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자루에 쌀, 똥자루에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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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쌀자루에 쌀, 똥자루에 똥.

by 바람 그리기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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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중국산 접는 소형자전거가 동네마다 발에 치이던 무렵이 있었다.
 대부분이 인터넷망을 갈아타거나 약정을 맺으며 받은 사은품들이었다.

 우리 집 네 명의 아이들이 인터넷의 수혜를 보기 시작한 것은 다른 집에 비해 5~6년쯤은 뒤졌을 거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이 몸으로 부딪치는 오프라인 생활의 긍정적 요인"을 확신한 내 판단 때문이었는데, 그 판단이 옳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전화 역시 마찬가지다.
 웬만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목에 주렁주렁 폰을 매달고 다닐 때 고등학생이었던 첫째, 둘째도 폰을 사주지 않았다. 시간이 더 지나고 스마트폰이 출현했으니, 단순하게 소재 파악이나 비상용무에 쓰임이 되던 단순 전화기 조차 말이다.


 

오늘의 한 컷 _매화 ⓒ 詩人 성봉수

[매화 / 20210406] ▶본 이미지는 광고를 열람하는 방문자님의 후원으로 저작권 없이 무료 배포합니다◀ 詩人 성봉수 아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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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복 입은 학생으로 처음 폰을 손에 잡은 아이가 셋째부터인데, "학생회 부회장으로써 선생님들과 소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필요성"이 명목이기는 했지만, 바로 위 둘째도 회장이었으면서 전화기 없이 잘만 했으니, 막내딸이라는 수혜가 더 컸지 싶다. 지금부터 4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그렇게 하나, 둘 각자의 폰을 갖게 되니 합이 여섯 대인데, 기기의 제조사도 통신망도 제각각이다.
 '아니, 한 회사로 묶으면 할인 혜택을 많이 볼 텐데 왜 따로 국밥여?'
 폰을 바꿀 때마다 시름없이 던져봤지만, 귓속 터널을 가뿐하게 통과할 뿐.
 유선과 인터넷 비용을 제외하고 아이들 통신비용이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니 팥 놔라 대추 놔라 할 명분이 없어 그냥 그러려니 지내왔다.
 그런데 며칠 전 "다자녀 해당 요건이 사라져 감면 혜택이 취소된다"라는 예고장이 한전에서 도착했다. 둘째는 진작에 말 타러 바다 건너 도망갔고, 작년 막내에 이어 올해 큰 애까지 주택청약 요건을 만들기 위해 세대 분리를 한 결과물이다.
 그러니 한 푼이라도 아낄 상황이 코앞에 닿았다.
 목마른 놈이 셈 파는 거지.
 내 폰은 진작부터 통신사 기간 약정 요금으로 감액을 받으며 사용하고 있었지만, 인터넷은 이거니 저거니 받거나 약정 맺은 거 없이 처음 개통 후 단 한 차례도 갱신하거나, 갱신에 대해 안내 받아본 적 없다. 우는 아이 떡 주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인데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

 "녜, VVIP 고갱니임~~"
 내 폰과 인터넷을 묶고, 인터넷을 3년 약정을 맺으니 요금이 반 값으로 뚝 내려갔다.  인터넷을 기가 데이터로 업그레이드하면서도 말이다. 세이브된 돈이면 감면 혜택이 사라진 전기요금을 충당하고도 넘치는데, 그랬냐? 천만의 말씀 만만의 꿀떡이다.

 "고갱니임, 고갱님 쓰신 데이터를 보니 더 아래(4만 얼마) 요금으로 변경하셔도 충분하겠는데요…."
 요금이 비싸서 상담을 신청한 것으로 지레짐작한 배려의 대답이 앞섰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요금을 한 단계 더 올렸다. 인터넷 약정으로 세이브된 돈을 내게 돌렸다.
 가는 곳마다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는 것. 와이파이 비번 쓰여 있는 것 확인하느라 기웃거리는 것. 깔 안 난다. 구질 거리는 짓, 이젠 그만하련다.
 지난 1일 자의 이야기다.
 그러고 나니 더 이해되지 않는 의문.
 '돈이라면 벌벌 떠는 분이 왜 안 묶었을까? 분명 지출 비용이 줄어드는데 왜 안 묶었을까?'
 ...
 '올타하니!'
 오늘에야 생각의 무릎을 탁! 치며 결론을 얻었다. 그것도 조금 전 이뤄진 개안(開眼)이다.

 "묶는다→묶인다→엮인다→책임진다=까딱하면 인터넷과 유선 전화 요금까지 내가 내야 한다"
 아오~ 역시, 답다.

 우리 큰 이모 법사께서 말씀하시길, "사람 눈을 똑바로 마주 보지 않고 눈알을 굴리는 사람은 속이 음흉해서 못 쓴다." 하셨느니, 똥자루에는 똥이 담기고 쌀자루에는 쌀이 담긴 게 당연하듯 사람 마음도 별수 있으랴만, 참…. 내가 이리 순진한 건지... 세상 내 맘 같은 것이 하나도 없구나.
 나무관세음보살

 

세월이라는 숫돌.

 술자리를 파하고 마주한 찻집.  세 명이 삼색의 주문,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요거트쉐이크.  어리바리한 남학생 팀장과 첫 출근이라는 여학생.  몇 안 되는 손님들이 목을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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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072520목
 음악은 좋은데... 아,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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