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참, 무섭다.
본문 바로가기
낙서/┗(2007.07.03~2023.12.30)

세월 참, 무섭다.

by 바람 그리기 2023. 1. 1.
반응형

 

 

 

 

 잡부 나가 오야가 주차한 곳이 하필이면 인도 비탈진 경계석 옆입니다.
 트럭 위에 자재 나르려고 한 발 앞으로 옮기다가 눈 쌓인 경계석을 밟고 섰던 장화가 비탈진 면으로 미끄러졌습니다.



 '어...'
 '어! 하면 늦는다'가 제 18번인데요, 똑 그 꼴 났습니다.
 쭈르르~꽈당!
 어찌해볼 틈도 없이 맥없이 미끄러져 발랑 자빠졌습니다.
 '에이! xxxxx!'
 본능적으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습니다. 게다가 안으로 밖으로 한데 들락날락, 2층 3층 오르락내리락했더니 자고 나니 궁둥이가 뻐근하긴 한데, 부실한 뼉따구 뽀사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습니다.
 작년 마지막 금요일에 잡부 나가서 한해 마무리를 그렇게 거창하게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토요일에 마무리 못 한 공사 반나절 더 해야 한다는 것을 싫다고 했습니다. 귀가한 가출녀가 "올해 가기 전에 가족 식사하게 시간 비워달라"고 한 그 지난해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고요(결과적으로는 올해로 미뤄졌지만), "내가 무슨 실력 있는 기공이라 이쪽저쪽으로 대우받으며 일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주 노동자도 다 쉬는 세밑에 무슨..."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면 아무나 하나 데려다 쓰지 뭐!"라는 오야의 말이 방점을 찍어줬고요.
 그렇게 잡부 마치고 돌아와 저녁 10시 무렵부터 아침 8시까지, 얼추 10시간은 잤습니다. 추운 몸이 녹으며 긴장이 풀렸는지, 늦은 저녁상 밀어 놓고 그 자리서 의도 없이 잠든 게 아쉽기는 했지만요.

 계묘년(癸卯年) 첫날입니다.
 제가 이순(耳順)이 되는 해입니다.
 "귀가 순해진다"는 나이란 말인데요, 공자 할배가 죽기 전 한 말에서 유래했다고는 하는데 참 기똥차게 잘 지어놨습니다. "귀가 순해지는 것" 요즘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으니 말이어요.
 앞 대가리가 6으로 바뀌었다는 게 믿기는지, 저 자신에게 돌이켜 물어봤는데요. 티브이 안의 보신각 타종을 보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나란 놈은 대답 대신 "풉"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더군요.
 예순이라...
 이젠 정말, 정상적인 직장은 이력서도 안 받는 나이가 되었으니 인제 와서 "직장 생활 좀 더 해볼걸..."하는 개똥 같은 생각도 듭니다. 작년 새해 첫날을 맞은 게 어제 같은 데,

 

壬寅年 첫날

뒷방 늙은이에게 해가 바뀌는 것이 뭐 대단한 일이겠냐만, 등 벅벅 긁으며 맨짬으로 맞이하기엔 뭔가 서운하다. 치킨에 맥주나 한잔해야겠다고 먹은 마음이 갑자기 돌변해 회가 먹고 싶다. 회

sbs090607.tistory.com



 6자 다느라 지난 한 해가 유독 빨리 지나갔나 봅니다.
 그래도 대통령을 잘 뽑은 덕에 두 살을 줄여준다니, 처량한 마음에 위안거리를 삼습니다.



 얘들아, 니 애비 이제 할배다. 골골거릴 날 머지않았다. 맘 다잡고 얼렁얼렁 자리들 잡거라. 특히  아들아! 니가 지금 담배 꼬나물고 오락에 형설지공 할 때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바람 막아줄 수 있을 때  정신 단디 차리고 네 뿌리 얼른 내리거랏! 

 ㅋㅋㅋㅋ
 말하고 보니 세상 끝난 듯 사설 늘어 놓는 꼴이 우습네.
 올해 환갑인 이도 있는데. ㅍㅎㅎㅎㅎㅎ~~~~



 어쨌건,
 새해 모두 건겅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2023계묘년첫날0618일
 (정확히는202212313018토이지만 웬지...)
 참, 정확히 새해 첫 날이 열리는 그때 받은 덕담 안부.
 감동였습니다. 복 받을뀨~!
 오늘 가출녀 귀빠진 날인데 삼월이 언니, 멱국이나 끼려 놓았나 모르것네.

 

 

 

반응형

'낙서 > ┗(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짜다.  (1) 2023.01.03
처량한 밤.  (2) 2023.01.02
또 돼지, 늘 돼지,  (0) 2022.12.30
흡사,  (0) 2022.12.29
내게로.  (1) 2022.12.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