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집을 나서
이렇게 술을 먹고
귀가하는 밤차를 타러 도착한 역.
역사로 향하는 계단에 사람이 웅크려 잠자고 있습니다.
담배 한 대 피우며 바라보는 동안, 오가는 누구도 참견하지 않습니다.
"이 추운 날, 딱하다"
같은 노숙자 신세에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라 다가가 이불을 들췄더니 빈 껍데기였습니다.
다행입니다. 이불을 한쪽으로 치우며 생각했습니다.
오가는 누구도 아는 척하지 않는 세상이 야속하지만,
들춰 본 이불 안에 사람이 있었더라도 내가 어찌했을까?
어쩌면 여인숙이라도 잡아줬을까?
어쩌면 같이 뒤집어쓰고 함께 잠잤을까?
우리 면장님이 인사불성 되는 바람에 귀가를 포기하고 친구 집에 불청객이 돼야 했습니다. 그냥 근처 방 하나 잡아도 되는 것을, 한사코 집으로 몰고 간 친구님.
계란 한 판을 지져 안주로 내 온 친구 부인.
묵은 술 한 동이를 비우며, 오밤중에 그 수선을 떨었으니 볼 것 없이 많이 혼났지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돌아왔는데요,
11월 달력을 넘기지 않아 오늘 아침이 되도록 일요일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공휴일이건 반 공휴일이건 월요일이건,
잡부 일정 없는 날은 그날이 그날이니 특별할 것은 없지만서도 "빈집"에 의아한 맘이 뭐 그렇게 뻘쭘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도 또 분기에 한 번 만나는 동무들 모임이 있습니다.
부어라, 마셔라 하려면 컨디션 조절 잘해야것습니다.
며칠 전 또 숙제를 하나 받았는데, 고료가 얼마 될지는 모르것지만 하기 싫은 일인데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슬슬 꼼지락거려야것습니다.
커피가 참 맛나고,
이따금 한가롭게 울리는 바람종 소리가 참 이쁜 오훕니다.
202212051614월
이선희-겨울애상
아차, 카드값빠져나가는날이네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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