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ㅁ안방'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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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61

서양 하꼬방 이번 귀국 때야 5년 만에 처음 물어 본 숙소. "공용 공간으로 화장실 두 개와 주방 정도를 쓰는 에어컨 없는 쉐어하우스(sharehouse)" 오늘 검색해 살펴보니 맘이 편치 않다. 한 골목 더 들어가 그래피티(graffiti) 범벅인 곳보다야 험하지 않고, 정원 있는 개인 주택도 드문드문 섞여 있는 주거지역이라 다행이긴 하다만. 천상, 허름한 구도심 지붕 낮은 구옥에 사는 우리나라에 온 외노자들의 숙소가 연상 된다. 동네에서 제일 형편 없고 영락없는 하꼬방 같은 집. 내부의 사정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상상하고 짐작하던 것보다 더 열악하다. 이럴 땐, 내가 "돈 좀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살아간다"는데, 타관 객지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형편을 생각하면,.. 2024. 2. 21.
우수의 밤비에 눕다. '엄마가 먼저 대답해 주기를...' 입 다물고 있다가, "도착하고도 4시간 기다렸다가 국내선으로 환승한다"라고 했으니 이쯤이면 도착했겠거니 보낸 답신. 환승 터미널에서 보내온 사진. 원래 비행장이라는 곳이 그렇기는 하겠지만, 지평선만으로도 '참 넓은 땅덩어리구나...'는 생각과 '이제 어쩌면 그곳이 더 편하겠구나...'라는 생각. 그렇게 아이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모처럼 회주(灰酒)로 술밥 먹고 돌아온 이른 밤. 봄비 내리는 소리가 기똥차다.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봄비 / 성봉수 봄비 / 성봉수 봄을 앞선 첫 비가 오는 날 덕이네 막걸리가 만원이다 그놈에 첫째가 뭤이간데, 저마다의 첫 번째를 싸들고 술도가에 모여들었다 나는 시큼털털한 막걸리를 휘휘 저어 남의 것이 sbs150127... 2024. 2. 19.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겨우내 따뜻한 바깥채에서 지 언니와 한 이불 쓰며 살이 통통하게 오른 삼월이. 정작 날이 따뜻해지니 밖으로 쫓겨나기 일쑤다. 아마도 또 털갈이가 시작되려는지 "털이 너무 빠져서 안 돼유!"라는 지 언니에게 쫓겨나는 게지만, 내가 보기엔 출근복에 하나 붙으나 열 개 붙으나 개털 범벅인 건 매한가지일 텐데 변심이 유난스럽다. 여지없이 쫓겨난 삼월이. 바깥채 화장실로 용변 보러 안채 부엌문을 밀치고 나서는데, 정체불명의 앓는 소리를 내며 날리다 난리. 이 지지배, 이젠 아예 로 내가 인식되어 있나 보다. "봉수 노인네! 얼른 문 열 거라 문 열어!" 봄이 왔는데 겨울로 쫓겨 난 삼월이. 이거야말로 춘래불사춘이 아니던가? ■ 似[人](人+以)닮을 사 / 닮다. 같다. 비슷하다. 흉내내다. 잇다. 상속하다. 보이.. 2024. 2. 17.
풍경. 설 연휴가 끝나고 갑자기 잡힌 잡부 일정. 치과 진료로 데마찌(てまち) 놓았던 일정. 경사진 절개지에 구불구불 딛는 4층 같은 3층 펜션 현장. 가파르고 턱이 높은 철계단을 낑낑거리며 자재와 공구를 나르다가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야, 어제 혼자 이거 나르느라 뺑이 쳤것네. 잡부 대기 중인 박 면장 부르지 않고 ㅋㅋㅋ' 평균기온이 4월에 해당하였다는 날. 땀을 피해 점퍼를 벗어 놓으며 내려다보는 풍경이 예술이다. "좋은 차에, 좋은 집에. 아무리 독일 머리라고 소문난 건축주지만, 어떡하면 이리 돈을 버는 겨?" 그리고 잡부 내내 머릿속에 토막 나 굴러다니던 음악 한 소절. 씻고 건너와 저녁은 먹어야겠는데... 멀국을 뭔가 먹고 싶은데... 귀찮다. 정수기에서 온수 한 대접 받아 간장 두 스푼,.. 2024. 2. 15.
설빔 가늠 없는 몇 해 전, 지방 쓸 종이를 한꺼번에 재단하며, '이 정도면 나 살아있는 동안은 너끈하게 쓰겠지...' 했었는데. 기제사용 종이는 아직 많이 남았는데 4대 부모님 한꺼번에 봉사(奉祀)하는 종이가 떨어졌다. 한 해, 설과 추석에 걸쳐 두 차례뿐이지만 4대 양친 모실 종이 양이 워낙 많으니 만만하거나 얼렁뚱땅 짐작했었나 보다. 시간 날 때 미리 준비해 둬야 수월할 텐데, 내가 나를 짐작건대 볼 것 없이 올 추석 목전에서야 허둥댈 것이 뻔하다. 세상사, 닥치지 않아도 알 수 있거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 태반이기는 하여도 섣불리 단정하여 결론지을 일도 아니지 싶다. 주문한 커버 씌운 새 핸드폰도 손에 익었고, 별안간 새 운동화가 두 켤레 생겼고, 셋째가 건넨 합격증으로 설빔 제대로 갖춘 갑진년 설날... 2024. 2. 12.
닻을 올려라! 사랑하는 딸. 고생 많았고, 축하하고. 아빠가. 20240208목 U.S. Navy Fleet Forces Band-Anchor's Aweigh 2024. 2. 8.
정답:Because I Love You,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꽁치를 먹으며 / 성봉수 꽁치를 먹으며 / 성봉수 기억의 봉분을 헐고 썩은 살점을 헤집어 검은 뼈다귀를 골라내마 누가 나를 안아 차진 눈물 속에 가두었더냐 나는 누구의 입안에 머뭇거리다 잊혀지던가 먼바다의 파도 sbs150127.tistory.com 아버님과 준비하지 않은 황망한 이별을 맞고 원통한 눈물을 속으로 삭이던 무렵 밥상에서 쓴 이 시. 그리고 뜻밖으로 당신이 떠오른 오늘, 정신을 차려보니 마주하고 있는 고등어. 다 저녁에 술밥 먹으러 나서며 내게 묻기를, "알콜 중독자도 아니고 폐인처럼 매일 술이니 어찌 된 일이니? 미친 거 아니니?" 어쨌건, 전설처럼 잊힌 생선 비린내도 맛보았으니 되었다. (참, 냉동실에 굴비 남은 걸 잊고 있었네...) "겨울이 .. 2024. 2. 6.
잡부 가는 길 노동의 새벽. 스산 가는 길. 2024. 2. 1.
두리번거리다. 내가 다시 이 바닷가에 섰을 때, 그날의 뜨겁던 기억의 변주(邊柱)가 와르르 무너져지며 펄펄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현실의 나약한 울에 어정쩡 맘을 걸치고 서서 이성의 냉정으로 포장하며 봉인해야 했던 그날의 염통이 마침내 터져, 못다 했던 속엣말이 콸콸 흘러나와 비겁하여 무채색을 자처한 늙은 오늘을 시뻘겋게 칼질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 사내가 나를 따라나선 것이 당연하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길을 앞선 것은 그 사내였다는 게 옳겠다. 옅은 신음과 함께 교차하는 그날의 사내를 막아서며 읊조린다. "미안하다..." ★~詩와 音樂~★ 낙조(落照)로 떠난 바람 / 성봉수 낙조(落照)로 떠난 바람/ 성봉수 해 질 녘 하늘을 바라다보면 비우지 못한 오늘이 안되었거니 텀벙 텀벙 웃음이 쏟아.. 2024. 2. 1.
위태로운 100근. "50kg이 넘었느니, 60kg이 넘었느니" 중량 증량에 기뻐하는 친구들 대화 들으며 빙그레 웃었더니... 이거 원, 왜이랴? 이러다가 100근 아래로 떨어지게 생겼잖어? 나이 먹으면, 늙으면, 체중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인가? 그래야쥐! 아니면 답 음잖어? 날 정말 춰졌다. 삼월이 언니 일어났는지 부엌문 덜그럭거리는 소리 나네? 약발은 워낙 잘 받는 체질이라 컨디션은 일단 우연만 해진 것 같고... 눈 쪼까 붙여야 쓰것네. 202401222932월 코로나키트.진해거담제.담배.목욕/누룽지백숙,쌍화탕(둘째) -by ⓒ 성봉수 詩人 2024. 1. 23.
동상이몽(同牀異夢) 잡부 다녀와 씻고 나오니 여자가 퇴근해 있다. 건너와 로션 바르고 담배 한 대 먹고 다시 건너간다. 건너가는데, 여자는 마당에서 바지랑대를 기울여 놓고 빨래를 걷고 있다. 식탁에 좌정하고 지름질 거리 내놓을 것을 채근했다. "동그랑땡부터 부치던지!" '이 사람아, 깨끗한 것부터 시작해야지' 이 시간이 되도록 칼 들어간 곳과 나온 곳의 굵기가 맞지 않는 두부. 기울어진 두부를 받아 시작한 지름질. "이건 이쪽에 놓고 해야 하네, 기름을 너무 많이 두르네, 불이 너무 약하네, 너무 일찍 건지네..." 지름질 내내 이러쿵저러쿵 쏟아놓는 잔소리. ('가당찮네...') 그저 틱이라 여기고 혼자 떠들도록 내버려두다가, 귀에 피가 날 정도가 되어 한마디 돌려준다. '이 사람아, 내가 전직 요리사여!' "그러네! 그러.. 2024. 1. 9.
감정의 구리구신과 취사선택. 시협 정총이 있는 날. 어제 통화에서 '위임' 의사를 전하기는 했지만 여건이 되면 다녀오려 했는데, 잡부 마치고 편의점 들러 담배 사서 터벅터벅 걸어와 옷 벗어 먼지 털어 걸어 놓고 씻고 건너 오니 여섯 시가 지났다. 근교라면 늦게라도 서둘러 다녀올 수 있었겠지만, 옷 갈아입고 시내버스 타고 서둘러도 어영부영 한 시간은 걸릴 게 뻔하니 뒤늦게 참석해 쭈뼛거리기 싫어 그만두었다. 커피 마시다 말고 밥 차려 먹으며, 360일 고정 채널 ytn을 뜬금없이 벗어나 유랑하다 얻어 걸린, "궁금한 이야기 Y". 모처럼 가십거리에 동참한 것까지는 기억 나는데 눈 뜨니 새로 다섯 시가 막 지나고 있다. 눈을 뜨며 마주한 발치로 밀어 놓은 저녁 밥상. 번뜩 정신 차리고 본능적으로 조심스레 손을 더듬적거려 안경의 불상사를.. 2024. 1. 6.
깨어 있어라 늦은 저녁밥을 먹으며 제야의 종 타종식을 봤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처음 한 일은 이를 닦은 것. 전해도 또 그 전해에도 보내고 맞으며 함께 했던 혼술. 건너뛰자니 서운해 냉장고를 열어보니 맥주 두 캔뿐. 이슬이가 없다. 그만두기로 했다.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마음도 심드렁하니 그만두기로 했다. 실은 새해 맞기 전에 묵은 쓰레기 정리해 내놓을 생각이었는데 그 또한 억지로 쓰레기봉투 채워가며 유난 떨 일 아니니 그만두기로 했다. "보내고 맞는 일, 유난스러울 것 없는 일, 자는 게 남는 거다" 서재 컴을 끄고 안방 난방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가 누웠는데, 잠이 억지스럽지 않게 잘 온다. 등에 송골송골 땀 맺힐 정도로 따땃하게 자다가 눈 뜨니 인시(寅時)가 반을 넘어섰다. 생각할 것 없이 기지개 한번 켜고 벌.. 2024.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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