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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憑依)의 까닭.
길을 가다, 인적 끊긴 행길의 풍경 앞에 털썩 주저앉아 담배를 먹었다. 이따금 차가 지나갔고 가로수는 옅게 흔들리고는 했는데, 그 언제,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향하던 버스 밖, "지붕 낮은 집들에 둘러싸인 좁은 골목 양달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먹던 그 사내가 된 듯도하고", " 생면부지의 낯선 도시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차창 밖 풍경에 턱을 괴고 있는 사내" 같은, 마치 어느 영화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목적지 없는 보헤미안의 헤진 망토인 듯도 싶고, 무리에서 밀려나 정처 없이 걷고 있는 늙은 노숙인의 빠진 이빨인 듯도 하던, 순간. 그 짧은 햇살과 그림자와 나뭇잎의 정적이, 나를 주저앉혀 담배를 물게 했는데. 간절하다는 지금도, 무엇으로 하여 망각으로 침잠 되는가? 꿈에 번암..
2022.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