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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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168

니나 나나 쌤쌤. 삼월이 언니께서 특식으로 하사하신 피자 두 쪽으로 저녁 때우고,  뭉그적거리다가 또 픽 쓰러져 강아지 잠들었다가, 깨다 자기를 반복하다 몸이 뻣뻣하게 쑤셔 어쩔 수 없이 일어서니 모두가 출근한 빈집.  냉장고에 된장국 데워 놓을 겸 오랜만에 주걱 들고 밥통 열고, 먹고, 씻고, 묵은 설거지 해치우고.  당신이 방에서 끌려 나와 졸고 계시던 그곳에 앉아 한가로운 식모커피. 착한(다고 여기기로 한) 삼월이는 내 발등을 베고 누웠다가 파리 소리에 화들짝 놀라 대가리를 쳐들고 둘레 거리다가 다시 눕기를 반복하고, 바람종은 햇살 찬란한 오래된 집 마당에 이따금 간드러지게 울고.  구신 붙었을 것 같은 저 이끼 낀 인형들, 삼월이 언니께서 어느 틈에 화단 턱에 일렬횡대로 모셔 놓았다.  모셔 놓는 풍경을 상상하니,.. 2024. 5. 20.
길. 술밥 먹으러 나섰다가 한양에서 내려온 친구와 뒷골목에서 우연히 조우.  새로 두 시쯤(지금 확인하니 두 시 반이 넘었으니, 집에는 세 시쯤 도착했겠다), 익숙하고 사연 많은 정적의 이 밤거리를, 한때의 18번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알렸어도 마찬가지이겠으나 아부지의 외출을 알리지 않고 나왔으니 혹시 대문이 잠겼을까? 염려했더니, 대문 너머 현관 외등이 환하게 켜져 있다.  "뭔 일이다냐?"  안채 현관까지 열어 놓은 것을 보면, 친정 출근한 삼월이 언니께서 주무시지 않고 귀가하셨다는 말쌈인디,  "이게 뭔 싱황이다냐????"  환복하고 샘에서 푸덕푸덕 씻고 들어와 서재 컴 앞에 앉아 미룰 수 없는 일 잡고 꼼지락거리다가 날 밝았다. 여섯 시 지나부터 두 시간 강아지 잠자고 나가 해장.. 2024. 5. 20.
크을날 뻔했습닷! 광어회 먹고 탈 없이 잘 살아 있습니다. 먹고 죽자~!배는 고픈데 먹기는 싫고... 이 차 저 차, 사흘 전 삼월이 언니께서 냉장고에 넣어 둔 광어회에 쏘주 한 잔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상황 봐서 라면이나 하나 더 끓여 먹던쥐요. 이후 기별 없으면,sbs090607.tistory.com 먹기 시작하면서 회첨을 계산하니 술에 턱 없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그릇에 다 섞어 물회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우동 그릇에 정수기 찬물 받았구요, 회 살 때 함께 준 야채 한 봉다리 넣었구요, 초장 싹싹 긁어 넣었고요, 건너채에서 삼월이 언니께서 쑤셔 박아 놓은 일회용 초장 얻어다 한 봉 더 넣었구요, 고추냉이 간장도 넣었구요, 식초 세 수저 넣었구요, 고명으로 썰어 놓은 청양고추와 편 마늘도 넣었구요, 마지막으로 탄산.. 2024. 5. 18.
감투 만감 202405162416목  김인배 트럼펫-운명-,by ⓒ 성봉수 詩人더보기  잡부 마치고 돌아오며 밀친 대문.  마당으로 들어서는 골목, 서녘으로 길게 누운 햇살 아래 던져 있는 우편물. 문협 중앙회에서 보내온 지회장 인준서.  관심 밖의 사람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으나,  이 한 장의 표딱지 앞에서 우르르 몰아치는 기쁘지 않은 허무한 만감. 아버지께서 'oo군 oo 조합장'에 취임하셨을 때,  섭골 종조할머님께서 껄껄 웃으시며  "성씨네는 빼놓지 않고 조합장 한 자리씩은 꼭 하네. 아버님도  'oo 조합장' 하셨고, 서방님도  'oo 조합장' 하셨고, 돌아가신 영감도 'oo 조합장' 하시더니 조카까지 허허허~" 그리고,  "대대로 나랏밥 잡수신 내력이 내 대에 와서 끊겼으니, 내가 죽어 조상님들 뵐 .. 2024. 5. 18.
먹고 죽자~! 배는 고픈데 먹기는 싫고... 이 차 저 차, 사흘 전 삼월이 언니께서 냉장고에 넣어 둔 광어회에 쏘주 한 잔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상황 봐서 라면이나 하나 더 끓여 먹던쥐요. 이후 기별 없으면, 맛 간 광어회에 골로 간 줄 아소서~! 202405171938금 2024. 5. 17.
가피가 함께 하소서. 불탄일 봉축 법회에 다녀왔습니다. 비 예보가 있어, 다른 해와 다르게 조금 서둘러 출발해 지장전 안에 자리 잡고 법회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다른 불자님들은 스님과 함께 대웅전에 자리하고 법회에 참석하지만, 태고종 대종사를 역임한 큰스님께서 불사를 일으킨 처음 장소이며 부모님께서 생전 치성드린 장소이고 지금 계신 곳이기도 하니 맘 가는 이곳에서 자리했습니다. 지장전에 걸린 부모님 영가 등.  다른 해와 다르게 따로 한 분씩 걸려 있어 의구심이 들었는데요,  법회 마치고 대웅전 부처님께 예 올리려 들어가 보니 확신으로. 여느 해는 부모님 영가 등 하나, 누님, 우리 부부, 여식 셋, 대주 하나. 이렇게 다섯 개씩 걸었던 등이, 올해는 사람마다 하나씩 다 걸려 있습니다. 이번 불탄일 연등은, 월현사 불자 중에.. 2024. 5. 15.
5월 봉하, 사나이 눈물. 머언 남쪽 끝 땅 문상길, 노정에 함께 태우고 가겠다고 C시에서 일부러 들러 다섯 시 지나부터 집 앞에서 기다리는 학성 부부. 하필이면 다른 날 보다 길어진 잡부 일정에다가, 마치고 집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하려면 한 시간은 족히 더 기다려야 할 형편이니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쉽고 미안하지만 먼저 가시라 해 놓고. 떠나고 10여 분 차이로 집에 도착해 씻고 바나나 하나로 요기 하고 옷 갈아입고 친구 부부가 상가 도착했을 시간에 마지막 열차에 올라 출발하며, 함께 모시고 간 박 면장 떨궈 놓으라 문자. 고인 셋째 사위와 박 면장과 셋이 밤새 술 푸고(아무리 임종 첫날이고 자정이 지난 시간이지만, 밤샘하는 문상객이 하나도 없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듯하다), 다음 .. 2024. 5. 15.
남도 가는 길 ITX 1033 5-19D 동대구역 202405132306현재. 2024. 5. 13.
그래도 좋다. 사랑의 듀엣(김재성, 안혜경)-영상 1980 한가한 일요일.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참, 깨끗하다!"  이 깨끗한 음악을 들으며, 이 음악을 듣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를 통칭하는 공식적인 구분은 1955~1963년에 출생한 세대를 말하는데요, 저도 일 년 차이이니 베이비 부머 세대라고 여겨도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라는 베이비 부머 세대.  그래서 자식 뒷바라지에 올인하는 것이 가장 바보짓이라는 자조와 그러므로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현실적 조언이 공존하는 세대. 어쨌거나 시간 따라 세태도 변하고, 변하는 것에 따라 적응하고 순응하며 흘러가는 것이 사는 일입니다.. 2024. 5. 13.
싱겁다 오락가락하는 비에 안과 밖으로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며 잡은 술잔. 꽃반지를 풀어놓고 담소하는 동안 무한 반복한   (입조심구설수입조심구설수입조심구설수....)  다행히도 행사 뒤풀이가 무르익을 때쯤 굵어지기 시작한 빗줄기. 비가 굵어지지 않았다면 오는 길에 틀림없이 또 혼자 술잔을 잡았을 일인데,   책도 우산도 빠뜨린 것 없이 싱거운 취기로 귀가.  샘에서 푸덕푸덕 씻고 들어와 수록된 시를 방에 올리고, ☆~ 하현달 아래에서 / 성봉수 ~☆하현달 아래에서 / 성봉수     깨어 있는 누구 있거들랑,  이 간절한 그리움의 야윈 얼굴을 기억하라  아니 어쩌면 잠든 머리 위거나 뜨락에 숨죽여 내려앉은  내 측은한 통정(通情)의 가난한sbs090607.tistory.com 거실 장판에 아래위로 불 넣고 우쭈.. 2024. 5. 12.
뒤를 보고 걷는 남자 잡부 다녀와 질러온 황·적 장미 가지 손질해 발근 촉진제 희석한 물에 담가 놓고.  옥상과 화단에 푸성귀와 토란에 물 주고.  조각볕 먹고 늦게야 오신 방울처럼 달린 불두화꽃 앞에 한동안 서서 이런저런 생각. -↘만개할 무렵이면 가지가 척, 척 휘던 마치 거대한 꽃다발이었던 나무. 그 다닥다닥 늘어진 꽃 방울 사이에 산란하던 따스한 봄볕으로 각인된 섭골 할머님 댁의 좋은 기억. ↘이웃과 맞닿은 우리 집 일본식 나무울과 장독대 사이에서 노 씨 아줌마와 담소하는 엄마의 국방색 월남치마에 매달려 까치발로 따먹던 달콤한 앵두와 잎마다 달려 있던 쐐기에 쏘인 쓰라린 통증. 그리고 짙푸른 앵두 잎과 풀 한 줌 없는 앵두나무 아래의 황폐함 사이에 서서 느끼던 풍요와 빈곤에 대한 그 시절 어린 나의 정체불명의 복잡한 .. 2024. 5. 11.
2024 어버이날. '도대체 이런 날은 누가 만들었나?'  하던 때가 있었다. 급기야,  '명절 좀 없었으면 좋것다'  하던 때도 있었단다. 하지만 얘들아,  그 시절, 참 번쩍 지나가더라.  지나고 보니 물 위로 펄떡펄떡 튀어 오르는 힘찬 물고기 같던 그 시절.  어, 하니 사라지고 없더라. 애들에, 양가 부모에, 스승님께, 사람 노릇 하느라 때론 힘에 벅찬 달.  아직은 그 숨 가쁜 언덕에 발도 딛지 않은 얘들아.  눈 감았다 뜨니 그 시절 가고 없더라.  지나고 보니 행복했던 시절이더라. 둘째야,  외식하고 돌아와 네가 사준 홍차를 먹었다.  돈 케이크라 여기고 대신했으니 행여 미안해 말거라. 사랑하는 내 새끼들,자식 노릇 하느라 모두 애썼다.   202405082736수어버이날 4월과5월-님의노래2023mix바람종2.. 2024. 5. 9.
詩가 되다. 종일 바람이 불었습니다.  새로 들인 바람종 "고요의 아침" 맥놀이가 쉼 없이 번져 돈값 한 날입니다. 나는 그 깊고 기인 파동이 닿은 곳 없이  한 올이라도 흩어질라, 내가 작위로 만들거나 찾는 모든 소리를 멈추고 집중했더랍니다.  그렇게 바람은 종을 매개로 내 오감의 모든 촉수에 닿아 실체가 되었고, 나는 실체를 증명하는 바람의 의미가 되었습니다./나의 오늘아, 나의 사랑아, 누가 나를 기억하여 詩가 되겠나/성봉수 詩集 『검은 해』 中  詩 「내가 누구의 무엇이 될까」에서 ★~ 詩와 音樂 ~★ 내가 누구의 무엇이 될까 / 성봉수내가 누구의 무엇이 될까 / 성봉수 그날이 그 사람이 내게로 와 詩가 되었네 나는 흐린 날의 구름 속에 머물다 낙조처럼 잊혀 가는데 나의 오늘아, 나의 사랑아, 누가 나를 기억.. 2024. 5. 9.
인물 나셨다. 소피보러 건너간 바깥채.  문 앞에 놓인 정체불명의 망태기 하나. 벌려진 틈새로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  "밖이 왜 이리 소란인고!" 삼월이 아줌마가 눈을 홉뜨고 흘겨보신다. 아니, 그 안에는 또 어찌 겨들어 갈 줄 알지?  참으로 인물 나셨다.  어머님 계셨으면 "유난 맞다"라고 혀 차셨을 일이다.  실례를 무릅쓰고 집안 구경을 하려니 어김없이 들어 있는 슬리퍼 한 짝. 쓰레빠 구신이 붙었는지, 안에서나 밖에서나 변함없네. 쩝...  바람종 소리 들으며 하루 다 갔다.   202405061808월어린이날대체휴일  Jessica Folcker-Good bye 2024  빨래. 화단정리(적나팔꽃 모종 이식)  날이 서늘 허네. 해 떨어지기 전에 담배부터 사러 갔다 오자. -by, ⓒ 성봉수 詩人 2024. 5. 6.
감사한 비. 외출에서 돌아온 셋째,  선캡이라며 삼월이에게 씌워 놓는다. '이 ㄴ아! 어여 가서 김매!'라고 소리쳤지만, 쪼르르 옥상 올라와 오줌 한번 찍 갈기고 내려가셨다.   아드님께 선물 받은 갤럭시s24 울트라.  그림자 제거와 아웃포커싱까지,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후보정이 필요 없도록 사진이 잘 찍힌다. 하기야, 이것도 할 줄 아는 사람 얘기다. 옥상에 심은 푸성귀 올 첫 수확. 적·청 상추와 쑥갓과 당귀잎과 바깥채에서 훔쳐 온 매운 고추 세 개.  부드럽기가 양귀비 꽃잎 같은 적상추.  아삭하기가 샐러리 같은 청상추.  오묘하게 쌉쌀한 향기의 당귀잎과 쑥갓. 만들어 둔 쌈장과 강된장과 고추장 중에 무엇을 곁들일까? 고민하다가 쌈장에 냉수 한 사발 퍼 놓고 보약 같은 만찬을 즐겼다. 날이 풀렸으니 작년에 .. 2024. 5. 5.
왜 이랴! 잡부 다녀와 푸성귀에 물 주고 씻고 저녁을 먹으려는데 밥통에 딱 두 수저 남은 밥. 라면 하나 삶아 대충 때우고 의도 없이 그대로 픽 쓰러져 잠들었다.  "아구구구..."  온몸 뼈마디가 쑤시고 아파 두 시경 눈을 뜨니 그러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겨울옷 빨래한 것 아래에서 베개를 찾아 끄집어내고 바닥에 불을 넣고 안경 단도리하고 남은 밤을 로그아웃했다. 오늘 참석하거나 계획했던 일정이 빡빡해 잡혀 있어 잡부 결근을 결정해서 마음이 늘어진 탓에, 모처럼 개처럼 쑤셔 박혀 잠들었나 보다. 계획했던 일정 하나가 본의 아니게 취소되었으니 시간 여유가 생겼다. 먼저 쌀을 씻어 놓고 머리 깎는 것으로 그 빈 시간을 쓰기로 했다. 숙직하고 돌아온 아드님께 바리깡을 빌려 빨래가 만국기처럼 걸린 볕 좋은 오래된 집 .. 2024. 5. 4.
망중(忙中)에. 그제, 오전 잡부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는 트럭 안.  일하는 동안 도착해 있던 문자를 확인한다.  "시화전 해요"  그리고 첨부된 사진. ☆~ 벚꽃 필 무렵 / 성봉수 ~☆벚꽃 필 무렵 / 성봉수  눈 시리도록 화사했으나 꽃잎은 우수수 떨어져 이별이 그리 쉬울 줄 어찌 알았으리 우리 그때, 꽃잎 같았으니 꽃잎으로 나부꼈으니 비를 맞고 바람을 안고 혼자sbs090607.tistory.com 마감일 자정 1분 전쯤에 급히 원고를 보내 놓고, 단체톡을 하지 않으니 진행 상황을 모르고 지냈다.  일부러 기별 주셨으니 다녀오기는 해야겠는데...  토요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끝에서 끝으로 여기저기 일정이 바빠 어떨지 모르겠다.   잡부 다녀와 오늘따라 허기져 일곱 시 무렵 일찍 밥 먹었더니 실실 배도 고파오고..... 2024. 5. 3.
오월의 편지. 해마다 이 무렵이면 어김없이 내 안에 일렁이는 화두, 이별.  앙금이 되어 침잠되었던 얼굴들이 기억의 용수(湧水)로 우르르 떠올라 서글퍼지는... \  부모님,  \ 큰 누님,  \ 볼 것 없는 삼류 시인을 바라는 것 없이 응원해 주던 별이 된 착한 그녀. 거리에 연등이 걸리고 아카시아꽃이 피는 이 무렵이면,  어김없이 되살아나 사무치는 이별, 이별, 이별...    202404월마지막날2240화  소리새-오월의 편지  -by, ⓒ 성봉수 詩人 2024. 5. 3.
천공 스승과 로또 비법 잡부 다녀와 컴 앞에 앉았는데, "이번 주 당첨금 30억"을 알리는 화면.  근래에 보기 힘든 고액 당첨금이다.  불연,  지난주 선배님께서 주신 로또가 생각났다.  "이거, 우리 셋이 조합한 번호로 산 건데. 다음에는 너까지 넷이 조합해서 한 장씩 나눠 갖자구!"라던 그 로또.  "이거 당첨되면 우리 넷이서 해외여행이나 다녀오자구"라고 하시며 건네주신 그 로또.  그 로또 추첨일이 지난주였는데, 지난주 당첨금이 대박이었다니!  혹시나? 하며 맞춰 본 로또. 역시나!의 실망도 잠시,  다섯 구좌 모두에 쓰인 이라는 문구와 딱 한자리만 맞춘 번호 앞에 모처럼 낄낄거리며 포복절도했다.  인간적으로, 셋이 조합했으면 연번으로 5.000원 당첨은 안 되어도 서른 개 중에 어딘가에 세 개는 있어야 하는 거 아녀?.. 2024. 5. 3.
환갑 잔칫상 술밥 먹고 돌아와 탄 커피가 기똥차게 맛있다.  이 맛난 커피의 찰나를 남기려는데 때맞춰 울린 SNS 도착 알림음. 확인하느라 폰 집어 들다 쏟았다.  자판으로 서재 바닥으로 난리다.  휴지로 둘둘 말아 대충 훔쳐 놓고 핑계 김에 방에 들어가 그대로 쪽 뻗었다. _20240426금 쪽 뻗었다가 일어나 바깥채 식구들과 동선 겹치지 않기를 기다리며 뉴스 보며 담배만 잡고 있다가, 시간 돼 건너가 씻고 문단속하고 잡부를 나서는데 대문이 잠겼다.   '어! 이 시간까지 대문이 잠겼으면 아무도 출입이 없었다는 건데, 뭐여!'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진다. 서둘러 다시 들어가 쇳대로 바깥채를 따고 방문을 연다.  "왜 이라는 겨! 왜 이랴!"  요 위에 자벌레처럼 엎드린 삼월이 언니의 거두절미한 가시 돋친 단말마.. 2024. 5. 1.
봄날이 갑니다. 잡부 다녀오는 길.  날이 여름 날씨처럼 덥더라니, 대문 골목에 붓꽃 꽃망울 앞다퉈 벌기 시작했습니다. 내처 조루 들고 옥상 올라가 고추와 토마토 모종에 물 주고 내려왔고요, 여린 잎이 난장이처럼 달린 토란과 꽃들에도 간지럽지 않을 만큼 물을 줬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샘에 가서 좍좍 물 뿌리고 들어왔고요. 들어와서는 실험하느라 바꿔 달아 놓았던 "천년의 종" 바람 추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서류 홀더(셋째가 시험 마치고 집어 던진 것을 삼월이 언니께서 다시 내 방에 들여놓은 것)로 큼지막하게 새로 붕어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일주일 만에 감 잡았다는 얘기지요. 예상대로 점잖게 자알 웁니다. 잡부 나간 길.  산마다 보랏빛 등나무꽃이 한창입니다.  조만간 아카시아꽃도 기별 없이 화르르 폈다가 흔적.. 2024. 4. 28.
명복을 비노라~! 한국 축구가 1984년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것을 목도한 밤.  어제 같던 쌍팔년 시절의 기억이 40년이라는 시간의 구획으로 함축되니 꽤 먼 세월을 흘러왔음이 실감 난다. 지금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술에 절어 보낸 시절이었지만,  지금의 아들보다 젊었던 그때...  그렇게 대입하면, 곁다리 없이 제 길 가는 아들이 착하고 대견하고. 담배 물고 뜰팡으로 내려서 한 바퀴 도는데, 또 찢어발겨진 서생원 사체. '아이고, 깜짝이야!' 순간, 이 연약한 가슴이 벌렁거리고 숨이 가빠온다. 삼월이 언니 납시기 전에 못 본 척, 모른 척 잽싸게 되돌아 들아왔다. ㅋㅋㅋ 들어오며 우리 안의 삼월이를 살피니, 눈만 꿈먹거리고 마주 본다. 볼 것 없이 또 달마시안으로변신할 텐데, 우얄꼬! 모닝커피가.. 2024. 4. 26.
萬壽無疆 아, 25일이네.우체국 댕겨와야것네. 2024. 4. 25.
고추 보다 화초. 장날.  아침에 달력을 보고도, 보며 셈을 하고도 몰랐다. 몰랐다가, 차가 로터리 근처에 다다라 행길에 펼쳐진 노점 천막을 보고야 알았다.  왜 이러지?  요즘 번복되는 인지의 부조화, 왜 이러지?.   집에 돌아와 얼추 파장 무렵이 다 되어 장구루마에 박스 싣고 나가 화초전이 서는 조랑말 사거리부터 거꾸로...  6만 팔천 원에 에누리 4천 원. 거금 들였다.  삼월이 언니는, "돈 많은가베?" 했지만, 얼마인지 먼저 계산하고 시작했다면 끽해야 다섯 포기나 사 왔을 까? 그러려면 애초에 장구루마를 끌고 가지도 않았지.  그렇게 고추 묘목 보다 화초를 선택하며 생각했던, "짐승과 화초 좋아하면 손이 귀하다"라시던  어른들 말씀.  지금 내가 늦둥이 볼 일도 없다만...   202404242628수  들무..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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