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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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짧은 햇살.

by 바람 그리기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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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잠깐의 티타임을 마치고 오래된 집 마당을 들러서며,
 대문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골목에 놓은 스티로폼 박스 화단에 배추를 바라봅니다.



 2층 옥상 화단에 정식하고 남은 것을 샘 바닥 그늘에 놓고, 생육이 시원치 않은 몇 포기를 바꿔 심는 일주일 동안인가를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정식한 모종들이 잘 활착한 것을 확인하고 남은 모판을 그냥 쏟아버리려다가, 잎이 실해지면 겉절이라도 해 먹을 생각으로 뒤늦게 옮겨 심은 놈들입니다.
 가을볕 한나절이면 얼마나 많은 날것이 피와 살로 영그는지 잘 알고는 있지만, 이놈들도 정식하고 얼추 한 달은 되어가는데 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날마다 물을 주고 날마다 액비(液肥)를 주었어도 앞선 시간을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 딱한 모습 앞에 멈춰서 생각했습니다.




 '그래, 액비의 진심과 물의 정성을 네게 쏟았어도 햇살을 마주하던 눈부신 개안(開眼)을 대신할 수는 없는 거구나. 내가 건넨 액비와 물은 어쩌면 아침 이슬 같은 순간의 유희에 불과했지, 햇살의 달곰한 갈증은 대신할 수 없는 거구나. 나는 갈증을 해소할 만큼 화창하지 못했거나, 내가 햇살이 되기엔 너는 너무 깊은 각인(刻印)의 그늘 안에 뿌리내리고 있었구나' 


 

★~ 詩와 音樂 ~★[검은 해] 아네모네 / 성봉수

 아네모네 / 성봉수  나는 꽃을 보는데 꽃은 하늘만 보네  꽃은 내 심장에 뿌리를 내려 향기를 벌고  내 피는 점점 끈끈하게 변해만 가네  졸아붙다 굳어져도 닿을 수 없는  외토라진 응시  

sbs150127.tistory.com



 내일은 먼 남도로 출장 잡부 가는 날입니다. 다섯 시에 출발이니 네 시부터는 일어나 꼼지락거려야 하는데... 잠이 오든 안 오든 이만 누워야겠습니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는데, 첫눈에서 멀어지는 게 썩 달가운 일은 아니군요.

 

 
 202210112706화
 이제하-모란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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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커피하우스:성원 정산관련 미팅

-18:수라식당:시협운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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