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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추비와 칼슘 액비를 주러 올라간 옥상.
우리에 칩거하던 삼월이가 떼꾼한 눈으로 따라나선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 잡으시더니,
목이 긴 즘승이라도 된 꼴로 대가리를 허공으로 향해 이리저리 콧구멍을 벌름거린다.
풀을 뽑으며 그 모습을 곁눈으로 훔쳐보니,
어울리지 않게 도도해 보인다.
온몸으로 내게 건네는 말,
"어이 성씨, 갈여! 갈!"
장독대에 엉겅퀴 하나가 모르는 언제 뿌리 내리고 꽃 피고 씨를 맺었다.
뽑으려던 손을 멈칫하고 돌아섰다.
'어차피 다 보낸 한 생인데 혼이 있다면 눈 구경이라도 하거라...'
술밥 먹고
귀갓길 담배 사러 들린 편의점.
셋째 줄 다크 초코릿과 까까 한 통을 함께 샀다.
"평상을 유지하며 뒷심을 발휘하길" 바라는,
애비의 비방이다.
오랜만에,
콧노래도 없고 비틀거림이 없이 돌아왔다.
"내 꺼는?"
삼월이 언니 물음에 답했다.
'미쳤나!'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오늘도 축복받은 하루 되시라
202210060548목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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