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ㅁ사랑방' 카테고리의 글 목록 (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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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240

사랑의 모니터 '좀 더 싼 물건이 나오려나?' '좀 더 스펙 좋은 물건이 나오려나?' 늦바람나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당근 깔아 놓고 알림 받고, 확인하고, 혹시 공짜로 주는 좋은 거 없나? 기웃거리느라 폰 잡고 주야장천 매달리는 것도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겠죠. 이순의 귀 눈곱을 매달고 하품하며 오전을 다 보내고. 점심이 지나서야 일회용 면도기를 잡고 거울 앞에 섰다. 일회용 면도기 사용 횟수가 점점 줄어들도록 굵어진 털. 새로 꺼낸 면도기인데도 억센 털에 sbs150127.tistory.com "돈이 급해서" 이 말에 그냥 질렀습니다. 톡 주고받으며 스펙 확인하니, 단순 모니터 기능만 있는 거로는 좀 과한 가격인 듯도 했지만 2년 두 달 지난 물건이라서 매물 올라온 것 중 비교적 신상이었고요. 네고 가능하.. 2023. 1. 15.
밥값. 계획했던 일 다 마무리했으니, 핸디 청소기로 오늘 일정의 낙점을 대충 구색만 맞춘다는 것이, 머리카락이 얼마나 많은지 의도치 않게 동글이 한번 끌고 다녔습니다. 의관 정제가 선비의 기본예절이니 집에서도 거의 모자를 쓰고 지내는데요, 독거노인 혼자 쓰는 뒷방에 뭔 놈에 머리카락이 그리 많은지 의아했습니다. 늙어, 이상한 털이 삐죽삐죽 나오는 잡종견 생각도 났고요, 나도 별수 없으면서 털갈이하는 삼월이에게 지청구하던 것도 생각났고요. 덕분에, 겸사겸사, 거실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던 빈 담뱃갑과 부엌에 쌓아놨던 재활용품들 싹 정리해 내놨습니다. 저녁 먹고 벽에 기대앉아 담배 먹으며 어항을 바라보니 히터 전원이 안 들어와 있습니다. '어라? 물 온도가 그리 뜨거워?' 아무래도 이상해서 머리를 쑤셔 박고 어항 .. 2023. 1. 12.
그리우니 사랑이지... 모처럼 오래된 집 마당을 휘이 둘러봤다. 제 있는 곳에서 제 몫의 시간을 지키고 있는 것들. 견디고 있거나 참아내거나, 오롯이 꿋꿋한 것들. 입이 방정일지 모를 일이지만, 소한이니 겨울도 다 갔다. 그제. 고향 떠난 지 오래인 친구. 고속철도 경유지로 편입되는 막장 진폐와 맞바꾼 쪽쪽골 선친 땅 보상받아 떠난 친구. 자리 잡은 곳에서 또 도로가 나고, 다시 이주한 곳이 대기업 공장용지로 또 수용되며 "인근 산에 말뚝 하나만 박아놨어도 부자 된다"라던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 된 친구. 뻔질나게 내 방 드나들던 어릴 적 막걸리 친구. 고향 떠난 후에 명절 때마다 들렸던 친구. 그렇게 친구들과 술자리에 앉으면, 그때마다 부인이 잡으러 왔던 친구. 주먹만 한 알이 박힌 반지와 금장 시계를 차고 나타나, 내게 처음.. 2023. 1. 6.
☆~ 송구영신(送舊迎新) • 근하신년(謹賀新年) / 성봉수 ~☆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희망찬 새해 맞으소서! 詩人 성봉수 절 202212312828토 Dj_mar-aud_lang_syne-remixX1,125 2023. 1. 1.
돈은 참 좋아! 눈이 나리고 그 위로 비가 내리고 다시 눈이 나린 푹한 날이었습니다. 나린 눈 위로 뿌린 비에 눈이 녹아 얼고, 그 위를 눈이 덮고, 날이 푹하니 꼴이 엉망입니다. 물론, 제설이 잘 되고 왕래가 잦은 문밖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치울 것이냐, 이대로 녹게 내버려 둘 것이냐!" 오전 내 일기예보를 살피며 간을 봤습니다. 오후에야 어찌할지 결정하고 장갑 끼고 장화 신고 마당으로 내려섰습니다. 이 질퍽질퍽한 눈이, 바닥에 이미 얼음이 된 비와 달라붙어 밤사이 얼게 되면 답 없는 일입니다. 마당과, 마당에서 대문으로 이어지는 골목과, 1층 옥상을 그렇게 치우고 2층 옥상으로 올라섰습니다. '휴...' 눈도 아니고 얼음도 아니게 바닥에 얼어붙어 시루떡처럼 쌓인 상태를 확인하니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목장용 플라스.. 2022. 12. 22.
잃어버린 심장. '이런 거 보면, 아파트 생활이 편하기는 하겠어' '내 손으로 눈 치울 근력이라도 남아 있으니 감사한 일이지!' '삼월이 년은 어느결에 올라와서 천지에 똥 싸놓은 겨! 예전에 할머님은 개가 지붕 올라가면 집안 흉조 든다고 부지깽이 들고 쫓아다니며 정색하셨는데, 기껏 쫓아 올라와서 똥 싸는 ㄴ이나, 똥 싸는 거 보고 내버려 두는 ㄴ 이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1층, 2층 옥상 눈 치우고 내려왔습니다. "봉수야, 아버지 눈 치우신다" 어머님 말씀이 문밖에서 들리면, 무슨 말씀인지 알아듣고 얼른 옷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서던 어린 나를 생각했습니다. 병중의 어머님 낙상하실까, 눈 오는 날이면 오밤중에라도 마당에 눈 흔적 없이 치우던 몇 해 전까지의 나를 생각했습니다. 장화 신고 올라갔는데, 발꾸락 시려 혼났습니다.. 2022. 12. 17.
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다 창밖 익숙한 거리를 바라본다 차 한 대가 멈춰서고 나는 창안에 멈춰 서 멈춰 선 차 옆 은행나무 아래 서 있던 나를 내 앞에 멈춰 섰던 한때를 그 기다림을... 유난히 떫은 오늘의 이 커피, 내 앞에 멈춰 섰던 한때를 은행나무 아래 서 있던 그 가슴 뛰던... 2022. 12. 13.
쌉쌀한 통증의 무중력 "어여 건너와서 진지 잡수시와요!" 삼월이 언니께서 발꾸락으로 쿡쿡 찔러(죽었나? 살았나?) 눈곱 매달고 오랜만에 건너가 앉은 밥상. 이밥과 멱국과 불고기와 시금치 무침과 기타 등등 냉장고 안의 먹을 수 있는 것을 모두 꺼내 놓은 진수성찬 밥상 아래, 삼월이가 맞지도 않고 태도 안 나는 옷을 입고 먼저 좌정하고 계십니다. '이 X아! 얼른 절햐!' 내 말을 알아듣고 머쓱해서인지, 입고 계신 저고리가 답답한지, 벼룩이 굼실거려서인지 나를 올려보며 '벅벅벅'긁습니다. '이 X아! 절하라니께! 저쪽 쳐다봐! 밥 안 넘어가! 얼른! 사진 찍을 껴?' 사진 찍는다는 말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립니다. 도꾸, 마크, 누링이, 쭁, 순이, 방울이, 돌쇠... 이제껏 많은 반려견이 함께했지만, 삼월이처럼 2% 부족한 개는.. 2022. 12. 6.
차가 있는 아침. 먼 길 오가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였어요. 늘 건강하시길 빌어요 202211280814월 제시-인생은 즐거워 mix_터보(김종국)-어느 째즈바 -by, ⓒ 시인 성봉수 2022. 11. 28.
소리 안 나는 총!!! 옛날 어머님 동무셨던 순경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시길, "그 인간 소리 안 나는 총 있으면, 쏴 직이고 싶어!" 하시더니. 그제, 벤투호의 황태자가 똥볼 차 놓고 웃는 모습 보면서 그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똥볼 찬 본인이야 얼마나 황당했으면 그렇게 웃었겠지만서도, 적어도 자책하고 미안해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지, "활짝 웃기는!!!!" 황의조 받아랏! 손흥민도 평소답지 않게 몇 차례 똥볼 차기는 했지만... 부상 투혼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고, 잘하고도 무승부였으니 조금 아쉬운 맘이 있습니다. 방송 시간도 시차 없이 좋으니 일 없는 놈팽이들에겐 시간 때울 최적의 월드컵 시즌. 괜히 기분 내 보느라, 독거노인이 쉰내 팍팍 나는 골방 TV 앞에 혼자 앉아 닭도 시켜봤습니다.ㅋㅋㅋ 오래된 집 마당에 바람종이.. 2022. 11. 26.
고마워유. 잘 입것습니다. 별-이병기시_이수인곡 -by, ⓒ 詩人 성봉수 2022. 11. 22.
너와 나의 몫. 며칠 전부터 빨갱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놈은 이곳에서 제 어미의 몸을 빌려 태어났으니, 이곳이 제가 아는 세상의 전부입니다. 지 어미도, 정체가 누구인지 모를 애비도, 그리고 그들과 먹이를 다투며 지느러미를 비비던 색색의 무리도 차례차례 떠난 지 오래입니다. 그러니 내겐 더 각별한 빨갱이. 그런 빨갱이가 시원치 않습니다. 먹이를 줄 때마다 어항 뚜껑을 두드렸더니,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숨어 있던 놈들도 앞다퉈 물 위로 올라오곤 하는데요, 그제 아침에는 두드리지 않고 먹이를 줘서 그랬던지 빨갱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움직임이 굼떠지고 자꾸 어딘가에 숨어드는 모습이 불길했지만, 두드림에 어디선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래도 징조가 불길해 먹이 먹는 모습을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지느러미가 활짝.. 2022. 11. 12.
단풍 구경. 갑작스런 단풍 구경. 그렇게 사흘만에 돌아와 초저녁부터 죽은 듯 잠을 자고. 김수미 아줌마 욕 소리에 깨서, 사흘 입었던 옷 담가 놓고 옥상 올라가 배추 벌거지 잡고 물, 비료, 칼슘제 주고(사흘 동안 벌거지가 잔치 하셨다). 옷 빨아 널고. 아점 먹고. 집 나서 낼 행사 물품 찾고 박카스 한 박스 사서 외갓집 가서 두 두렁인가 세 두렁인가, 텃 밭에 심어 놓은 토란대 베어 대여섯 줄기 가져오고. 낼 입고 갈 꼬깃꼬깃한 옷, 농에서 꺼내 빨랫줄에 바람 쐬러 널어 놓고. 사과 반 쪽 베어 먹고. 빨래 걷어 내려와 첫 커피와 음악. 202210281801금 성봉수 낭독 시-가을에 행사 물품 찾으러 가는 길. 내게로 오던 그 길을 달리다, 창밖 샛노란 은행잎을 보며 울컥, 이런저런 생각. ★~詩와 音樂~★ [.. 2022. 10. 28.
순간의 선택 안개 자욱한 이른 새벽 먼 남도 산골짝으로 잡부 나섭니다. 오야의 급똥 덕에 휴게소에 들러 담배 한 대 꼬실렀고요. 날이 저물고 서둘러 돌아오다 상행선 같은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는데요, 생긴 것이 매장 위치까지 아침이랑 똑같아 순간 "잘 못 들어왔나?" 했습니다. 촌놈... 남이 톨게이트 부근에서 갑자기 차가 오도 가도 못하고 멈춰 섰습니다. 교통방송을 틀어 확인하니, "2, 3차로는 공사 중. 1차로에서 차량 화재 발생 진화 중" 하, 큰일 났습니다. 오줌이 슬슬 마렵기 시작했는데, 대충 톨게이트 빠져나갈 때까지 참을 정도였는데 차가 오도 가도 않기를 30분째이니 난감합니다. 차라도 창이 얼기설기로 서 있으면 앞 트럭 뒤에 가서 배설할 텐데 4차로의 차가 모두 일렬로 서 있고. 그렇다고 노변까지 나갔.. 2022. 10. 13.
짧은 햇살. 낮에 잠깐의 티타임을 마치고 오래된 집 마당을 들러서며, 대문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골목에 놓은 스티로폼 박스 화단에 배추를 바라봅니다. 2층 옥상 화단에 정식하고 남은 것을 샘 바닥 그늘에 놓고, 생육이 시원치 않은 몇 포기를 바꿔 심는 일주일 동안인가를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정식한 모종들이 잘 활착한 것을 확인하고 남은 모판을 그냥 쏟아버리려다가, 잎이 실해지면 겉절이라도 해 먹을 생각으로 뒤늦게 옮겨 심은 놈들입니다. 가을볕 한나절이면 얼마나 많은 날것이 피와 살로 영그는지 잘 알고는 있지만, 이놈들도 정식하고 얼추 한 달은 되어가는데 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날마다 물을 주고 날마다 액비(液肥)를 주었어도 앞선 시간을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 딱한 모습 앞에 멈춰서 생각했습니다. '그래, 액비의 .. 2022. 10. 12.
"니 이름이 모니?" 목사님께서 어제 물으시길, '"본업이 잡부여? 시인여?" 오늘 곰곰 생각하니, 가끔 시인. 가끔 잡부. 평생 식충이. ㅎㅎ "가을비에는 논네 주름살 하나식 늘어난다"라고, 생전 엄니께서 그러셨으니. 목사님 예배당 종 치러 나가실 때 비 맞지 않게 단다 챙기시소! 뭔 놈에 가을비가 한 여름 장맛비 내리듯 밤새 쏟아지네. 2022010032955일 조용필-벌써 잊었나 우찌 대갈통이 빡빡 아프냐... -by, ⓒ 詩人 성봉수 2022. 10. 4.
문득. 물리치료를 받으며 랜덤 재생시킨 폰 음악에서 이 곡이 흘러나왔습니다. 문득 떠올랐습니다. '당신이 없는 첫가을이구나...'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세상엔 믿기지 않는 일이 참 많어...' 세상에 없는 이, 마주할 수 없는 이, 그래서 부를 수 없는 이. 이렇게 잊히는 건 쉬운 일이구나... 새로 세 시를 막 넘기며 잠에서 깼습니다. 잡부 나가야 하니 어떻게든 더 누워있어 볼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뭉그적거렸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을 떠올리던 어제의 나를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나 사는 동안 문득문득 떠오를 테고, 그 문득문득도 점점 뜸해지겠지. 잊히는 건 참 쉬운 일이구나...' 의리. 죽고 사는 것이 하늘의 뜻이니 처음 부음을 접했을 때는 솔직히 "너무 빠른 운명에 그저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 2022. 9. 30.
바람종 아래에서. 잡부 나선 곳의 옹벽 위. 나무들의 바람 그리기가 장관입니다. 높은 곳의 것들은 높은대로, 하늘과 먼 곳의 것들은 낮은대로, 어느 하나 모자라거나 작위적이지 않게 있는 그대로 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잡부에서 돌아와 들어 선 오래된 집 마당. 서재 창밖 처마 아래의 바람종에 닿아서는, 바람 그리기가 가을의 절정에 닿아 있습니다. 바람종 아래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고, 귀를 한껏 뒤로 젖힌 삼월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했습니다. '태풍이 온다더니 요 며칠 쉼 없이 울리는 요란한 바람종 소리, 누군가에게는 심란하고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릴 수 있겠구나...' 누님들의 재잘거리던 수다와 까르르 터지던 웃음과 노랫소리에, 내가 틀어 놓은 라디오나 카세트테이프이나 전축의 음악이나 기타 소리에, "아이, 당췌 시끼러.. 2022. 9. 20.
감사합니다. 추석 장보러 갔다가, 마트 입구에 진열된 같은 상품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누구는 "그게 돈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물가가 많이 올랐데도... 올해도 염치없이 받기만 합니다. 집 앞까지 오셔서 건네주신 선물, "걸인의 밥에 황제의 찬"이 되겠습니다. 늘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9080728목백로 北島三郎-風雪流れ旅 -by, ⓒ 詩人 성봉수 2022. 9. 8.
옵빠는 잘있단다. 종일 탄수화물 구경 못한 허기가 꼭대기에 닿은 때, 날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한 때, 전화 받고 나가, 요렇게 가끔 담배도 먹어가며 요렇게, 요렇게, 술밥 먹고 날을 넘겨 돌아왔습니다. 현관을 들어서기 전 소피를 보다 인기척에 고개 돌리니, 요렇게, 삼월이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왜?'라고 부르는 순간, 바람이 휘돌며 바람종이 깨질 것 같은 요란한 소리가 납니다. 그 소리에 놀란 삼월이가 내 물음에 답할 틈도 없이 후다닥 마당을 가로질러 제 우리로 들어갑니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등지고 현관문을 열다 생각하니 안되었습니다. 무대뽀 단순 무식이라면 나을 텐데, 이웃집 망치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현관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웅크려 숨는 2% 부족한 ㄴ이, 밤이면 불 켜진 서재 창밖 의자에 올라앉.. 2022. 9. 7.
해거름 하늘 아래 문득,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다가 하늘을 올려봤습니다. 해거름의 하늘과 그 하늘의 구름과 그 구름 아래의 가로등. 가로등과 가로등 위의 구름과 그 구름이 떠 있는 해거름의 하늘. 밀려오는 것, 밀려가는 것, 그 공존의 풍광을 유독 좋아하던 사람. CC로 만난 남편과 행복한 가족을 이루고 시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던 사람. 오래전, 기차역을 지나치며 나를 기억하고 짧은 안무를 물어주던 사람. 그때의 얼굴은, 멈춤 없이 떠나간 기차처럼 시간 저편으로 멀어져 희미한데, "지금도 해거름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지..." 하늘하늘, 코스모스 모가지 같던 마음을 지녔던 사람. 문득, 생각했습니다. ★~詩와 音樂~★ [ 시집 『너의 끈』] 내게 사랑은 / 성봉수 " 진저리 치도록 아파하다 그 아픔까지 가슴 쓸쓸한 미소가 되는 .. 2022. 9. 3.
☆~ 금쪽 사과 ~☆ 원고 마감을 하루 앞둔 어제,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마감일의 상황이 어찌 될지 자신 없어-결과적으론 현명한 판단였습니다- 아침부터 기우다 만 시 한 편을 잡고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원고를 전송하고 바로 알약 오류로 컴이 먹통이 되었습니다-을 거쳐 원고를 보내고 다 저녁때야 처음으로 현관을 나서며 문 앞에 놓인 박스를 발견했습니다. 안채건 바깥채건, 사람이 없으면 모르는 누가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에 틀어박혀 꼼짝하지 않는 2% 부족한 개 삼월이. 제가 서재에 처박혀 종일 꼼짝하지 않았더니, 소포를 놓고 가는데도 짖지도 않았습니다. 먼 남도의 바닷가를 다녀온 게 벌써 석 달 전이군요. 한 알 한 알 열매 맺도록 계절 내 흘린 땀의 노고가 금덩이보다도 더 귀할 텐데, 키다리 양 시.. 2022. 9. 1.
쾌변의 아침. 이 계절, 내게 온 선물 "상사화" 거센 빗줄기 안에 마주 서 남은 꽃잎을 담담하게 모두 벌고, 끝내 이룰 수 없던 그리움을 양파의 속 껍질처럼 애처로이 녹아들며 다음 계절에 내어주고 있습니다. 내 가슴을 어찌 꽃물 들였을지는, 묵시록 안에 감춰 둔 예언처럼 시간이 가고 계절이 바뀌어야 알 일입니다. 아버님께서 다녀가신 아침. 모처럼의 햇살이 반갑습니다. 소식 없던 유홍초도 다시 내게 왔고... 쾌변을 마친 것 같이 가뿐한 날. 은혜로운 햇살 아래 어슬렁거리며, 오래된 집 마당에 공명하는 매미의 청혼가를 바라봅니다. ★~詩와 音樂~★ [ 시집 『너의 끈』] 내게 사랑은 / 성봉수 " 진저리 치도록 아파하다 그 아픔까지 가슴 쓸쓸한 미소가 되는 " ■시집『너의 끈 』'에서■ Auscultate「Power .. 2022. 8. 12.
☆~ 갓 씌운 등 아래의 뻔디기 /늙음에 대한 소고/ 성봉수 ~☆ 삼월이 언니께서 장 보는 사이 뒷짐을 지고 어슬렁거리다 통조림류 진열대 앞에 멈춰 섰습니다. 쭈욱 훑어보다가 멈칫 놀랐습니다. 예상은 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다양하게 2차 가공된 상품들. "뚝배기, 칼칼한, 김치..."의 머리말과 "탕, 조림..."의 꼬리말을 달고 있는. 늙는다는 건 어찌 보면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정보의 유입보다는 그때까지 중첩한 정보를 활용하는 데에 더 익숙하고 치우칩니다. 그것은 신체적 노쇠에 따른 기억의 오류를 줄여 실패를 방지하려는 본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의 경험으로 검증하고 확신하여 축적한 데이터에 새로운 정보가 뒤엉켜 판단이나 결정에 일으킬 혼란을 막아서려는, 자기방어의 본능으로 말입니다. "박이부정(博而不精) 정이불박(精而不博.. 202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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