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카테고리의 글 목록 (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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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171

잡부 가는 길 노동의 새벽. 스산 가는 길. 2024. 2. 1.
두리번거리다. 내가 다시 이 바닷가에 섰을 때, 그날의 뜨겁던 기억의 변주(邊柱)가 와르르 무너져지며 펄펄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현실의 나약한 울에 어정쩡 맘을 걸치고 서서 이성의 냉정으로 포장하며 봉인해야 했던 그날의 염통이 마침내 터져, 못다 했던 속엣말이 콸콸 흘러나와 비겁하여 무채색을 자처한 늙은 오늘을 시뻘겋게 칼질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 사내가 나를 따라나선 것이 당연하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길을 앞선 것은 그 사내였다는 게 옳겠다. 옅은 신음과 함께 교차하는 그날의 사내를 막아서며 읊조린다. "미안하다..." ★~詩와 音樂~★ 낙조(落照)로 떠난 바람 / 성봉수 낙조(落照)로 떠난 바람/ 성봉수 해 질 녘 하늘을 바라다보면 비우지 못한 오늘이 안되었거니 텀벙 텀벙 웃음이 쏟아.. 2024. 2. 1.
풍경 달리다. 목에서 코까지 옮겨 간 비루스. 훌쩍거리며 재채기에 뒷목 땡긴 날. 대간한 몸에, 품 판 돈으로 담배부터 바꿔오는 평상을 포기하고 곧장 집으로. 작업복 벗어 먼지 털어 챙겨놓고 씻고 건너와 수면 내의 챙겨 입고 난방 텐트 안으로. 작정하고 누웠어도 두 시간 남짓 뒤척이다 도로 나와 잠시 멍하니 앉았다 선택한 "신라면 레드" 정상의 몸이었다면, 속도 입도 맵고 대갈빡에 땀도 맺힐 일이었는데 바람 든 무 씹고 있는 것처럼 어느쪽으로도 반응이 없다. 어디 기혈이 단디 막히긴 막힌 모양이다. 쌍화탕 한 병 데워 먹고 두터운 잠바 겹쳐 입고 자리에 두어 시간 누워야겠다. 부디, 이마에 식은땀 송골송골 맺히도록 기가 돌아 시원하게 기지개 켜는 아침을 맞길. 불편한 몸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는 나약한 맘이 측은하다. .. 2024. 1. 25.
고로롱고로롱. 고양이 혼령이 목에 매달렸나? 아이고 대간허다. 2024. 1. 24.
위태로운 100근. "50kg이 넘었느니, 60kg이 넘었느니" 중량 증량에 기뻐하는 친구들 대화 들으며 빙그레 웃었더니... 이거 원, 왜이랴? 이러다가 100근 아래로 떨어지게 생겼잖어? 나이 먹으면, 늙으면, 체중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인가? 그래야쥐! 아니면 답 음잖어? 날 정말 춰졌다. 삼월이 언니 일어났는지 부엌문 덜그럭거리는 소리 나네? 약발은 워낙 잘 받는 체질이라 컨디션은 일단 우연만 해진 것 같고... 눈 쪼까 붙여야 쓰것네. 202401222932월 코로나키트.진해거담제.담배.목욕/누룽지백숙,쌍화탕(둘째) -by ⓒ 성봉수 詩人 2024. 1. 23.
뱅뱅 돌아 제자리, 인생 운칠기삼(運七氣三)이로다. ↘늦은 아점으로 쌀국수 도시락을 먹다가, "저 앞 침대에 여자가 먹는 게 뭐여?"라던, 어머님과의 한때를 잡고 우울하게 멈춰 섰던 날, 블로그도 멈췄습니다. 무엇이 어찌 된 사항인지 전후 사정 통보받은 것 없이 로그인 자체가 불가능했고, 그 세부적 진행 과정의 실체를 모르는 것은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제 기간이 풀리고 방에 들어와서야, 짐작했던 포스팅 때문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같은 내용의 포스팅이 이 방에도 있으니 참 웃기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포스팅을 하고 나면 같은 상황 반복되기 전에 이 방에 그 포스팅은 잠가둘 생각이고요.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담배 먹는 젊은 봉수" 이미지가 네이버 검색 첫 화면에 오랫동안 걸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거, 아슬아슬한데...'라고 늘 생각하고 있.. 2024. 1. 21.
잘 가라 친구. 날도 춥고 거리도 멀었지만, 먼 곳에서 온 다른 손님과 술자리 잡혀 마다한 그제 밤 친구의 술청 통화. ☆~ 우렁이 무침에 쐬주 한잔 / 장승현 ~☆ 우렁이 무침에 쐬주 한잔ㅣ장승현ㅣ시시울ㅣ2021.06.10ㅣ240쪽ㅣ15,000원 더보기 sbs090607.tistory.com 지난 주 부터 머리속에 뱅뱅 굴리고 있는 '나를 향한 살의(殺意)'의 습작 「등치(等値)」 어쩌면 그 검은 파장이 그에게 먼저 닿았는지 모를 일이다. 故 장승현(세문) (1963~2024.01.18) 202401192748금 승현마지막통화mix뒤늦은후회 -by, 霧刻窟 浪人 詩人 성봉수 /20240122음원파일교체 2024. 1. 20.
I'm back! 늦은 잡부마치고 그 길로 초상집 가 천상 품바 꼴로 자리 차지하고 앉아 국밥과 삐루 세 캔 먹고 돌아왔고. 따끈한 꿀모과차 탔고. 승모근이 뻑뻑하니 몸도 맘도 대간하고. 품팔아 바꿔 온 담배, 새로 뜯어 벌써 반 갑을 잡았고. 202401192347 Bobby Vinton-Mr Lonely -by, ⓒ霧刻窟 浪人 詩人 성봉수 2024. 1. 19.
싹아지 없는 개 잡부에서 돌아와 대문을 밀치고 터벅터벅 장화를 끌며 골목 안으로 들어옵니다. 마당 안쪽에서 "컹, 컹" 삼월이 짖는 소리가 딱 두 마디 울리고 멈춥니다. 장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쇳대 챙겨 마당을 돌아 삼월이 우리 앞을 지나칩니다. 삼월이 년이 우리 안 깊숙히 웅크리고 앉아 눈깔을 뗑굴뗑굴 굴리며 쳐다봅니다. 그런 개집을 지나쳐 문 따느라 쇳대 짤강거리자, 삼월이가 톡 튀어나와 바깥채 문 앞에 서서 허리를 활처럼 휘며 몸을 배배 꼽니다. 지 언니 이불 위로 좌정하게 얼른 문 열어달라는 얘기지요. 반응 없이 쌩까고 안채로 들어왔습니다. "싸가지 없는 년!" 대문 앞은 고사하고 골목 입구까지라도 나와 뒷방 노인네 귀가를 반겨달라고는 바라지 않습니다. 독거노인 귀가에 반갑게 쫓아 나와 귀를 젖히고 발랑.. 2024. 1. 9.
동상이몽(同牀異夢) 잡부 다녀와 씻고 나오니 여자가 퇴근해 있다. 건너와 로션 바르고 담배 한 대 먹고 다시 건너간다. 건너가는데, 여자는 마당에서 바지랑대를 기울여 놓고 빨래를 걷고 있다. 식탁에 좌정하고 지름질 거리 내놓을 것을 채근했다. "동그랑땡부터 부치던지!" '이 사람아, 깨끗한 것부터 시작해야지' 이 시간이 되도록 칼 들어간 곳과 나온 곳의 굵기가 맞지 않는 두부. 기울어진 두부를 받아 시작한 지름질. "이건 이쪽에 놓고 해야 하네, 기름을 너무 많이 두르네, 불이 너무 약하네, 너무 일찍 건지네..." 지름질 내내 이러쿵저러쿵 쏟아놓는 잔소리. ('가당찮네...') 그저 틱이라 여기고 혼자 떠들도록 내버려두다가, 귀에 피가 날 정도가 되어 한마디 돌려준다. '이 사람아, 내가 전직 요리사여!' "그러네! 그러.. 2024. 1. 9.
난해한 구도. 우연히 잡힌 순간의 풍경, 구도 한번 참 난해하다. 어느 곳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지금을 가장 적절하게 대변할 수 있을까? 기온은 차도 볕은 참 좋다. -by, ⓒ 성봉수 2024. 1. 7.
감정의 구리구신과 취사선택. 시협 정총이 있는 날. 어제 통화에서 '위임' 의사를 전하기는 했지만 여건이 되면 다녀오려 했는데, 잡부 마치고 편의점 들러 담배 사서 터벅터벅 걸어와 옷 벗어 먼지 털어 걸어 놓고 씻고 건너 오니 여섯 시가 지났다. 근교라면 늦게라도 서둘러 다녀올 수 있었겠지만, 옷 갈아입고 시내버스 타고 서둘러도 어영부영 한 시간은 걸릴 게 뻔하니 뒤늦게 참석해 쭈뼛거리기 싫어 그만두었다. 커피 마시다 말고 밥 차려 먹으며, 360일 고정 채널 ytn을 뜬금없이 벗어나 유랑하다 얻어 걸린, "궁금한 이야기 Y". 모처럼 가십거리에 동참한 것까지는 기억 나는데 눈 뜨니 새로 다섯 시가 막 지나고 있다. 눈을 뜨며 마주한 발치로 밀어 놓은 저녁 밥상. 번뜩 정신 차리고 본능적으로 조심스레 손을 더듬적거려 안경의 불상사를.. 2024. 1. 6.
자자 배도 실실 고프고, 머리도 아프고... 잡부 나가려면 한 시간이라도 눈 좀 붙여보자. 202401042905목 위일청-이렇게될줄알면서 -by, ⓒ 성봉수 詩人 2024. 1. 5.
정력 유감 관계란 것이 가슴 설레는 짝사랑같이 조건을 전제하거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경우의 것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상대적이라서 유무형으로 건넨 만큼 되돌아오고 받은 만큼 건네기 마련이다. 이런 보편적 상황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당연한 행위로 고착화되는데, 결국은 정력(精力)의 크기와 연동되어 작동하는 듯하니 조금은 서글픈 일이다. 연하장의 경우, 물론 세태의 변화도 있겠으나, 하나하나 그려 보내던 시절에서 기성품을 이용하는 시절도 지나고 마침내 SNS가 그 자리를 차지한 이후로도 문자 전송의 시류도 저물고 이미지를 이용한 편리한 소통이 대세가 되었다. 해마다 이만 때쯤, 문단의 원로나 지인께 나름 몇 자 적어 안부를 여쭙고는 했는데 해가 갈수록 그 소통의 경우가 점점 줄어들더니 급기야 올해는 단 한통.. 2024. 1. 3.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첫날 잘 맞으셨습니까? 올해는 한 갑자(甲子) 전 이맘때, 우리 어머님 뱃속에서 제가 세상 밖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던 해인데요. 얼마 전 친구들 술자리에서 "환갑잔치 할 거니?"라는 물음에 빵 터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글 좀 정리해서 새 시집 한 권 내 볼 생각인데 어떨지 모르겠고요. 무엇보다, 그냥 모두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는 중요한 선거도 있죠? 지난해 함께 해 주셔 감사했고요, 나라도 가정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기를 빕니다. 2024甲辰年元日 대우합창단-희망의나라로 애고... 배는 고픈데 밥통에 밥 떨어졌지? 쌀 씻어 놓는다는 걸 깜빡했네. 새해 첫 끼를 라면 먹기는 거시기허고... -by, ⓒ 성봉수 詩人 2024. 1. 1.
깨어 있어라 늦은 저녁밥을 먹으며 제야의 종 타종식을 봤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처음 한 일은 이를 닦은 것. 전해도 또 그 전해에도 보내고 맞으며 함께 했던 혼술. 건너뛰자니 서운해 냉장고를 열어보니 맥주 두 캔뿐. 이슬이가 없다. 그만두기로 했다.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마음도 심드렁하니 그만두기로 했다. 실은 새해 맞기 전에 묵은 쓰레기 정리해 내놓을 생각이었는데 그 또한 억지로 쓰레기봉투 채워가며 유난 떨 일 아니니 그만두기로 했다. "보내고 맞는 일, 유난스러울 것 없는 일, 자는 게 남는 거다" 서재 컴을 끄고 안방 난방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가 누웠는데, 잠이 억지스럽지 않게 잘 온다. 등에 송골송골 땀 맺힐 정도로 따땃하게 자다가 눈 뜨니 인시(寅時)가 반을 넘어섰다. 생각할 것 없이 기지개 한번 켜고 벌.. 2024. 1. 1.
냄비 안에 개구리 \강산이 세 번 바뀌도록 한 길을 걷는다는 것. 절대 쉽지 않은 길. 그렇지만 모두가 걷는 길. 나만 걷지 않은 길. 세월이 번개처럼 흘렀다. \큰 애가 사 놓은 온풍기 덕에, 무릎 시리지 않은 밤들. 온기에 취해 절구질하다 번뜩 정신 차리면, "일산화탄소에 취해 나도 모르게 사요나라(さようなら)하고, 번개탄 뜬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건 아닌지..." \몸이 따뜻해진 대신 마른 먼지만 쌓이는 마음. 냄비 물 온기에 취해 죽어가는 줄 모르고 있는 개구리, 그 개구리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점점... 살아있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금요일. 담배와 커피로 밤새 쓰린 속을 부채질했다. 보따리로 약 타다 놓고서 미련한 건지 모자란건지... 안방 난방텐트 안에 전기매트, 빈 요에 아까운 전기만 달퀐다. 202.. 2023. 12. 30.
참, 괴로운 밤이었걸랑요. \앞으로 한 시간을 더 기다려도 차례가 올까 말까 하게 만원인 병원.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앉을자리도 없습니다. 기약 없이 기다리다가는 다른 일정이 꼬일 것 같아 30분 기다리다 포기하고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원래 환자가 많은 곳이지만, 크리스마스 연휴 끝이라는 것과 연말 건강검진 때문에 더한 것 같았습니다. 내과에서 나와 창구 닫기 전에 먼저 은행일 본 후 신경외과에 가 혈압약과 어깨 통증약 보름치를 처방받고, 돌아오며 다시 은행 들려 ATM기로 용무 더 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내과와 이미 문 닫은 은행 한 군데는 내일 다시 일 보기로 했고요. 그렇게 돌아오니 집 나서며 눌러 놓고 간 밥솥에 취사가 보온으로 전환된 지 오래입니다. 막 옷 갈아입었을 때, SNS에서 번개모임 알람이 뜹니다... 2023. 12. 28.
고맙습니다. 행복합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연휴, 잘 보내셨지요? 기억하고 축하해 주신 덕분에 저녁엔 낯선 건너채 불려 가 삼월이 언니께서 준비한 치즈 케이크에 촛불 켰고요, 통 큰 큰애가 사 온 쫄깃쫄깃한 도미와 시원한 석굴과 구수한 홍합 국물과 정체불명의 짭조름한 생선 뜯으며 함께 대작했구요. 봉투도 받았구요. 대주께는 신작 핸드폰 사전 신청권 받았습니다. 뽀빠이에 나오는 올리브처럼 생긴 셋째 년은 다 저녁에 어디로 내뺐고요. 그래서 의지 없는 개사람 삼월이가 현관 앞에서 덜덜 떨고 있어서 경축일 사면하는 맘으로 탁자 아래로 불러 안쳐 예수님과 함께 생일상 잘 받았습니다. 건너와 이 닦고 거실서 쑤셔 박혀 잠들었다가 새로 한 시 반에 부스스 눈 떴고요. 일어나 새날을 맞고 비스듬히 누워 담배 먹으며 이 짓 했고요... 기억하.. 2023. 12. 26.
26시간째. 물론, 서재에서 한 15분 깜빡 졸기는 했지만 이불속에서 나온 지 정확하게 24시간 흘렀습니다. 자리에 다시 들기 전, 담배 물고 마당을 휘이 둘러보는데요. 밤새 잠잠하던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오늘의 한 컷 _성탄절 아침, 오래된 집 마당에 내리는 눈 ⓒ 詩人 성봉수 기똥차지요? 제 귀빠진 날이라고 이렇게 서설이 내리시니 ㅎㅎ 마당에 서있는데, 바깥채 환풍기에서 구스름 한 냄새가 폴폴 풍깁니다. "허... 애매한 상황이로세..." 아니나 다를까, 겉 옷 벗고 난방 텐트에 기 들어가 지퍼 채우고 막 기지개 켜는데, 삼월이 언니께서 찾으십니다. "밥 식어유!" 뒷방 노인네 생일이라고 멱국 끓이는 수고를 자처하셨으니, 그 정성을 봐서 팔딱 일어서 건너 가 한술 말아먹고 왔습니다. 배를 그렇게 채워놨으니, 바.. 2023. 12. 25.
반환점(返還點) 축시(丑時)의 정중(正中) 새로 두시, 내가 성씨 혈족의 문을 밀고 첫발을 디딘 때. 오늘 순한 귀를 달고 오래된 집 대문을 밀치고 그날로 나섰다. 가로등 불빛에 얼핏 날리던 눈이 금세 멈춘다. 역 광장을 가로질러 로터리 회전교차로를 돌아 돌아왔다. 로터리 회전 교차로를 끼고 돌며 생각한다. "반환점, 터닝 포인트..." 반환점과 터닝 포인트를 잡고 또 생각한다. 인생 100년으로 따져도 이미 변곡점을 지난 것이 10년인데 뜬금없는 자위(自慰)다. 그래, 갑자로 따져 내년 오늘 떠올렸다면 모를까, 이건 작위(作爲)다 작위. 잠시 히득이던 눈은, 채 치던 쌀가루가 그릇 밖으로 날렸거나 버드나무꽃이 바람 멈춘 정적 안에 내려앉은 것 같아, 같은 자성에 맞닿아 서로 밀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온전하게 땅에 닿지.. 2023. 12. 25.
축, 성탄일. 새로 여섯 시 지나 자리에 들었다가 일곱 시 무렵부터 또 사도세자가 빙의 되어 벌거지들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탓에 한 30분 자반뒤집기하며 버티다 버티다... 7시 반에 벌떡 일어나 벌써 시간이 이리되었습니다. 이제 뭐 좀 먹을랍니다. 즐거운 성탄일. 은혜롭고 행복한 날 되소서. 202312241423토 시인 성봉수 합장 2023. 12. 24.
빙의(憑依) 안타까운 포옹을 풀고, 이별을 재촉이라도 하는 듯 콧김을 뿜어내며 겅중거리고 있는 마차에 오른다. 이렇게 그녀를 떠나보낸다. 이렇게 그녀가 떠나간다. 이층으로 뛰어올라 창 앞에 섰지만, 창에 핀 얼음꽃이 앞을 막는다. 유리를 깼다. 마차는 이미 멀어져 방울소리조차 아득하다. 마치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미증유(未曾有) 내일을 가르며 눈보라의 소용돌이 속으로 희미해지는 마차를 바라보다 서럽게 읊조린다. "잘 가오, 내 사랑. 부디 건강하오, 내 사랑..." 울대가 뻐근해 오더니 이내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나는 혼자 남은 동토의 빈집에서 그날의 가슴 아픈 이별을 잡고, 어눌하게 곧은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그때는 그것이 마지막이 되리라 알 수 없었던... "사랑하는 나의 라.. 2023. 12. 23.
왜 이러지? 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우체국 포차에서 사다 놓은 어묵탕으로 차린 오랜만의 술상. 지난주 목요일 송년 모임에서 2주 만에 술을 먹었고 그 후로 처음인 혼술. 벼락 같이 추워진 날씨가 술을 불렀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새로 한 시 무렵 시작해 한 시간 조금 넘도록 붙잡고 앉아, 어묵도 중탕한 정종 반 주전자도 싹 비웠다. 첫 잔 넘기면서는 속을 훑더니(분명 정상이 아닌 건 분명하다), 잔을 넘길수록 편하다. 금주 동안 계속된 속병은 썩은 물에 젖어 지낸 마취에서 깨어나, 지금 내가 어떤 모습으로 시간을 딛고 있는지 본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인식시키는 현상일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애주의 일상을 벗어난 낯선 행동에 대한 육체적 저항이 야기하는 부작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래서 맘 변하.. 202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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