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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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168

이밥 앞에서. 2년 묵은쌀에 혼곡 해 먹으니 IH 아니라 울트라 IH AI 솥으로 밥을 지은들 푸석하고 거칠한 그 식감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먹는 행위에 대한 관점이 생명 유지의 기본적 목적 외에 별다른 함의를 품지 않다 보니 딱히 불편한 줄 모른다. 그렇다고 이따금 달거리 여인의 도벽처럼 찾아오는 금테 두른 혓바닥의 욕구까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마침 자루에서 덜어 혼곡 해 놓은 쌀이 동났다. 이참에 폭신한 이밥이 먹고 싶어졌다. 달거리 여인의 도벽처럼 찾아온 욕구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일생의 총량을 따지자면 별반 큰 차이가 없을 종착역을 두고, 건강이라는 구실로 외양간의 소로 살게 한 혓바닥이 측은해졌기 때문이다. 정성 들여 쌀을 씻어 불려 밥을 짓고 상.. 2024. 4. 24.
답다. 모두 잠든 사이 끈끈이 맛집에 서생원이 또 납작 달라붙은 모양이니, 참견하는 이 없는 적막강산 같은 마당에서 푼수 삼월이가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었을 일인가! 그렇게 끈끈이 범벅일 줄 가늠 못 한 몸종 셋째가 씩씩하게 산책을 모시고 다녀왔는데... 끈끈이에 흙이 달라붙어 족보 없는 천족이 달마시안으로 변신했으니 장관이로세. 휘발유나 아세톤으로 목욕시켜야 한다는 내 의견과 달리, 셋째가 식용유로 목욕시키는 묘수를 부렸것다. 그러고 양다리에 끼고 앉아 털을 말리며, "이게 모두 아빠 때문이여요!"라고,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루다 볼멘소리하는 셋째. "삼월이 답다"라고, 삼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으루다 중얼거리는 나. 그리고 가족 단톡방에 삼월이 언니가 올린 사진을 보며, "은정아! 너부터 .. 2024. 4. 23.
달을 찾다. 술밥 먹다가 끽연하러 나선 행길. 달이 밝다. (내일이 보름이군) 밝은 달 아래 서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먼 기억 속의 풍경과 그 풍경 속에 흐르던 음악. -철책 추진 작업을 위해 DMZ 능선 너머에서 야영하던 상병 때. 모두가 잠든 밤, 야영지 입구 구릉의 맨땅에 구덩이 판 초소에 들어가 경계서던 그날 그 하늘에 걸렸던 차가운 달. 그 달빛 아래 메아리치던 대북 방송 스피커의 음악, '알고 싶어요' 그 달을 바라보고, 그 음악을 들으며 내가 누구를 생각했었는지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이런 달 아래에 서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젊은 날의 풍경 하나.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니고, 상황이 참 고약하다. 세상의 빛이 잦아들었으니 지금은 어떤 빛일까 궁금하다. 슬그머니 마당에 내려서고, 슬그머니 대문 밖.. 2024. 4. 23.
천만년에 한 번 울리는 종 산소 보식하고 돌아온 현관 앞. 놓여 있는 택배 박스 크기가 어마무시하다. 이중 박스로 포장된 바람종 "아침의 고요" 5개월 할부로 일 저지른 주문 과정에서도, 배달 문자 받은 산 중에서도, 이 정도로 크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원래 계획대로 마당 끝 땡감나무 가지에 걸었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추가 끌린다. 어쩔 수 없이 끈 길이를 줄여 걸어두었는데, 커도 너무 크다. 그러니 웬만한 바람에는 미동도 없다. 가까이 가서 귀를 세우면 잔잔한 맥놀이가 속삭이듯 들리기는 하는데, 그 아래에 좌정하고 지내는 일상이 아닌 다음에야... "바람 많은 선영 나무에 걸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쓸만한 나무도 어느 틈에 캐가는 무주공산 형편인 그곳에 비싼 돈 들여 산 것을 위험부담 안고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비가 .. 2024. 4. 21.
X뺑이쳤습니다. 선영 부모님 묘소에 떼 보식하고 왔습니다. 마대로 행낭 만들어 잔디 담아지고 숨이 턱에 차도록 기어 올라간 이틀. 그리고 흙도 아니고 돌도 아닌데다 온통 나무뿌리 범벅인 땅을, 아버님 쓰시던 야전삽으로 괭이질해서 없는 흙 골라 담아 낑낑거리고 날라가며 보식한 오늘. 내일 비가 온다니, 혼자 사흘 동안 X뺑이쳤습니다. 거의 사초하는 수준의 보식이라서 흙이 모자랄 것은 뻔한 일. 아래에서 퍼 올리는 것보다는 나을 듯싶어 묘소 위쪽에 물길을 추가로 낼 겸 겸사겸사 오전에는 내내 흙을 만들어 퍼 날았는데요. 오후에 보식 시작하고 떼 세 켜 깔고 나니 흙이 바닥났습니다. 그렇다고 기초로 통 떼 세 켜 쌓듯 하면(그래도 흙밥이 필요하지만...) 어림잡아 잔디 300장은 더 필요한 상황이니 대책 없는 상황입니다. 이.. 2024. 4. 20.
하이고, 디지것따! 헥헥헥... /4.18_1회_60장. 헥헥헥... /4.19_2회_100장. 2024. 4. 17.
향소부곡(鄕所部曲) 유감(有感) 일 마치고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 모처럼 이 오래된 도시의 오래된 뒷길을 따라 걸었다. 고조부님께서 처음 정착하셨다는, 지금은 사라진 은행나무집 길을 따라 걷는다. 어쩌면 이 도시에 유일하게 남아 있을 수 있는 일본식 목조주택 앞에 멈춰 섰다. 뜰을 바라보며 화랑식 복도가 있는 전형적인 일본 집. 내 기억 속에만 생생한 예전 우리집과 똑같던 집. 뜰로 들어서는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은 지 오래인 듯하다. 길 맞은편 주택 대문 앞에 앉아 한가롭게 햇볕을 쐬고 있는 아저씨께 여쭌다. "여기, 사람 안 사나 보죠? 어르신들은 모두 작고 하셨나요?" 아주머님께서는 5~6년 전쯤 돌아가셨고, 아저씨는 자제분들이 서울로 모시고 올라갔는데 그 후로 자식들도 왕래가 도통 없으니 생사 안부도 모르고 있단다. 어머님과 동.. 2024. 4. 17.
감사한 일이지. 산림조합 묘목시장에서 가지가 제일 기괴하게 뻗고 못생긴 놈으로 골라다 심은 것이 삼 년쯤 되었나 보다. 첫해는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었고, 두 해째인 작년 가을엔 도장지 중 가장 곧게 솟은 하나만 남기고 강전지를 했다. 그런 올해 기특하게도 빗속에 꽃망울이 초롱초롱 매달렸다. 작년 가을 강전지 한 것이, 해거리하는 감나무 밑동을 도끼로 찍은 것과 다를 것 없는 상황이라서. 그래서 생존 본능으로 서둘러 꽃을 피웠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오래된 집 마당 한편에서 조각 볕을 먹고살면서 꽃을 피워 주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이력서 사 놓은 것 없는지 묻는 내게, 삼월이 언니께서 눈을 땡그랗게 뜨며 반문한다. "취직 하시게유?" (동무들도 평생 다니던 직장을 떠난 것이 얼추 인 마당에, 취직은 뭔 놈에게 취직. 말.. 2024. 4. 16.
안달나다. 볕 좋았던 날. 한 주걱 남은 밥 독독 긁어, 어제 삼월이 언니께 배급받은 상추와 오이를 강된장 쌈 싸서 아점 먹고. 어제 술밥 먹은 뒷정리 겸 설거지하며 쌀 씻어 놓고. 겨우내 굴 안에 거적때기였던 요와 이불과 베개를 옥상에 널고. 독 뚜껑 모두 열어 바람 쐬이고. 어제 마주 앉아 대작했던 곰돌이 푸도 술 깨라고 일광욕시키고. 해 떨어지기 전에, 독 뚜껑 닫고 널었던 침구 내려 원위치시키고. 어제 빨아 널었던 겨울옷 기타 등등 모두 걷어다 거실 한쪽으로 던져두고. 불쿤 쌀로 저녁 새 밥 지었고. 삼월이는 오며 가며 까까나 얻어먹을까? 기웃거리기에 변함없고. 삼월이 언니께서 언제 사다 놓았다가, 친정 보따리에 까먹고 챙기지 못한 꾸덕거리는 머위잎 던져 놓은 것, 밥 하는 동안 손질하고 씻어 건져 두었다가.. 2024. 4. 15.
한가로움. 빨래 다 해서 널었고. 삼월이 언니는 보따리 이고 지고 친정으로 변함없이 출근하셨고. 쑥쑥 올라오는 원추리 새잎과 바지랑대를 흔드는 간드러진 바람이 부는 오래된 집 마당. 삼월이는 오늘도 눈먼 서생원 얻어걸릴까, 대가리 땅에 쑤셔 박고 왔다리 갔다리 바쁘고. 서재 창밖, 살강거리는 바람종 소리를 들으며 두 잔째의 식모커피(총합, 넉 잔)를 한가롭게 마시고 있고. 밥통에 밥이 남았는지는 기억이 아삼삼하지만, 아직 시장하지 않고(김밥 한 줄 사 올까?). 담배 사러 나서는 김에 로또방에 들렀다 올까?는 나가 봐야 알 일이고. 202404131857토 Peppino Gagliardi-Che Vuole Questa Musica Stasera -by, ⓒ 霧刻窟 浪人 성봉수 2024. 4. 13.
AI 나이 맞히기 깜둥이가 흰둥이로 변신했으니 판독불가쥐! 뽀샾도 적당해야쥐! 2024. 4. 13.
개사람네. 점심 먹고 차 먹고 담배 먹으며 담소 나누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돌아와 마무리할 생각으로 세탁기에 넣어 둔 겨울 옷 빨래거리가 오늘은 물구경 하기 글렀다. 대문을 밀치고 골목 끝을 빠져나오는데 광 벽 쪽에 뭐가 얼핏 보인다. 기척 없으신 삼월이 우리를 허리 숙여 바라 보니 부재중이시다. 손에 든 쇳대로 바깥채부터 열고 확인하니 식탁 아래에도 안 계신다. 빼꼼 열려 있는 방문을 향해 소리친다. "삼월아, 쥐잡어, 쥐!" 역시 꼬리가 다섯개 쯤 달린 사람개다. 쥐 잡으라는 말에 후다닥 튀어나와 앞뒤 가릴 것 없이 광쪽으로 내달린다. 방금 지나갔으니 그 체취가 생생할 터, 코를 벌렁거리며 좌불안석 이리저리 뜀박질인데, 딱 보니 삼천포로 내빼도 진작에 내뺐다. '사람개가 나은 지, 개사람이 나은 지 한번 겨.. 2024. 4. 13.
반쯤 미친 날. 걷어낸 보도블록 대신 깐 잔디. 한 해 겨울을 나고 단 한 줌도 활착 하지 못한 맨땅에 잡부 나가 캐다 심은 골드매리. 그 크기가 너무 크니 다니기 불편해 그 자리를 대신하려 심은 미국 제비꽃. 심고 나니 번식력이 너무 좋아 모두 뽑아버리려 했는데... 손길을 피한 몇 포기가 조각볕 드는 마당에 살아 봄을 맞았다. 하늘거리는 꽃잎을 보니, '일부러 뽑아버릴 일이던가...' 측은한 맘이 동해 한동안 꽃 앞에 쪼그려 앉았다. 쪼르르 우리에서 나온 삼월이가 변온 동물이라도 된 듯 일광욕을 하는데, 무심한 듯한 그 모습이 그럴듯하다. ★~ 詩와 音樂 ~★ [詩集 바람 그리기] 개층 / 성봉수 개층˚ / 성봉수 레이스가 눈부신 양산을 쓰고 여인이 지나간다 여인을 앞서 사뿐사뿐한 중세 귀부인 흰 드레스가 도도하다 .. 2024. 4. 10.
늙은 말, 당근 먹기. 하루 사이에 움쑥움쑥 곁 잎이 벌기 시작한 화단의 옥잠화(실은 비비추이지만, 늘 그리 불러왔으니...). 그 기운이 워낙 성하니 이대로 하루만 더 가면 아직 꽃대도 서지 않은 상상화가 묻히지 싶다. 겸사겸사 벌지 않은 속잎 하나만 남겨 두고 모두 솎았다. 지금 생각하니, 어머님께서 심으신 후 별다른 손길 없이도 해마다 알아서 솟는 옥잠화. 그 해가 몇 해인데, 고맙다 감사하기는커녕 편애가 심하다. 씻고 소금 푼 물에 데쳐, 양념(고추장½Ts 된장½Ts 고춧가루2Sp 액젓1Sp 간장1Sp 설탕1Sp 마늘1Sp 송하1Sp 식초3Sp) 만들어 들기름(1Sp)으로 조물조물 무쳐서 참기름 한 방울 떨어트려 건너채 한 접시 건네주고 그대로 밥 한 주걱 덜어 살살 비벼 동치미 국물에 저녁밥 맛나게 먹었다. 첫 탄수화.. 2024. 4. 9.
꽃잎 지다. / 그렇게 꽃 소식이 닿았던 나는 천형 같은 유랑에 잡고 있던 그의 마지막 의자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 202404082525월 B'evinda - O Jardim (庭園 ) - by, ⓒ 성봉수 詩人 2024. 4. 9.
촌띠기들. 주말 휴일을 하루 앞둔 한식. "보식할 떼 한 무더기 먼저 이고 올라가고, 주말에 식구 중 가용 인원 모두 동원해 떼 들려 다시 올라갈" 생각였는데, 일기예보를 살피니 다음 주까지도 비 예보가 없다. 가파른 산정에 물 길어 올 곳도 없고, 그렇다고 한 두어 주 가문다고 보식한 잔디가 쉽사리 죽기야 하겠냐만 효과적이지 못한 일이다. 설 성묘 때 봉분 상태를 보고 해동 후 예견되는 것이 있어 결정한 판단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찮다. 그러니 "끙끙대고 올라갔다 오느니 비 예보가 든 주까지 기다릴까?" 하는 귀찮은 마음이 든다. 그렇게 점심이 지나도록 귀찮은 마음을 잡고 엉덩짝을 붙이고 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삼월아, 혼자 집에 있느니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가자! 여차하면 다녀와서 벚꽃 산책도 좀 하고.. 2024. 4. 7.
먹고 잡시다. 아고, 배구푸닷! 야식, 아니고요... #추어탕 #반주 #청하 #정구지 #저녁밥 2024. 4. 5.
벚꽃 엔딩. 컴 바탕화면 폴더마다 가득한 사진들. 나이가 드니 쥐고 있던 것도 놓아주고 있던 것도 버리고 덜어내며 단출해져야 할 텐데... 뭔 미련이 많은지 던져두고 던져두고 쌓아 놓기만 하다가, 어제는 작정하고 정리했습니다. 정리하고도 한 두 폴더 정도는 또 남아 있습니다. 언제 또 일삼아 정리할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새로 네 시 반. 떨어진 담배 사러 나가기엔 어중된 시간. 다섯 시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전 선거 투표소에 먼저 들려 투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나래비 섰습니다. 양 귀에 각 두 개씩 피어싱 하고 조선 소 엉덩짝 같은 색으로 염색한 근정이 형 뒤통수도 보이고, 목에 행사용 명찰 목걸이를 건('처음엔, 자원봉사 하시기엔 연배가 너무 드셨는데'라고 착각했던...) 아줌마의 아주까리 지름을 바른.. 2024. 4. 5.
동지. 열려있는 바깥채 안방 문. 소피 보고 건너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라보니 역시나다. 둘째 다녀가며 일 년 만에 목욕한 후, 때가 꼬질거리고 노숙인 냄새가 폴폴 풍기는 원래로 원상 복귀한 삼월이가 지 언니 요 위에 웅크리고 있다. '나와! 지지배야! 이 볕 좋은 날 이 컴컴한 곳에서 뭐 하는 겨!' 요지부동, 눈을 홉뜨고 눈치만 볼 뿐 말발이 안 통한 지 오래다. 삽으로 뜨듯 궁딩이를 몇 번 발로 들썩거려 간신히 쫓아냈다. 한겨울도 아니고, 거기가 뭐가 그리 좋은지 원... 언젠가 하루가 흔적 없이 다녀가며, "맨날 개새끼 얘기나 올리고 시인의 방이 어째 이상해졌다..." 했고. 언젠가 홍보부장님께서, "짐승 싫어하는 내가 유독 맘이 가는 삼월이, 근황이 궁금하다" 하셨으니... 참으로 각양각색 천차만별.. 2024. 4. 4.
웃프다. 몹시 불쾌한 꿈에서 눈을 떴다. 며칠 전에는 슬하의 어린아이처럼 지나치게 유쾌하던 평상의 내가 "농약을 먹는 사고"가 있었고, 진균제인 그 농약은 '단 한 방울이라도 구강점막과 접촉하는 순간, 당장은 표가 안 나도 시간이 흐르며 발현되는 화학반응으로 인해 장기가 하나하나 녹아 들어가 시름시름 앓다가 꼴까닥'하는 백약무효 처치 불가의 극약인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런 내 앞에 어머님께서 생시처럼 나타나셨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아, 농약 중독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어디 먼 타국에 돈 벌러 떠난다는 핑계라도 둘러대고 나를 아는 모두의 기억에서 씩씩하게 슬그머니 증발해야겠다'는 다짐을 되뇌다 잠에서 깼다. 내 추저분한 마지막을 들키지 않아야 하겠다는 조급함이 앞서, 모처럼 뵌 어머님께 반가운 인사도 못 올.. 2024. 4. 3.
술독에 빠져 죽을 넘. ↘빠듯한 공기 때문에 잡부 불려 나간 일요일 오후. 기억 저편으로 까맣게 잊힌 복대동의 회상. 그 동네 큰 길가 언저리 뭐시기 나이트클럽에서, 그이가 불렀던 노래. 하필이면 그 노래 "남남"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던 청춘의 그 밤. 하필이면 그 노래, 최성수의 "남남" 때문에 결국 한 동안 돌아서지 못했던... ↘잡부 마치고 그 길로 마주 앉은 탁주 집 탁주 집 입구 옆에 쪼그려 앉아 담배 먹는 동안에도 이명처럼 떠나지 않는 그 밤의 노래. '참 옛날이야기네. 잘 살고 있것지...' 모르는 이가 들으면 천하에 바람둥이였는 줄 알겠으나 이 면상에 그럴 주제는 못 되고, 몇 안 되는 기억도 참 징그럽게 파란만장했다. ↘찻집에서 에스프레소로 한잔하고 돌아와 작업복 누더기를 입은 채 서재에 앉았다... 2024. 4. 2.
욕심. 군복무 시절 야간행군 때 말고는 이렇게 졸린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한 사흘, 서재에 앉으면 어찌나 졸리던지요. 어제도 얼마나 졸음이 쏟아지던지, 컴을 끌 여유도 없이 안방 난방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가 픽, 쓰러졌습니다. 아마 새로 세 시쯤 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쓰러졌다가 6시쯤 눈 뜨고 뭉그적거리다가 7시쯤 서재로 들어와 모닝커피와 담배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약 타오며 장에서 사 온 청, 적 상추 모종 각 세 포기와 쑥갓 두 포기와 무명 씨(? 갑자기 이름 생각이 나지 않는...) 한 포기를 옥상 화분에 심고 내려왔습니다. 그러고는 재고 처분 마지막 날, 이사하느라 분주한 이웃 문방구에 들러 이것저것 잡아들었는데요. 50% 세일인데도 총계가 어마무시합니다. 그래서 반은 도로 덜어.. 2024. 3. 30.
하... 졸려 디지것다! 10시 무렵, 잠에서 막 깨어 비비적거리는데 받은 연락. 내 짬이 나기를 기다리던 미팅 확인 톡. "비 오니 일 안 가셨지요?" 11시 반에 픽업 온다는 답신을 받고 번뜩 생각하니 할 일이 밀렸다. 오후 세 시쯤에나 보자고 다시 톡을 보내고 부엌으로 나오니 산더미 같아야 할 설거지통이 깨끗하다. '아, 참!' 어젯밤 새로 두 시쯤에 해치운 걸 깜빡했다. 그러면 힐일 하나는 지워진 거고... 문을 열고 확인하니 비가 정말로 웬만하게 온다. '흠... 아무래도 빨래는 다음에 해야겠는걸? 당장 하기로 했던 것은 정리되었으니, 그냥 그 시간에 미팅 잡아야겠네' 일정 꼬이기 전에 잽싸게 톡을 여니, 방금 보낸 톡을 확인 안 했다. 바깥채 컴컴한 식탁 아래 혼자 좌정하고 계시던 삼월이를, 씻고 나오며 밖으로 모시고.. 2024. 3. 29.
同病相憐 동병상련 / 성봉수 마당에 빗소리는 누가 듣나? 처마 아래 흔들리는 풍경이 듣지. 처마 끝의 풍경소리는 누가 듣나? 無刻窟 안 홑이불 속에 내가 듣지. 듣지 듣지 듣지 香燭도 꺼진 그믐밤 三更의 깊은 골 山寺, 너른 마당 낮은 鐘樓에 눈 부릅뜬 木魚. 그 켜켜이 돋은 소름 같은 비늘이 되어 있지. -28時19分.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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