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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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상대 속도.

by 바람 그리기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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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절 아침.
 새벽 4시 무렵부터 바람종이 거세게 울기 시작해,
 '비가 오나? 비가 오려나?'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이 되어서도 여전하다.
 정오가 찍어달리는 시간, 볼일 보러 바깥채에 건너갔더니 아무도 없다.
 '이것들이 나만 빼놓고 맛있는 걸 사 먹으러 몰려갔나?'
 그러고 보니 부엌문 여는 소리에 마중 없던 삼월이. 거실에는 없었으니 방에 있으려니 문을 열었는데, 없다.
 마당으로 내려 서 우리 앞에 허리 숙여 들여다보아도, 없다.
 '어라? 이것들이 증말 나만 빼고 개새끼까지 델꼬 나간 겨!'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쪽 골목을 바라보니 거기에 계시다.
 대문 아래 틈에 코를 박고 똥구멍을 하늘로 쳐들고 엎드려 있다. 엎드려서, 길가에 오가는 오만 사람들을 참견하며 짖기에 신이 났다.
 '어휴... 저 푼수!'
 서재로 들어와 앉았는데, 대문 밖 세상 풍경이 뭐가 그리도 성이 차지 않는지, 하도 시끄러워 안 되겠다. 바깥채 문 열고 서서 한 번 부르니 단박에 뛰어온다. 냉큼 문지방을 넘어서 방으로 거침없이 들어가 지 언니 요 위에 똬리 틀고 정좌하신다.
 '그려, 여기서 조용히 있거라!'
 어둠에 잠긴 바깥채에 그렇게 모셔 놓고 나온 후 어찌 지내고 계시는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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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이 바라보며 멀리서 넘겨 본 대문 밖.
 역시나, 펄럭임이 없다.
 바람종이 이렇게 거세게 우는 날이니, 국경일 태극기가 걸렸다면 보기 좋았을 일일 텐데...
 봉록(俸祿) 받는 사람이 집에 셋이나 있으면서 이러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 꼴인지 참... 누군가 신나서 걸거나, 아니면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걸었어야 되는 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래라저래라 소싯적 얘기해야 자발적 꼰대 인증에 불과한 일이겠고. 내가 걸 것 아니면 입 다물고 있는 게 현명한 시절이 되었다. 하지만 한낮이 다 되어 내다 걸기는 창피스럽고, 그냥 나도 모르쇠 넘어갔다.

 ↘텔레그램보다 더 보안이 좋은 SNS 'Signal'
 텔레그램 가입하던 무렵 함께 가입했으니 얼추 10년이 되어가나 보다. 텔레그램도 지금은 자료 보관용으로 가끔 열어보는 정도이고, Signal은 주변에 쓰는 사람이 없어 초창기부터 거의 쓰지 않은 sns다. 폰을 바꾸고 쓰던 앱을 그대로 옮겨 왔는데, 모처럼 들어가려니 미닫이인지 여닫이인지 문 여는 방법이 도무지 기억 없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자료 보관해 놓은 것이 있을 테니 섣부르게 새 계정 생성할 일이 아니다. 전에 폰을 열고 대가리 쥐어짜서 문 여는 데 성공했고, 새 폰으로 계정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 담아 두었던 이런저런 시간의 흔적들...


 ↘이 사진도 틀림없이 이 방 어딘가에는 포스팅해 두었을 텐데, 처음인 듯 생경하다.
 큰 애가 앞니가 없었을 때니 도대체 언제 적 전설의 고향이던가?
 그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흘렀으니, 새해 두 달이 흘러간 것이야...

 

 
 202403012933금
 Alex Fox-Eyes Of Elvira mix 20240301바람종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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