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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엔딩. 컴 바탕화면 폴더마다 가득한 사진들. 나이가 드니 쥐고 있던 것도 놓아주고 있던 것도 버리고 덜어내며 단출해져야 할 텐데... 뭔 미련이 많은지 던져두고 던져두고 쌓아 놓기만 하다가, 어제는 작정하고 정리했습니다. 정리하고도 한 두 폴더 정도는 또 남아 있습니다. 언제 또 일삼아 정리할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새로 네 시 반. 떨어진 담배 사러 나가기엔 어중된 시간. 다섯 시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전 선거 투표소에 먼저 들려 투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나래비 섰습니다. 양 귀에 각 두 개씩 피어싱 하고 조선 소 엉덩짝 같은 색으로 염색한 근정이 형 뒤통수도 보이고, 목에 행사용 명찰 목걸이를 건('처음엔, 자원봉사 하시기엔 연배가 너무 드셨는데'라고 착각했던...) 아줌마의 아주까리 지름을 바른.. 2024. 4. 5.
동지. 열려있는 바깥채 안방 문. 소피 보고 건너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라보니 역시나다. 둘째 다녀가며 일 년 만에 목욕한 후, 때가 꼬질거리고 노숙인 냄새가 폴폴 풍기는 원래로 원상 복귀한 삼월이가 지 언니 요 위에 웅크리고 있다. '나와! 지지배야! 이 볕 좋은 날 이 컴컴한 곳에서 뭐 하는 겨!' 요지부동, 눈을 홉뜨고 눈치만 볼 뿐 말발이 안 통한 지 오래다. 삽으로 뜨듯 궁딩이를 몇 번 발로 들썩거려 간신히 쫓아냈다. 한겨울도 아니고, 거기가 뭐가 그리 좋은지 원... 언젠가 하루가 흔적 없이 다녀가며, "맨날 개새끼 얘기나 올리고 시인의 방이 어째 이상해졌다..." 했고. 언젠가 홍보부장님께서, "짐승 싫어하는 내가 유독 맘이 가는 삼월이, 근황이 궁금하다" 하셨으니... 참으로 각양각색 천차만별.. 2024. 4. 4.
웃프다. 몹시 불쾌한 꿈에서 눈을 떴다. 며칠 전에는 슬하의 어린아이처럼 지나치게 유쾌하던 평상의 내가 "농약을 먹는 사고"가 있었고, 진균제인 그 농약은 '단 한 방울이라도 구강점막과 접촉하는 순간, 당장은 표가 안 나도 시간이 흐르며 발현되는 화학반응으로 인해 장기가 하나하나 녹아 들어가 시름시름 앓다가 꼴까닥'하는 백약무효 처치 불가의 극약인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런 내 앞에 어머님께서 생시처럼 나타나셨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아, 농약 중독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어디 먼 타국에 돈 벌러 떠난다는 핑계라도 둘러대고 나를 아는 모두의 기억에서 씩씩하게 슬그머니 증발해야겠다'는 다짐을 되뇌다 잠에서 깼다. 내 추저분한 마지막을 들키지 않아야 하겠다는 조급함이 앞서, 모처럼 뵌 어머님께 반가운 인사도 못 올.. 2024. 4. 3.
술독에 빠져 죽을 넘. ↘빠듯한 공기 때문에 잡부 불려 나간 일요일 오후. 기억 저편으로 까맣게 잊힌 복대동의 회상. 그 동네 큰 길가 언저리 뭐시기 나이트클럽에서, 그이가 불렀던 노래. 하필이면 그 노래 "남남"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던 청춘의 그 밤. 하필이면 그 노래, 최성수의 "남남" 때문에 결국 한 동안 돌아서지 못했던... ↘잡부 마치고 그 길로 마주 앉은 탁주 집 탁주 집 입구 옆에 쪼그려 앉아 담배 먹는 동안에도 이명처럼 떠나지 않는 그 밤의 노래. '참 옛날이야기네. 잘 살고 있것지...' 모르는 이가 들으면 천하에 바람둥이였는 줄 알겠으나 이 면상에 그럴 주제는 못 되고, 몇 안 되는 기억도 참 징그럽게 파란만장했다. ↘찻집에서 에스프레소로 한잔하고 돌아와 작업복 누더기를 입은 채 서재에 앉았다... 2024. 4. 2.
욕심. 군복무 시절 야간행군 때 말고는 이렇게 졸린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한 사흘, 서재에 앉으면 어찌나 졸리던지요. 어제도 얼마나 졸음이 쏟아지던지, 컴을 끌 여유도 없이 안방 난방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가 픽, 쓰러졌습니다. 아마 새로 세 시쯤 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쓰러졌다가 6시쯤 눈 뜨고 뭉그적거리다가 7시쯤 서재로 들어와 모닝커피와 담배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약 타오며 장에서 사 온 청, 적 상추 모종 각 세 포기와 쑥갓 두 포기와 무명 씨(? 갑자기 이름 생각이 나지 않는...) 한 포기를 옥상 화분에 심고 내려왔습니다. 그러고는 재고 처분 마지막 날, 이사하느라 분주한 이웃 문방구에 들러 이것저것 잡아들었는데요. 50% 세일인데도 총계가 어마무시합니다. 그래서 반은 도로 덜어.. 2024. 3. 30.
하... 졸려 디지것다! 10시 무렵, 잠에서 막 깨어 비비적거리는데 받은 연락. 내 짬이 나기를 기다리던 미팅 확인 톡. "비 오니 일 안 가셨지요?" 11시 반에 픽업 온다는 답신을 받고 번뜩 생각하니 할 일이 밀렸다. 오후 세 시쯤에나 보자고 다시 톡을 보내고 부엌으로 나오니 산더미 같아야 할 설거지통이 깨끗하다. '아, 참!' 어젯밤 새로 두 시쯤에 해치운 걸 깜빡했다. 그러면 힐일 하나는 지워진 거고... 문을 열고 확인하니 비가 정말로 웬만하게 온다. '흠... 아무래도 빨래는 다음에 해야겠는걸? 당장 하기로 했던 것은 정리되었으니, 그냥 그 시간에 미팅 잡아야겠네' 일정 꼬이기 전에 잽싸게 톡을 여니, 방금 보낸 톡을 확인 안 했다. 바깥채 컴컴한 식탁 아래 혼자 좌정하고 계시던 삼월이를, 씻고 나오며 밖으로 모시고.. 2024. 3. 29.
同病相憐 동병상련 / 성봉수 마당에 빗소리는 누가 듣나? 처마 아래 흔들리는 풍경이 듣지. 처마 끝의 풍경소리는 누가 듣나? 無刻窟 안 홑이불 속에 내가 듣지. 듣지 듣지 듣지 香燭도 꺼진 그믐밤 三更의 깊은 골 山寺, 너른 마당 낮은 鐘樓에 눈 부릅뜬 木魚. 그 켜켜이 돋은 소름 같은 비늘이 되어 있지. -28時19分. 2024. 3. 26.
베짱이 된 날. 여느 날과 같이 술밥상을 차려 앉았고. 냉장고에 삐들거리는 시금치 반 줌과 당근 반토막 남은 것 정리할 겸 돼지괴기를 볶었고. 여느 날과 같이 술상 발치로 밀어 놓고 피시식 잠들었고. 푸우며 도라에몽이며 어쩌면 빗자루와 고무나무 정령들까지, 구겨 버린 종이처럼 형광등 아래 찌그러진 나를 올라타 밤새 걸리버여행기 놀이를 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인지, 아구구구 신음을 내며 여느 날과같이 찌부둥둥한 몸을 살살 달래며 꿈도 아니고 생시도 아닌 시간에서 눈을 떴고. 여느 날과 같이 영등포역 노숙자보다 나을 것 없는 먼지투성이 옷 챙겨 입고 품 팔러 나섰고. 집에 돌아와 대문을 밀칠 때, 여느 날과 다르게 삼월이가 골목 끝까지 쫓아오며 반겨줬고. 여느 날과 다르게 일곱 시 조금 넘은 이른 시간에 밥상을 .. 2024. 3. 26.
백약이 무효허니 시간만 떡 사먹었됴다. 마지막으로, 새벽부터 아침까지 서재 컴을 업그레이드 이전 시점으로 복원도 해 봤으나 마지막 가능성도 허사. 이제 남은 마지막 방법으로 노트북을 열고 확인하니 마찬가지. 결국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사망. 이 안에 담겼던 자료들이 하루아침에 떡 바꿔먹고 말았다. 웬만해서는 자료보관하는 성격이 아닌데, 발표과정이나 출판과정에서 내 의도와 다르게 내용이 누락되거나 윤색된 것, 그래서 내가 세상에 없고 기억에도 없는 언젠가 혹, 오해될 가능성이 있는 공적인 문서들과 미발표한 탈고시와 중요한 아카이브 자료들을 모아두었는데 떡 사 먹었다. "안전하게 대용량 외장하드로 백업해 두어야겠다"라고 늘 맘 언저리에 중얼거렸으면서도, 나태함과 게으름의 결과이니 유구무언이다. 하필 내가 세상에 나오고 한 갑자 회기한 올해 이리되었.. 2024. 3. 24.
삼용아, 조오껍띠기 술이나 묵으랏! 외출에서 돌아와 어영부영하다 보니 밥때가 지났다. 밥때라야, 배가 고프지 않으면 건너뛰는 것이 일상이지만 먹고 있는 위장약이 있으니 신경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이어도, 밀린 약이 한 주먹이나 되면서도 말이다. '뭐랑 먹나?' '달걀찜을 먹을까? 말이를 해 먹을까?' 어느 것이 덜 귀찮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삼월이 언니께서 제주 다녀온 아드님 기념품을 건네주고 가신다. '제주에 꿀단지라도 숨겨 놨나? 툭, 하면 제주 나들이일세...' 잘 되었다. 그냥 술밥 먹고 말면 되겠다. 서류 살펴볼 것이 있으니 찜찜하긴 했지만, 살펴볼 맘이 딱히 동하지 않으니 내 목구멍이 우선인 게다. 꺼내 놓고 보니 그럴싸하다. 미역국을 뎁히고, 달걀 두 개 풀어 찜하고, 안면도 파래 부침개인지 뭔지도 레인지에 돌려 잔을 .. 2024. 3. 24.
난장판! 많아야 기껏 하루 천 원 버는 방. 그거 모아서 땅 부자 될 일 없고, 방문한 시간 투자만큼 보상될 리 없어 영양가 없는 포스팅이니, 으쌰!!! ■ 의기소침(意氣銷沈) ┖기운이 없어지고 풀이 죽음. 202403202942목춘분 송창식-한번쯤 mix 양태환기타 아고... 눈 좀 붙이자. -by, ⓒ 성봉수 詩人 sbs090607.tistory.com 포스팅 안에 광고 설정을 하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조화 더냔 말이다? 포스팅 밖이야 자동 노출이니 십분 이해해 그렇다고 해도, 포스팅 안에. 그것도 폰트와 폰트 사이에 노출되는 이 광고는 도대체 뭐냔 말이지? 츠암... 난장판일세 쯥... 202403221547금 베토벤-소나타8번비창3악장(Beethoven_Virus-SonataNo8Pathetique3.. 2024. 3. 22.
으쌰!!! ■ 의기소침(意氣銷沈) ┖기운이 없어지고 풀이 죽음. 202403202942목춘분 송창식-한번쯤 mix 양태환기타 아고... 눈 좀 붙이자. -by, ⓒ 성봉수 詩人 2024. 3. 21.
그래, 믿자. 형은 구레나룻에 파뿌리를 매달고 할아버지가 되어 있고, 이쁜 아줌마셨던 어머님 얼굴엔 굵은 주름이 가득하다. 그렇게, 소원했던 시간의 기별은 각인된 빡빡머리 기억의 첩경을 뛰어넘어 서글픈 면경에 나를 마주 서게 했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친구가 자시하(慈侍下)가 되어 고아의 반열로 들어서는 문을 열었다. "쐬주 하나 맥주 세 캔" 객지 상가의 문상에 술 먹을 이가 나뿐이니 시간 늘릴 일 없이 간편하고 효과적인 일이다. 커피머신을 장만한 셋째가 이것과 저것의 캡슐을 내려 맛배기를 청한다. 취향에 따라 자의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고 여가를 취미에 배분할 수 있는 전제, "현실적 능력". 그 전제를 탄탄하게 딛고 선 셋째의 앞날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참 기분 좋다. 그러니 박으로 리필에 리필을 거듭해 .. 2024. 3. 20.
조현(調絃)의 밤. 베개를 옮겨 머리를 예전처럼 남쪽으로 돌려 누웠다. 무엇이 내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화두를 잡게 했는지 모를 일인데, 그 정상으로의 회기가 안 맞는 신을 신은 것처럼 너무너무 불편하다. 온몸이 굼실거리는 불편함으로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 뒤척이기를 반복하다가, 급기야 엉금엉금 기어 서재 의자에 앉았다. 한기 때문에 이따금 움찔거리기는 했어도, 두개골과 뇌막 사이를 기어 다니던 벌거지가 사라졌으니 맘과 몸에 이분화된 안락의 극단을 따질 일이 아니다. 지난 겨우내, 잠자리가 불편해 머리를 북으로 두고 잔 것이 8할. 그러니 시간이나 숙면의 정도로 따지자면 평상을 바꾼 그것이 오히려 평상이었고, 그랬으니 그것이야 말로 "비정상의 정상화"였다고 여기는 게 합당한 일일 텐데. 나는 왜 그 안에서조차 변화에 대.. 2024. 3. 18.
미친 거 아녀? '오늘 임원회여? 전체회여?' "전체 회의" '우띠... 고람 용코 없이 가야 것네!' 10시이니 늦어도 9시 반에는 출발할 터이니 서둘러야 것다. 요기라도 하고 나설 생각으로 식전약을 꺼내고, 날짜 확인하느라 고개 돌려 달력을 보니 다음 주에도 땡그라미가 그려 있다. ??? 혹시나? 폰을 열고 전달받은 단체 공지를 확인하니 다음 주다. 이런! 미친 거 아녀? 산골짜구까지 혼자 차 몰고 갔다가 뒤통수 벅벅 긁으며 되돌아왔을 생각 하니 원... ㅋㅋㅋ 나는 그렇다 치고, 대답해 준 사람은 또 뭐댜? 잠결에 받았나? 어쨌건, 한숨 때려야것다. 2024. 3. 16.
턱. 셋째가 퇴근하며 하사한 파이. 종이 상자를 막 여는 찰나 다급하게 건너오며 소리 지르는 삼월이 언니. "동작 그만! 동작 그만! 소고기 먹으러 갈껴, 동작 그만!" 첫 급여 턱을 내겠다고 돈 찾으러 은행 갔다는 셋째. ('신입 초봉이 얼마나 된다고 소고기여...') 옷을 갈아 입고 건너채로 가 돈주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는 식탁. 그 아래 덩달아 들어온 삼월이가 셋째가 사 온 턱받이인지 뭐시기인지를 두르고 눈알을 팽팽 굴리고 앉았다. ('지지배, 첫 봉급을 탔으면 부모님 빨간 내복을 사 와야쥐! 개새끼 턱받이가 뭐람...') 좋아하는 생간과 양도 기름장에 찍어 맛있게 먹고, 된장 찌개에 불린 밥으로 일정을 마감하려 몸을 앞으로 당기는데, 예상 못한 금일봉을 하사한다. 신입 봉급이 얼마나 되련만, 일생.. 2024. 3. 16.
바람 불어 좋은 날. 담배 사러 나선 김에 마트에 들러 이빨 빠진 찬장 채울 것들 이것저것 사 들고 돌아오는데, 거리에 부는 바람이 참 좋다. 과 체육복을 맞춰 입은 대학생 커플, 서로를 향해 갸웃하게 고개 기울이고 걷는 뒷모습이 사랑스럽다. 펄럭이는 여학생 머리칼이 보기 좋다. 바람이 좋다. 대문을 밀치고 들어선 오래된 집. 마당 저편, 이웃한 건물들 사이에서 눈부시게 산란하는 기울어진 해. 그 사이를 규칙 없이 제각각 유영하는 바람종의 둥근 파동. 바람 참 좋다. 부엌문을 밀치고 굴속 같은 실내로 들어서며 생각한다. '바람종을 곁에 둔 일은 내 일생에 가장 훌륭한 선택일 거야 ' 방금 사 온 식모커피를 급하게 타서 바람종 소리가 창을 넘어서는 서재에 앉아 담배를 문다. "바람 불어 참 좋은 날이다..." 바람 불어 좋은 .. 2024. 3. 16.
월광 소나타 듣는 개고양이 '나와 지지배야! 이 볕 좋은 날 안에 쑤셔 박혀 뭐 하는 겨!' 식탁 아래 홀로 칩거하며 빈 바깥채를 지키고 있는 삼월이. 소피보러 건너간 김에 밖으로 내몰았다. 작정하고 주무셨는지, 떼꾼한 눈으로 슬금슬금 기어 나와 온몸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는 이내 햇볕이 내린 마당에 좌정하신다. 내 입에 넣을 것 챙기자고 꼼지락거리기는 귀찮지만, 약을 넣으려니 사전 작업은 해야겠고... 아점으로는 다소 이르고 점심을 또 챙기기엔 어중된 시간. 컵라면에 밥 한술 보태는 것으로 두 끼를 퉁쳤다. 식후 커피와 끽연하며 오늘 중 할 일을 셈하고 마당으로 내려서며 삼월이 우리를 살핀다. 부재중이다. '? 이 지지배가 어디 갔지?' 대문 쪽 골목을 살펴도 안 보이고, 혹 옥상에 올라갔나 살피니 문이 잠겨 있고? 요상타??.. 2024. 3. 15.
중첩(重疊) 점심을 먹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노정.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차도 앞까지 차들이 나래비하고 있는 식당. 트럭 조수석 차창에 턱을 괸 내가 만원인 그 식당을 빠르게 지나치자마자, 마법사의 주문이라도 걸린 듯 마주 오는 풍경이 저속 재생 화면으로 늘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존재의 현상과 기억의 허상이 뒤죽박죽 섞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존재와 부존재의 어느 것에도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굴절 이상의 심한 난시안(亂視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입체영화가 조사되고 있는 은막을 보정 안경 없이 바라보는 것처럼, 어슷하게 겹친 분리된 물아(物我)를 경험하는... 참으로 쓸쓸하고 혼돈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은 두부모 같은 건물을 올리고 지근의 팔자 난 땅은 모두 주차장으로 늘리도록, 대기표가 당연한 것.. 2024. 3. 14.
눕자. 발바닥 화끈거린다. 하루를 꼬박 눈 뜨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커피도 마셨고. 누워보자. 202403122657화 Tiny tim-The great pretender -by, ⓒ 성봉수 2024. 3. 13.
밥 묵자. 지난번 기름 두르지 않고 조선간장 넣어 끓인 맑은 미역국을 몇 끼 맛나게 먹었는데 딱 한 그릇 분량 남았다. 모처럼 입에 감기는 음식이니 더 끓여 먹어야겠다. 마른미역 한 줌을 또 담가 놓고 두리번거리다가 설 성묘 다녀와 잘라 놓은 북어포 대가리 생각. 조만간 얼음도 얼려야 하니 냉동실 정리도 해야겠는데, 이참에 차지한 자리 조금이라도 비울 겸 기왕 모아 놓은 것이니 육수나 우리기로. '이거 잘 못 넣으면 꿉꿉하고 씁쓸헌디...' ↘가위로 눈팅이와 아가미 주변 손질하고 흐르는 물에 한 번 씻은 후 마른 냄비에 청주 뿌려가며 한 번 덖어 미온수에 담아 두었다. ↘며칠 전 볼에 담가 두었던 시래기 건져다가 팍, 포옥 삶아 솥째로 다시 샘에 옮겨 두었고. ↘'이만하면 쓰겠거니...' 용기에 반만 덜어 놓았던 .. 2024. 3. 12.
세월은 갑디다. 콩 널은 마당에 비가 오거나 말거나, 도낏자루가 썩거나 말거나... 202403102920일 Pascal Letoublon-Friendships (Shuffle_remix) -by, ⓒ 霧刻窟 浪人 성봉수 2024. 3. 11.
냉정한 셈. 94+123+107+37=361ea 361ea÷3pc=120ea 2023y-1990y=33y 33y×365d=12045d 361ea÷12045d(361e÷33y)≧0.02ea(10ea) for, 10y(3650d)×10ea(0.02)≒100ea ∴100ea≒1pc (∵3pc=120ea) 삼월이네 큰집 초빙받아 짬뽕 한 그릇 얻어 잡수시고 어슬렁거리는 마당. 오래된 집 마당에 울려 퍼지는 바람종 소리. 동토를 건너온 봄의 씨앗을 흩뿌리는 소리. 어둠의 문을 나서며 손 놓아야 하는 것에 대한, 이별의 송가. 봄의 정령을 깨우는 단아한 두드림. 202403101418일 Boots Randolph-He'll Have to Go 하루 다 갔다. -by, ⓒ 성봉수 詩人 2024. 3. 10.
가스라이팅. 베지밀 한 팩으로 빈속을 도포하고 마주한 벗과의 술밥 자리. 사설 중 뒤통수에 닿은 업주의 추임새, "말도 못 해요, 한 단에 7천 원 하던 게 만칠천 원 해요!" 에 추임새를 얹어 두드리는 고수의 북 울림이 얼마나 크던지... 떨어진 파채 더 달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발걸음을 낚여 주저앉은 아파트 단지 한쪽 컴컴한 정자. 박카스 맛 젤리에 캔 맥주 하나씩. 공로연수 중인 벗은 한 학기 남기고 휴학하고 어학연수 준비 중인 큰아이와 군 복무 중인 둘째, 뒷바라지 끝나지 않은 자식들 걱정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라는 소신과 사이에서 어정쩡 양발을 걸치고 내뱉는 한숨. 아이들을 알아서 각자도생 시킨 무능력한 잉여 인간의 입장에서 딱히 등 두드려 줄 말도 없고, '"우리 때야 소 내고 자갈밭 팔아 뒷바라지해 주.. 2024.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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