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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갑디다. 콩 널은 마당에 비가 오거나 말거나, 도낏자루가 썩거나 말거나... 202403102920일 Pascal Letoublon-Friendships (Shuffle_remix) -by, ⓒ 霧刻窟 浪人 성봉수 2024. 3. 11.
냉정한 셈. 94+123+107+37=361ea 361ea÷3pc=120ea 2023y-1990y=33y 33y×365d=12045d 361ea÷12045d(361e÷33y)≧0.02ea(10ea) for, 10y(3650d)×10ea(0.02)≒100ea ∴100ea≒1pc (∵3pc=120ea) 삼월이네 큰집 초빙받아 짬뽕 한 그릇 얻어 잡수시고 어슬렁거리는 마당. 오래된 집 마당에 울려 퍼지는 바람종 소리. 동토를 건너온 봄의 씨앗을 흩뿌리는 소리. 어둠의 문을 나서며 손 놓아야 하는 것에 대한, 이별의 송가. 봄의 정령을 깨우는 단아한 두드림. 202403101418일 Boots Randolph-He'll Have to Go 하루 다 갔다. -by, ⓒ 성봉수 詩人 2024. 3. 10.
가스라이팅. 베지밀 한 팩으로 빈속을 도포하고 마주한 벗과의 술밥 자리. 사설 중 뒤통수에 닿은 업주의 추임새, "말도 못 해요, 한 단에 7천 원 하던 게 만칠천 원 해요!" 에 추임새를 얹어 두드리는 고수의 북 울림이 얼마나 크던지... 떨어진 파채 더 달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발걸음을 낚여 주저앉은 아파트 단지 한쪽 컴컴한 정자. 박카스 맛 젤리에 캔 맥주 하나씩. 공로연수 중인 벗은 한 학기 남기고 휴학하고 어학연수 준비 중인 큰아이와 군 복무 중인 둘째, 뒷바라지 끝나지 않은 자식들 걱정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라는 소신과 사이에서 어정쩡 양발을 걸치고 내뱉는 한숨. 아이들을 알아서 각자도생 시킨 무능력한 잉여 인간의 입장에서 딱히 등 두드려 줄 말도 없고, '"우리 때야 소 내고 자갈밭 팔아 뒷바라지해 주.. 2024. 3. 8.
남 우일 뻔하였네. 눈이 오신다는 예보. 경칩이 지났으니 귀한 봄눈이거나 겨울을 닫는 눈일 터. 그 서설을 맞고저 밤사이 세 번이나 뜨락으로 내려섰지만 내 그림자만 마주 보다 날 밝는다. 202403063041수 RWH - With Me Happy I'am Sorry _ ft. Lady Gaga(영화 'A Star is Born' ost에서) 이종섭 전 장관, 공수처에서 출국금지까지 해 놓은 상태인데 호주 대사에 임명했고 아그레망까지 받은 상태란다. 윤석열이, 진짜 앞뒤 없는 웃기는 짬뽕이다. 이쯤 되니, 앞뒤 안 가리는 동네 바보형과 남 눈치 볼 줄 모르는 MZ 의사들과의 한판 승부가 어찌 될지 궁금하네. -by, ⓒ 성봉수 詩人 2024. 3. 7.
돼지국밥 작년, 두 포기는 제때 제대로 순이 나오고 꽃도 곱게 피는데 나머지 한 포기와 한해 뿌리 번 또 한 포기와 잡부 났다가 캐와 새로 이식한 두 포기는 삐들 삐들 시원치 않아, '올 한 해는 꽃 보기를 포기'하며 모두 화단에 정식했더니... 비 오시는 경칩의 오래된 집 화단, 상사화의 새순이 쑥쑥 올라온다. 올해는 나비 날개 같은 그 여린 꽃잎이 제대로 벌듯 싶고, 내년에는 더 벌겠고, 그래서 후년에는 누군가의 울에 나눔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봄을 맡는 삼월이 개구리 꼼지락거리는 푸른 비린내가 나는 걸까? 새싹이 꿈틀꿈틀 땅을 가르는 새콤한 향기라도 나는 걸까? 오래된 집 마당 양달을 찾아 앉은 삼월이. 바람종 소리에 실려 오는 저만치 것들을 앞 sbs090607.tistory.com 저녁, 삼월이 언니.. 2024. 3. 6.
손꾸락으로 해를 가려? 어쩌다 보니, 보조 모니터에 곁다리로 열어 놓은 유튜브 창. 안동운(뚜껑-가발-을 벗겨 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지은 이 별호. 내 개인적으로는 이 별명이 가장 맘에 든다), 촉새, 꽃게손... 기타 등등으로 불리는 한동훈 딴나라당 비데위원장의 C시 방문 라이브 방송. C시 방문이면 볼 것 없이 중앙시장이 뻔한 일정이겠고, 그곳에서 생업에 열중일 벗의 모습이 보일까? 일부러 틀어 놓고 흘끔거리며 끄적거리는데...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극우(엄밀히 따지면 극우도 아니고 태극기 부대도 아니고 오히려 "나 아니면 다 틀린" 배척과 증오로 점철하며 가치관 형성에 실패한 내로남불 MZ의 성향이 두드러진...) 유투버의 극단적 맨트. '하... 젊은 놈이 왜 저럴까?' 탄식이 절로 나오며 듣는 내내 참 불편하다. 지.. 2024. 3. 6.
서성이다. 절구질은 일상이고 이젠 꿈까지 꾸니, 서재 의자와 나는 가히 물아일체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지 않은가? 비 나리는 아침, 기억도 없는 꿈에서 나온 나는 마치 유산한 산모라도 되는 것처럼 온몸에 뼈마디가 다 늘어지고 맥이 풀린 채 오래된 마당 추적이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다 들어왔거니... 미역 한 줌 담가뒀다, 조선간장 심심하게 풀어 기름기 없는 깔끔하고 칼칼한 맑은국을 끓여 보아야겠다고. 그 바닷가를 서성여야겠다고. 202403050712화봄비나리는아침 그댄봄비를무척좋아하나요mix202302100328금봄비 셋째+2日 -by, ⓒ 성봉수 詩人 2024. 3. 5.
아침을 기다리며. 냉장고를 탈탈 털어 술밥상을 차려 앉아 아끼는 좋은 술로 잉여 인간의 하루를 접었다. 소변을 보고 건너와 밤새 헛 지름 태운 안방 전열기를 끄고 한 개비 남은 담배를 문다. 새로 네 시 오십 분. 밤새 혼자 떠든 텔레비전에서 애국가가 흐른다. 주섬주섬 점퍼를 걸치고 집을 나선다. 물기 머금은 포도. 불을 환히 밝힌 텅 빈 시내버스 첫차가 덜컹거리며 스쳐갔다. 담배를 사고 터벅터벅 시내를 한바퀴 돌아 돌아왔다. 또 오늘로 넘긴 어제치 위장약 두 봉을 바라보며 타는 커피. 봄이 발치에 머뭇거려도, 쉬이 오지 않는 아침. 202403030538일 장계현-잊게해주오 mix 바람종2023봄 바삭하게 마른 새 담배를 기분 좋게 물고, 모처럼의 습작 -by, ⓒ 성봉수 詩人 2024. 3. 3.
기억의 문을 열고... 사용하지 않던 SNS 계정을 복원하자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모텔 발렌타인의 이미지. "모텔 발렌타인"의 글귀가 들어간 시가 떠올랐습니다. 모텔 발렌타인을 마주 보는 골목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서 끄적거렸던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모텔 발렌타인"의 글귀만 생각날 뿐, 시의 제목도 내용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출간한 세 권의 시집 목차를 열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모텔 발렌타인"이라는 글귀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혹시, 누가 옮겨 놓은 것은 있으려나?" 구글링해도 허사였습니다. 출간한 책에 수록한 시는 원본 문서를 따로 보관하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글을 포스팅해 두었던 카테고리를 열고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지난한 일이었지만, 새로 찾은 이 기억의 장면을 그냥 버리기에 서운했기 때문.. 2024. 3. 2.
상대 속도. ↘3.1절 아침. 새벽 4시 무렵부터 바람종이 거세게 울기 시작해, '비가 오나? 비가 오려나?'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이 되어서도 여전하다. 정오가 찍어달리는 시간, 볼일 보러 바깥채에 건너갔더니 아무도 없다. '이것들이 나만 빼놓고 맛있는 걸 사 먹으러 몰려갔나?' 그러고 보니 부엌문 여는 소리에 마중 없던 삼월이. 거실에는 없었으니 방에 있으려니 문을 열었는데, 없다. 마당으로 내려 서 우리 앞에 허리 숙여 들여다보아도, 없다. '어라? 이것들이 증말 나만 빼고 개새끼까지 델꼬 나간 겨!'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쪽 골목을 바라보니 거기에 계시다. 대문 아래 틈에 코를 박고 똥구멍을 하늘로 쳐들고 엎드려 있다. 엎드려서, 길가에 오가는 오만 사람들을 참견하며 짖기에 신이 났다. '어휴... .. 2024. 3. 2.
오줌보 터지다. 잡부마치고 돌아와 씻고 되짚어 나가 앉은 술밥상. MZ세대 행동에 대한 유감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대나무 말 타던 시절의 우리들 치기를 무용담처럼 회상하다가 "돌이키니 지금의 MZ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는... 그렇게 앉은 찻집. 샷 추가도 하지 않았는데, 종이컵만 한 이쁜 도기에 가득 내 온 에스프레소. '어? 이상하다? 잔이 바뀐 거요? 샷을 추가한 거요?' "녜, 사장님께서 커피 좋아하신다고 많이 잡수시라며..." 모처럼 사람 냄새나는 기쁜 일이다. 일어나서 한잔, 점심 먹고 한잔, 잡부 마치고 돌아와 한잔, 이렇게 한잔, 집에 돌아와 또 한잔... 고맙고 고마운 배려였지만, 밤새 요강 하나를 가득 채웠다. 2월의 마지막 날. 시간이 어찌 이리도 빠르단 말인가... 202302290648목 Pa.. 2024. 2. 29.
☆~ 못 잊어 / 장은숙 ~☆ 못 잊 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장은숙 김소월 詩 ☆~ 詩와 音樂 ~☆ :: 플레이바에서 음원 다운로드 하는 법 (tistory.com) -by, ⓒ 성봉수 詩人 2024. 2. 29.
☆~ 환기 / 성봉수 ~☆ 환기 / 성봉수 7월 햇살의 용암이 펄펄 끓고 비의 해일이 우르르 무너지면 용암은 해일의 골을 긁으며 떠가다가 떠가다 박혀 등을 맞대 멈춰서는 어디 앞다투어 치솟는 포자의 주상절리 곰팡이 핀 옷들을 바람에 내걸며 창 없는 내게 가두거나 갇혀 식어 차갑게 농드는 토화, 그 뜨거운 날들에 대한 202307010930토쓰고 202308202143금깁고옮김 ▣ 계간 『白樹文學』 2023년 겨울호(103) ▣에서 2024. 2. 28.
☆~ 류마티스 / 성봉수 ~☆ 류마티스 / 성봉수 1. 그때 처음이라서 조바심은 둑이 되었는데 물골 볼 줄 몰랐던 거지 물길을 몰랐어 물은 결코 닿을 일 없이 망망대해 누구의 처음을 지나고 있을 텐데 삭아가는 힘줄로 어제가 허물어지는 내 안의 역류 2. 돌아보니 병아리를 가두었던 탱자나무, 배인 울타리였으니 물푸레 가지 삭정이 된 오늘에서야 깨물지 않아도 손가락이 아파지는 202306271438토쓰고 202307142039금탈고 ▣ 『세종문단』 2023에서 ▣ ▣월간 『한올문학』 2023.8월에서▣ -by, ⓒ 성봉수 詩人 2024. 2. 27.
허무한 동침. ↘내과: "잘 오셨습니다. 환자분 같은 상태에는 보통 두 달 정도는 잡수셔야 합니다" ↘신경외과:"이상하다? 왜 자꾸 재발하지? 요렇게, 요렇게 운동해 주셔야 합니다. 이러다가 오십견 오게 생겼는데요..."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을까 봐 작정하고 나들이한 병원. 내과에서는 다시 한 달 치 약을 처방받았는데, "식전 약" 때문에 또 난감하다. 열흘에 여드레는 밤을 꼬박 새우니, 새우며 커피를 마시니, 도대체 "공복의 식전"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하는 겨? 신경외과, 벌써 네 번째인 주사. 이렇게 계속 맞아도 되는지 물어보니 "일주일" 지나면 괜찮단다. 그런 걸 보면 스테로이드제는 아니고 항생제 종류 같은데... '이러다 정말 수저질도 못 하것다'는 생각에 '오래전 무릎 손 봤던 D시 전문 병원에 다.. 2024. 2. 27.
따라하기. 분명 속이 비었는데 밥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식전 댓바람에 먹은 라떼의 포만감이 하루가 다 갔어도 가시지 않는다. 기만(欺瞞)하다. 발치로 밀어 놓은 저녁 밥상을 바라보며 부스스 눈 떠 왼팔을 꺾어 오른 어깨를 두드리고 주무르다가 담배를 물고 거울 앞에 선다. 거기, 푸석푸석 윤기 없이 거무튀튀한 거죽을 뒤집어쓴 남자 sbs090607.tistory.com '입 맛이 또 사라졌네... 이제라도 약 먹으려면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무청 말린 시래기 걷어다가 무쳐 먹을까? 아니지, 된장 슴슴하게 풀어 국을 끓일까? 지난 초겨을 김장하며 옷걸이에 걸어 놓은 무청 몇 꽁다리를 가지고 기와집을 이리저리 짓다가 와르르 허물어버렸다. 삶고, 불리고 어쩌고... 아무튼 오늘은 늦었고 귀찮다. 부엌에 서서 냉장고 .. 2024. 2. 27.
매 맞고 사는 남편. 세 벌의 밥그릇과 세 벌의 수저와 쟁반 세 개. 그러니 "하루 한 번 설거지"를 기본으로 깔고 사는 취식 행위. 어떤 날은 하나 가지고 헹궈 쓰고, 똑같이 한 벌을 헹궈 쓰는 상황이라도 나머지 두 벌을 설거지통에 담아 놓고 한 주를 보내기도 하고, 어떤 며칠은 라면 냄비와 수저 한 벌로 보내기도 하는데... 설거지하다 보니 쟁반 하나가 사라졌다. 마침 정수기 물 뽑으러 건너온 삼월이 언니께 여쭌다. '혹시... 내 오봉 하나 바깥채로 가져갔는가?' "아뉴! 내가 이 방 물건 쓸 일이 뭐 있슈?" '이상하다? 하나가 어디 갔지?' 말꼬리를 채 되감기 전에 삼월이 언니께서 던진 표창이 뒤통수로 휘리릭 날카롭게 날아온다. "어이구! 이 건 뭐여?" '아...' 며칠 전 꽁꽁 언 김치 썰어 소분해, 녹으라고 내.. 2024. 2. 27.
그렇다. 내 손으로 밥은 떠먹어야 하니, 주사 맞고 처방받은 약 한 봉다리 들고 다이소 들러 "상쾌하고 은은한 풀 향" 디퓨저 한 병 사서 휘적휘적 돌아오다가 습관처럼 들린 방앗간. \바닷가에서_큰 별들. \너에게로 또다시_서영은. \사노라면_전인권. \비의 영상_해바람. \정 주고 내가 우네_조용필. \사랑이 지나가면_이문세. \House Of The Rising Sun_Joan Baez. 세상 구경 처음 하는 버즈 2프로를 타고 랜덤으로 흘러나오는 폰 저장 음악들. 갑자기 서럽다. 약봉다리를 들고 걷는 내가 서럽고, 곡기 구경 못 한 빈속으로 혼자 앉은 술자리가 서럽고, 흘러나온 음악이 서럽고, 흐르고 있는 "김명애의 도로남"이 서럽다. 온통, 된통 다 서럽다. 구질구질한 감정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면, 내 일.. 2024. 2. 26.
기만(欺瞞)하다. 발치로 밀어 놓은 저녁 밥상을 바라보며 부스스 눈 떠 왼팔을 꺾어 오른 어깨를 두드리고 주무르다가 담배를 물고 거울 앞에 선다. 거기, 푸석푸석 윤기 없이 거무튀튀한 거죽을 뒤집어쓴 남자가 주먹만 한 눈곱을 매달고 사방으로 뻗친 지푸라기 같은 머리칼을 하고 엿장수처럼 서 있다. 부엌문을 밀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기척 없는 개새끼. "쓰레빠도 그대로 있고, 안에서 자는가 보군..." 초록의 손가락들이 고무락고무락 올라오고 있는 오래된 집 마당이며 화단에 새 소식은 없는지 휘이 둘러본다. 비가 온다는 것을 알고 널었는지 널었는데 밤새 비가 온 건지 비가 오거나 말거나 걷지 않은 건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막 잡아 벗긴 짐승에 가죽처럼 추욱 늘어져 빨랫줄에 가득 매달린 빨래들. (알 수 없어요...) 요.. 2024. 2. 25.
造花人生 큰아이 초등학교 졸업식 때부터였겠거니 생각했더니, 오늘 사진을 찾아 이방을 기웃거리니 중학교 졸업 사진의 꽃이 달라 그때부터는 아니었나 본데, 언제부터인지 아이들 졸업식마다 들려 있는 똑같은 조화. 노란 장미 조화 한 묶음을 사놓고서, 행사 때마다 장미 한 송이나 안개꽃을 보태 들려주다가 막내 고교 졸업식을 끝으로 집어던져 버렸던. 꽃다발이 다시 쓰임이 생긴 오늘, 생화 꽃다발을 든 손이 생경하다. 조화 꽃다발 사진을 찾아 방 안을 기웃거리다 마주한 잊고 있던 흔적. 내 뜨겁고 간절했던 진정의 시간은 먼지처럼 오간 데 없고, "대책 없이 어쩌다 네 아이 아비 되어 불기 없는 냉골에 손발 동상 걸려 퉁퉁 불어 터지게 한 루저"가 되어있었으니... 내가 디딘 걸음은 삶에 대한 절박한 경외감 없는 소비인간에 .. 2024. 2. 24.
봉구 씨의 하루 봉구 씨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종일 추적이며 봄비가 내리는 오늘도 봉구 씨는, 대부분의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따금 사타구니를 벅벅 긁으며 가장 잘하는 것을 하다 보니 어느덧 반나절이 얼추 기울어가고 있었다. "아, 배고프네. 뭐 좀 먹을까?" 가장 잘하는 것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기. 그럴 때마다 봉구 씨는 "에너지 총량(보존)의 법칙"을 떠올리며 신기해하고는 한다. 그러면서 그가 가장 잘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그래, 배가 고픈 것을 보면 분명 에너지 소모가 있었다는 것이고, 나는 그만큼 뭔가를 했다는 증거일 테니 구태여 '식충이'라고 자학할 필요는 없는 겨!" 봉구 씨는 모아두었던 김치 꽁다리를 넣고 어제저녁.. 2024. 2. 21.
서양 하꼬방 이번 귀국 때야 5년 만에 처음 물어 본 숙소. "공용 공간으로 화장실 두 개와 주방 정도를 쓰는 에어컨 없는 쉐어하우스(sharehouse)" 오늘 검색해 살펴보니 맘이 편치 않다. 한 골목 더 들어가 그래피티(graffiti) 범벅인 곳보다야 험하지 않고, 정원 있는 개인 주택도 드문드문 섞여 있는 주거지역이라 다행이긴 하다만. 천상, 허름한 구도심 지붕 낮은 구옥에 사는 우리나라에 온 외노자들의 숙소가 연상 된다. 동네에서 제일 형편 없고 영락없는 하꼬방 같은 집. 내부의 사정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상상하고 짐작하던 것보다 더 열악하다. 이럴 땐, 내가 "돈 좀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살아간다"는데, 타관 객지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형편을 생각하면,.. 2024. 2. 21.
우수의 밤비에 눕다. '엄마가 먼저 대답해 주기를...' 입 다물고 있다가, "도착하고도 4시간 기다렸다가 국내선으로 환승한다"라고 했으니 이쯤이면 도착했겠거니 보낸 답신. 환승 터미널에서 보내온 사진. 원래 비행장이라는 곳이 그렇기는 하겠지만, 지평선만으로도 '참 넓은 땅덩어리구나...'는 생각과 '이제 어쩌면 그곳이 더 편하겠구나...'라는 생각. 그렇게 아이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모처럼 회주(灰酒)로 술밥 먹고 돌아온 이른 밤. 봄비 내리는 소리가 기똥차다.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봄비 / 성봉수 봄비 / 성봉수 봄을 앞선 첫 비가 오는 날 덕이네 막걸리가 만원이다 그놈에 첫째가 뭤이간데, 저마다의 첫 번째를 싸들고 술도가에 모여들었다 나는 시큼털털한 막걸리를 휘휘 저어 남의 것이 sbs150127... 2024. 2. 19.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겨우내 따뜻한 바깥채에서 지 언니와 한 이불 쓰며 살이 통통하게 오른 삼월이. 정작 날이 따뜻해지니 밖으로 쫓겨나기 일쑤다. 아마도 또 털갈이가 시작되려는지 "털이 너무 빠져서 안 돼유!"라는 지 언니에게 쫓겨나는 게지만, 내가 보기엔 출근복에 하나 붙으나 열 개 붙으나 개털 범벅인 건 매한가지일 텐데 변심이 유난스럽다. 여지없이 쫓겨난 삼월이. 바깥채 화장실로 용변 보러 안채 부엌문을 밀치고 나서는데, 정체불명의 앓는 소리를 내며 날리다 난리. 이 지지배, 이젠 아예 로 내가 인식되어 있나 보다. "봉수 노인네! 얼른 문 열 거라 문 열어!" 봄이 왔는데 겨울로 쫓겨 난 삼월이. 이거야말로 춘래불사춘이 아니던가? ■ 似[人](人+以)닮을 사 / 닮다. 같다. 비슷하다. 흉내내다. 잇다. 상속하다. 보이.. 2024.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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