고 들어와도 기척이 없다. 삼월이 언니는 "그래도 얘가 있어서 집 지켜준다"라며 칭찬하지만, 집에 사람이 없을 때는 누가 들어오건 말건 반응이 없는 두 얼굴의 가이라는 걸 진작에 알고 있는 터다. (혹시, 열려진 문으로 외출이라도 했나?) 예전 무단가출 후 며칠 만에 귀가하면서 쪼그러진 심장 탓에, 저 혼자는 밖에 나서지 않지만 너무 기척이 없으니 궁금하다. 쓰고 나갔던 마스크를 벗어 서재 창 아래 빨랫줄에 거는데, 샘에 걸린 거울에 삼월이가 보인다. "수가, 수가, 이럴 수가!" 우리에 미동도 없이 드러누워 거울을 통해 나를 보고 있다. "헐..." 니가 사람이니? 가이니?... 현관문 여는 소리를 듣고서야 쪼르르 달려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얻어먹을 것이라도 없는지' 아양을 떠는데..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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