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발생한 전기보일러 오류. 내 발 딛는 곳이 이리 섬뜩하도록 얼음장인 줄 모르고 지냈다.
중이 고기 맛보면 절간에 빈대가 안 남아나고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더니, 이제 20일 된 새 기계의 본전 생각 반, 나지 맨땅으로 복귀를 거부하는 본능 반으로 신청한 AS.
<유량 감지 센서의 오염으로 인한 오류>
원칙대로라면 새 부품으로 갈아주는 것, 요청하는 것이 맞는데. 상황이 번복될 것이 뻔한데, 그때마다 as 신청하기도 번거로운 일이고, 자세도 안 나오는 공간에서 직접 조물딱거리기도 귀찮아서 센서 무시하고 직결하는 작업을 아무 말 않고 용인. 한 달에 한 번 정도 수위 직접 살피는 번거로움을 감당하기로.
작업 내, 전기세 걱정부터 하는 AS 기사.
'어차피, 아껴 써도 세 드럼은 있어야 겨울 날테니...'
"누진세 때문에... 일단 한번 써 보세요"
석가의 고행에 빗댈 일이 아니지만, 입김을 뿜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엮어냈던 세 권의 시집. 많은 씨앗을 담아 놓고도 가꾸지 않고 던져두고 있는 지금은,
담뱃값 정도 버는 푼푼한 잡부 행위가 '노동의 숭고함"이라고 내 본연을 가스라이팅 하여 어느 쪽으로도 간절하지 않은 늘어진 활시위 같은 요즘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어젯밤에 갑자기 먹고 싶었던 쌀 떡볶이.
오후 늦게 보일러 as 마치고, 어제저녁에 한동안 먹을 생각으로 슴슴하게 끓인 배추된장국 한 솥과 두부 두루치기 만든 설거지 깨끗하게 해치우고 파장의 장에 나가 어묵탕과 함께 사와 소주 맥주 술밥.
담배도 살 겸, 날씨 우습게 보고 입던 옷 그대로 쓰레빠 끌고 나섰다가 덜덜...
묵은 사진들을 지워나가다가 문득,
지난여름은 어디로 갔을까?
요즘 들어 가슴 저 밑바닥에서 표나지 않게 일렁이는 생각.
착했던 이.
그곳에서 맞는 첫 겨울은 어떨지...
끔찍하게 이뻐하던 사진 속의 첫 손녀는, 그이를 얼마나 기억할지...
이제 이틀 남은 한 해.
내일은 원고 보내는 것 잊지 말아야하는데...
잡부 나가려면 누워보자.
202212292814목
조용필-벌써 잊었나
셋째 1차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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