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얼마만인지...
눈 쌓인 것을 안 쓸었던 겨울에나 습이 차는 것이려니 했는데,
천정에서 물이 다 떨어지니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정말 답 안 나온다.
문 틀에, 책꽂이 선반에, 심지어 외출 후 풀어놓은 시계줄에까지 온통 곰팡이가 앉았다.
그러니, 내 숨구멍으로 들어가는 공기가 어떨까?
살다 살다 별 희한한 꼴을 다 본다.
하도 짜증이 나서 어젯밤엔 에어컨을 제습으로 한동안 돌렸더니 한결 개운해졌다.
기분 탓 만은 아닌 것이 분명한 것 같고,
어머니 나팔꽃 한 송이가 또 활짝 벌었다.
지들끼리 얽힌 모습이 안되었어, 이제야 줄을 새로 매주 었다.
바깥 채 지붕 수리하며 혹시 쓸데 있을 것 같아-실제 여기저기 요긴하게 쓰고 있지만- 버리지 않고 두었던 철제 앵글.
특별히 모양을 따질 것도 아니고 힘 받는 것도 아니니 일부러 시원치 않은 놈으로 골라 지주를 세우는데, 제 멋대로 휜 놈들을 한 손으로 잡아가며 억지로 피스 박느라 예상 밖의 땀 좀 흘렸다.
다른 나팔꽃이나 메꽃 핀 것을 사진으로 담을까 살펴보다가,
'어머니 나팔꽃은 해가 뜬 다음에도 한동안 꽃잎을 열고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단단하게 줄 매 줬고 한차례 비가 지나가면 장마도 끝이라 하니,
예전처럼 넘치도록 만개해다오.
어제 셋째 생일.
온양, 원탕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다리에 맥이 픽- 풀리던 것이 어제 같은데 그게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라니.
휴,
그때 생각하면 끔찍함이 코 앞에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생 고생 징그럽게 했다.
IMF 핑계 삼아 매출에 전혀 연관도 없던 업장 마다 정리해고가 일상이 되고, 자리 붙잡고 있느라고 급여가 깎이고 넷이 할 일을 둘이 하게 돼도 찍 소리 못하고...
참, 그렇게 존심 굽혀가며 지랄했어도 결론은 도로아미타불 등신 부르스 춘 꼴이 되어버렸지만.
202008133117목
벌써 금요일.
정말 비가 오려는지, 밤새 조용하던 바람종이 울기 시작하네. 어차피 올 비면 얼른 후딱 쏟아지고 제발 그만 좀 오거라.
어째 왼쪽 눈깔이 안개 낀 것처럼 흐리멍덩하게 보이는 겨! 기분 나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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