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다 똥집 오셨네.
본문 바로가기
낙서/┗(2007.07.03~2023.12.30)

기쁘다 똥집 오셨네.

by 바람 그리기 2020. 12. 26.
반응형

 

 

 성탄전야.
 맘이 꿀꿀하다.
 딱히 꼬집을 만한 이유도 없으면서 꿀꿀하다.
 꿀꿀함의 악수, 술.

 똥집에 쐬주 한 잔 넘기고 싶다.
 성탄일 전야 대목일 텐데, 똥집만 시키기가 거시기하다.

 -술이 포함되니 거부할만한 단가는 아닐 텐데, 이 쓸데없는 배려심.



 갈 날이 머지않으면 맘이 변한다는데,
 내가 나 먹을 것을 배달시키기는 처음이다.

 -참, 잘도 찍어다 붙인다.

 


 편 마늘과 매운 고추와 똥집을 한 저에 집어 기름장에 찍어 먹는 맛이 제법인데,
 식으니 별로다.
 레인지에 돌리면 될 일이지만 귀찮다.
 소주와 더불어 시킨 생맥주 1,000cc.
 딱히 해결책도 없는 꿀꿀함의 빗나간 악수 탓이겠지만, 진하게 말은 술도 맛이 없다.
 두 잔쯤 남기고 밀쳐버렸다.

 -닭은 두 조각 먹고 끝. 남은 똥집은 오늘 저녁상에 올랐고.

 차라리, 텅 빈 거리를 휘익 걷고 들어오는 것이 나을뻔했다.

 


 잘 살았건 못살았건,
 또 성탄일을 맞고 보낸다.
 마지막인 듯 보내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



 진작에 울린 아침 알람.
 나처럼,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뭉뚱그려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게 주어진 시간을 당겨 쓰는 것인지 늘여 쓰는 것인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202012253124금

 임지훈-그댈잊었나mix회상

 

 

반응형

'낙서 > ┗(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다른 글

浮遊  (0) 2020.12.28
안동역 이전.  (0) 2020.12.27
까마귀 울던 날.  (0) 2020.12.24
타인.  (0) 2020.12.22
책 버리는 남자.  (0) 2020.12.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