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글 목록 (16 Page)
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낙서/┗(2007.07.03~2023.12.30)476

자전거 찾았슈~! 도둑맞은 자전거 생각에 맘이 쓰리다. 까짓 거 오래된 자전거이니 금전적으로 따지면야 다른 것 잃어버린 거보다야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특별한 기억을 공유하는 대상이다 보니 섭섭하다. 한편으로는 '이참에 하나씩 정리하는 것도 옳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개운치 않다. 이 좁은 바닥에서 찾으려고 마음먹으면야 못 찾겠나! 싶어, 오늘은 자전거 찾는 날로 작정했다. 아무리 좁은 바닥이라도 걸어서야 힘든 이야기이고, 자전거를 끌고 나가야겠는데 한 대는 작년 여름에 펌프로 바람 넣다가 타이어가 "펑"-힘도 좋다-하고 터져버려 그대로 쑤셔박혀 있고 다른 한 대는 탄 지가 오래라 바람을 새로 넣어야 한다. 그런데, 삼월이 언니 출퇴근 자전거가 고장 나 끙끙거리는 것을 본 직장 동료가 "타이어나 갈아서 타고 다녀라"며.. 2020. 11. 26.
지치고 짜증난다. 점심 먹고 시작해서 여태 했어도 17집까지밖엔 못했네. 다 책에 정리해서 기록되어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왜? 뭤 땜시? 내가 해야 하는 겨? 여태 자발적으로 그 정도 시작해 놨으면, 디지털화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순서지 원. 내가 할 때는 "그거 꼭 해야 돼?"라더니만... 보이지도 않는 눈, 안경 썼다 벗었다 옥편 뒤적거리며 했던 것을 또 도돌이니... 시간이 갈수록 슬슬 부아가 치미네. 내가 무슨 종속 영구 직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고, 너무들 하는 거 아녀? 마치 재주 부리는 곰이 된 이 찝찝한 기분은 뭐랴? 백 선생은, 살아 실제 풀빵이라도 사 들고 찾는 위인들 뒤로 밀쳐두고. 신 회장은, 입바른 소리 듣기 싫고 자기 자리 뺏길까 또 밀쳐두고. 못 난 소나무가 선산 .. 2020. 11. 24.
삼월이는 삼월이다 이른 아침마다 어금니 깨무는 소리가 나던 오래된 집. 할머님도 그러셨고 아버님도 그러셨다. 신발을 물어간다고, 화단을 파헤쳐 놓는다고, 사방 천지에 똥을 싼다고... 어금니를 깨물고 부지깽이나 부삽을 들고 그러셨다. 그렇게 깨갱거리는 개들의 울음소리가 선잠을 깨울 때마다, 정작 똥 한 번 치워본 적 없는 나는 '말 못 하는 짐승이 무슨 죄가 있다고….'라며 속엣말을 중얼거리고는 했다. "모자가 성격이 둥굴덜 못해서..." 새벽마다 치르는 개들과의 전쟁 속에서 어머님 역시 사람 탓을 하셨지만 한번은, 늙은 개를 장에 내고 돌아오시면서 양은 솥 따위의 살림살이와 아버님께 드릴 카세트 녹음기 라디오를 챙겨 오셨다. "느이 아버지, 그동안 개똥 치우시느라 고생하셨으니..." 삼월이가 현관 댓돌에 내 슬리퍼를 또.. 2020. 11. 22.
자느냐? 마느냐? 모임에 참석했다 돌아와 되짚어 나가서는, 빨간 이슬이 두 병으로 꿀꿀했던 마음 털고 깔끔하게 귀가. 흔적 없이 잠에 빠졌다, 오늘 일찍 집을 나서 잡부 일당 다녀왔다. 날이 구지니 오야께서 허리가 더 좋지 않았는지, "뜨끈하게 지지며 좀 쉬어야겠다"라며 평소보다 빨리 일과를 접었다. -하긴, 오늘 할 일은 다 마무리되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바람 쐰 곳만 푸덕 푸덕 씻고 첫 커피를 마셨다. 폰에서야 들어왔지만, 컴 앞에 마주 앉는 것이 얼마만이지? 여름 방석을 걷어낸 의자가 남의 자리처럼 어설프다.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커피를 마시는데 어제 모임 사진이 올라왔다. 더보기 이미, 다른 꼭지로 참여도 했었고, 사람에 치고 데고, 내 나름 묵묵하게 해 오던 일이니 전혀 참여 의사가 없었는데... 외면할.. 2020. 11. 19.
[觀點] 단풍과 거지 몇 개 없는 이빨로 점심을 우물우물 넘기고 작업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담배를 물고 장화를 터벅터벅 끌며 인근 식당을 나섰습니다. 이웃한 아파트 화단 단풍나무에 가을의 마지막 선혈이, 계절의 실핏줄 맨 끝에 우르르 쌓여 한꺼번에 터져버렸습니다. 그 핏방울에 마지막 비가 내리면 툭, 툭, 떨어져 다시 맞을 새 계절의 수혈로 사라질 일입니다. '아... 가을 안에 올곧게 마주 서지도 않았는데... 떠나가는구나...'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가을의 울혈 아래에 서 사진을 찍습니다. 집을 나서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햐, 요즘엔 이런 진짜 그지는 구경할 수 없는데...' 지푸라기를 얹은 것처럼 푸석푸석 산발한 머리. 때에서 광택이 나는 옷(특히 허벅지 부분). 반절은 보이지 않는 이(코로나 1.. 2020. 11. 14.
기억의 가면. 시인... 친구 승주가 벽에 걸린 액자 떼어 옆구리에 끼고 도망 간 「버들잎 하나」 말고는, 시인 성봉수로 남에게 직접 건넨 처음이자 마지막 시, 「모둠 꼬치」 어쩌면, 다시는 그곳에 들릴 일이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소중하게 잘 걸어 놓겠다"던 족자는 개발의 편자 같은 처치곤란의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지는 않는지. 어쩌면 어느 취객의 토사물에 진작 버려졌을지도 모를 일이겠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던, 대전 성모병원 앞 허름한 호프 "투다리" 사장님. 날이 추워지니 문득 떠올랐는데... 연우 훈련소 퇴소 하는 날. ... 곰곰 생각하니, '떠올림'에 대한 내 기억의 가면이 비겁하다. 202011102648화 더보기 -그지 꼴로 노가다 마치고 술에 곁들인 저녁 파장하고 돌아와 씻고 건너.. 2020. 11. 11.
출판기념회 후기 /세종시인협회 ★~[출판 기념회] 『새내는 흐른다』/ 세종시시인협회 ~★ 초대합니다 ▒ 세종시시인협회 공저 시집 출판 기념회 ▒ ●언제: 2020년 11월 7일 토요일 오후 4시 ●어디서: 세종시 조치원 문화정원 【다섯 번째 공저 시집】 『새내는 흐른다』 ▷곽은주 ▷김 blog.daum.net 코로나 탓에 외부 인사 초대 없이 진행. 사진으로 보니 살이 좀 빠진듯도 싶네... 202011082700일 하필이면 허리에 담은 들어서, 하루 죙일 똥 쌌다. 일단 운전은 잘 되니, 내일 잡부 다녀와서 오후에 누수되는 곳 없는지 추가로 확인하고 배관 테이핑 작업하면 되겠고. 2020. 11. 9.
다녀가다. 산발한 오늘을 굽은 허리에 묶고... ☆~ 별 / 성봉수 ~☆ 별 / 성봉수 나는 내 안에서 너를 보나니 너도 네 안에 내가 있느뇨 나의 너란 늘 아득하고 서럽고 쓸쓸하여 너도 그러할까, 마음 아픈데. 그러다가도, 어디쯤 웅크렸다 스러져간 blog.daum.net 202011052856목 2020. 11. 6.
2020 가을, 오래된 집 마당에서. 훈련소 생활 4주 차에 들어간 아들의 소식. 가을이 깊었습니다. 어슬렁 슬리퍼를 끌고 대문 밖 은행나무를 바라봤어요. 이곳도 가을이 깊어 있습니다. 온 계절 꽃을 피웠던 나팔꽃 덩굴도, 이젠 갈변한 잎이 더 많아졌고... 하늘을 향해 발돋움하던 아기 손톱, '유홍초'는 계절을 닫은지 이미 오래인 듯싶습니다. 큰일입니다 가을입니다 ☆~ 큰일입니다, 가을입니다. / 성 봉 수 ~☆ blog.daum.net 어머니 3주기였던 어제. 예전 같았으면, 예의 큰제사. 누님 동생 매형 매제 조카들과 정성으로 추모의 절을 올렸습니다. 일부는 자정 제례를 마치고 음복 후 귀가하시고, 일부는 주무신 기척도 없이 아침에 슬그머니 귀가하셨습니다. 빈 집안. 3주기가 다가오며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은 많았지만, 잠시 북적거리.. 2020. 10. 31.
걱정 마소서, 일 없습니다. 카페 앱에 첫 사진이 올라왔고. -밝은 모습이 보기 좋네. 금, 토(1+1/2) 품 팔고. -씨 받을 꽈리 챙기고. 점심 먹고 돌아와 상도 공사 시작. 월요일. 면 갈이 없이 한 작업이라 아무래도 상도 작업 상태가 약한 듯싶어 반쪽 분량으로 남겨 놓은 것 마저 칠하고 마무리.(∴25만 추가) 밤엔 증조부님 기제사 모시고. 화요일. 남은 옥상 반쪽 방수 공사 시작. 장독 옮기는 차에 아예 간장 다려 놓고... -"밥 먹었니?" 마무리 작업 중 어둠 속에 받은 전화. 배 고프던 차에, 사흘 굶은 행색으로 술밥 배터지게 먹고 차와 후식도 먹고. 삼월이 환대를 받으며 귀가. 아드님, 첫 편지가 도착했고. 오늘. 2층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아래 고물틈 사이에 뿌리내린 또 한그루 오동나무. 향 피워 작별을 고하고 .. 2020. 10. 22.
방수 작업 D+4 금요일. 옥상 반절 중 반을 치웠다. 향 사르고 합장하고. 갈변할 때까지라도 기다려 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일인데. 가을 태풍이 올라오기 전,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마무리하려니 맘이 급하다. 쌓아 놓은 커다란 고무 다라를 들어내니 blog.daum.net 그러는 동안 주문했던 방수 재료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는데, 무게가 나가는 것들이니 현관 앞까지 가져다 놓던 평소와 다르게 대문 밀치지 마자 모두 던져두고 갔다. 이해한다. 토요일. 모임 참석하고 점심 식사 후 돌아와, 더보기 白樹 발송 작업 쓰러트려 놓았던 오동나무 베서 정리하고, 나머지 반절 남은 곳을 한쪽으로 치우는데 땀을 비 오듯 쏟으며 똥 쌌다. 필요한 연장과 도구를 챙기느라 열 번도 더 넘게 오르락내리락한 듯싶다. 큰 텃밭의 흙이야 .. 2020. 10. 13.
향 사르고 합장하고. 갈변할 때까지라도 기다려 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일인데. 가을 태풍이 올라오기 전,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마무리하려니 맘이 급하다. 쌓아 놓은 커다란 고무 다라를 들어내니 그 어둠에 숨어 길을 찾아, 푸성귀를 기르던 어머니 흙무더기 밭 속으로 칡뿌리처럼 뻗어 있는 뿌리. 드러나 뿌리 아래로 삽을 찔러 넣다가, 사람이고 내 울 안이라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기엔 맘이 개운치 않다. 장화 신은 발을 터벅터벅 끌고 내려와 향 하나를 찾아 올라가, 사르고 합장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밑동 지름이 10cm는 족히 넘도록 자랐는데, 다른 쪽 흙무더기도 단단히 잡고 있어 우선 오늘 치운 쪽의 것만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놓았다. 다음 생엔 좋은 곳에 좋은 인연으로 태이거라. 중간의 작은 흙더미를 정리하는데도 예.. 2020. 10. 10.
감사합니다. 한쪽을 닫아 놓은 서재 창으로 부서지던 햇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여태 온라인 쇼핑몰 모두를 기웃거려 상품을 비교하고 주문하느라 시간이 이리된 줄도 몰랐습니다. 지식과 상식을 총동원해서, '어떡해야 내 능력 안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방수 공사를 할 수 있을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해오다, 하기로 잡아 왔던 방향을 틀었습니다. 바닥 면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해서 혼자 몰탈 작업할 수 있는 양이 아닌 데다가, 유성페인트 값이 예상보다 비싸더군요. 문제는 돈입죠. ㅋㅋㅋ 그리했어도 똥구멍 밥풀까지 보태 반 백만 원 털었습니다. 일은 저질렀고, 계획대로 잘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이제 시월이 되었으니 몇 주 후면 3 시집『검은 해』를 출간한 지 일 년이 돌아옵니다. 온라인 판매처야 상관없는 일이지만, 서.. 2020. 10. 8.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가 온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어쩌면 군가도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연병장에 흘러나오고 있을 군가. 음악 만으로도 군대 짬밥 특유의 냄새가 솔솔 나네.ㅎ 지금쯤 점호 마치고 내부반 정리 들어갔을까? 이로써, 우리 일가 중 마지막 입대가 끝났다. 아버님, 나, 아들. 서로가 36년 차이. 36년 앞선 한 세대는 떠났고, 36년 뒤에 닿은 한 세대가 불쑥불쑥 일어나는 소리를 듣는다. 몸 건강하게 훈련 잘받고 나오너라. 군가 - 행군의 아침 MIX 용사의 다짐 202010063114화 더보기 *부대 정문 앞에까지만 동행해서 이동하고, 신병만 하차해서 들어가고 가족은 차에서 하차 금지. 그 상태로 특별한 행사 없이 유턴 후 귀가. 코로나 여파로 얼결에 싱겁게 들여보내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호수공원 들렸다 귀가. *술 .. 2020. 10. 7.
울 안에서. '청탁받은 원고, 어느 것을 기워 보내야 할까?' 몸과 눈과 귀가 어느 곳에 무엇을 보며 들리건, 종일 잡고 있던 생각. 그렇게 종일 더듬다, 기억의 어레미를 빠져나온 덜 여문 씨앗들을 추려 저녁 무렵 폰을 열었다. 작년 여름 끝무렵, 골목 깊이 내려 앉은 어둠의 뿌리에서 솟은 어스름의 예배당 불빛. 올 봄, 마당 화단에서 옷 어디에 매달려와 방바닥에 떨어졌던 손톱만 한 앵도화. 봄이 끝나갈 무렵, 보아주는 이 없는 우체국 담벼락에 달라붙어 연신 석양에 부서지는 바람을 그리던 측백나무. 여름의 초입. 만월의 빛을 잡아먹은 휘황한 주점 거리를, 술에 취한 저는 다리의 사내가 멀어지던 뒷모습. 오래된 집. 혜량 없는 인연겁 같이 물고 물린 안방 미닫이 문의 무늬들. 삼 년 전 어느 날. 병원 모시는 황사길에.. 2020. 10. 5.
불면의 밤. 정확하게 3시간 48분째 잡고 있는 징그럽게 쓴 첫 커피. 그런 일이 없었는데 커피가 속을 훑어, 냉차가 되도록 입술에 찍어 바르며 앉아있다. "밥 드릴게요" 아점이라기엔 조금 늦고, 점저라기엔 한참 이른 시간. 어쨌건 밥을 준다니 고맙긴 한 일인데... "밥"이라는 말에, 갑자기 느껴지는 이 공복의 간사함은 또 뭔지... MIX-_-Nino_Rota-Plein_Soleil_-_Leo_syer- MORE_THAN_I_CAN_SAY 더보기 밤내 이어진 과분한 백색소음. 그 단아한 정적을 잡고 누웠어도 감기지 않는 눈. "앞뒤가 바뀌고 뒤범벅된 일상의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기엔 불면의 손톱이 너무 앙칼지다. 살금살금 건너채에서 퇴주를 덜어왔다. 6:30. 주전자가 다 비었을 때, 겨우 손발이 따뜻해진다. .. 2020. 10. 3.
세상의 쓸쓸한 이를 위함. 큰 흠 없이 잘 보냈다. 저녁 먹고 책상 앞에서 앉았다가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절구질. 잠이 모자란 채로 하루를 보냈으니 피곤했나 보다. 명절에 밖으로 나돌지 않은 날이 처음이지 싶다. 그래도 이 낯선 정적이 나쁘지 않다. 아니, 평화롭기까지 하다. 누구와 무엇과도 엮이지 않고 오롯이 혼자인 지금. 삭힌 홍어의 뒷맛 같이 내 안에 스르렁 번지는 이 행복한 쓸쓸함... 어쩌면 그 안의 내가, 내 앞에 발가벗은 진실함 인지도 모르겠다. 늘 읊조려왔던 바로 그 천형(天刑)의 실체. 20201001목2452추석 Caetano Veloso - Cucurrucucu Paloma (From the Movie "Hable con ella") *언듯 기억나 메일을 열어보니 마감일이 다가온 청탁서. '한편 뒤적거려 보내줄.. 2020. 10. 2.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못하는 것". "버리지 않아도 되는데 버리려 하는 것" "... 올라가라" -나중에 알고 봤더니 어머니가 공주 어디서 나이트클럽(캬바레?)을 했다는 잘생긴 본부중대 선임병. 아직 소대 배치도 받기 전인 갓 전입 신병인 나를 지하 방카 상황실로 불러 세워 무작정 노래시키고는 잠시 침묵하다 뱉은 말. 아마도 신병 자기소개서에 쓰인 때문인 듯한데, 침묵의 이유가 지금도 헷갈린다. "너 이길로 갈 생각 있으면 제대하고 언제라도 찾아와라." -xxx GP. 대학에서 플륫을 전공하다 ROTC로 임관한 키가 크고 후리 미끈 하던 소대장. 내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자기 친구가 대학로에서 통기타 카페를 하는데 나 정도면 그 길로 한번 나가봐도 좋겠다면 건넨 말. 그 뿌리가 되었던 기타를 버렸다. 언제인지 모르게 건너채 농 위에 올려져 있던 것을 천정 수리하며 꺼내서 삼월이 .. 2020. 9. 30.
흔적. 아무리 혼자 한 일이지만,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으면 하루에 마칠 수 있었던 일. 반나절씩 이틀 걸렸다. 어쨌건, 사온 벽지를 에누리 없이 다썼다. 마무리 못한 부분은 명절이나 끝나고 일정 맨 뒤로 미뤄 두기로 하고... 어머니 주무시던 돌침대 머리맡. 당신 약과 소소한 의료용품이 놓여 있던 곳. 재단한 도배지에 풀 먹기를 기다리는 동안 탑시기를 쓸어내려 장판 틈을 벌리는데 뭐가 보인다. 썩은 건지 불에 탄 건지 접힌 채 훼손된 지전 한 장. 어느 손주를 주시려고 챙겼다가 잊으셨을까? 칼칼한 무언가가 잡수시고 싶어 병원 다녀오는 길에 장에 들리실 생각으로 나 몰래 챙겨 넣으시려다 잊으신 걸까... 202009263057토 하, 이제쓸고닦고들이고정리하는게문제다. 날이추워서재창하나를닫았다. 2020. 9. 27.
도배하는 섬 어머니 병원 모시고 다니던 몇 해.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집이라고 별수 있었겠나... 건축 연도 워낙 오래되었지만, 그 몇 해 중 눈이 많이 왔던 몇 해에 눈 치우는 것을 깜빡 놓치고 말았더니 천정에 누수가 생겼다. 사후 약방문으로 나머지 몇 해는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꼭 눈을 치운 덕분에 겨울 한철의 상황이려니 했더니... 징그럽게 비가 온 올해 드디어 사달이 났다. 물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지기 전까지 천정 미장 합판위에 고였던 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한쪽으로는 썩어 바스러진다. 옥상 외벽이야 방수 공사 밖엔 도리 없는 일이지만-사실 이것도 몇 해전 건물 도색과정에 문의하니, "있는 것 다 치워놓아야 공사가 가능하다"라고 하니, 어머니 푸성귀 농장으로 쓰였던 흙무더기며, 장독이며, .. 2020. 9. 26.
세탁기 사망. 일요일. 세탁기를 돌리던 삼월이 언니께서 방패를 들고 나타났다. "이게 빠졌는데 한번 보거라!" 탈수 때마다 낙랑국의 자명고가 되어 북 치는 소리가 진동하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반복한 것이 한두 번이었나. 정지 페달이 고장 나는 전조가 이미 오래전이었으니 놀랍지도 않다. '여보시게, 탈수 그렇게 시키면 고장 나는겨. 빨래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고 돌려야지...' 몇 번의 뇌까림이 있었지만, "그럼 좀 해 봐(요)!"의 뻔한 피드백이 있기 전에 가마니 쓰고 지내왔다. "이거 기어까지 부러졌는데요... 현재도 생산되는 제품이라 부속은 있지만, 기십만원 들여 고쳐도 이 정도면 다른 부품도 많이 상했을 텐데 오래 쓴다는 보장을 못하니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월요일에 출장 온 AS 기사가 사설 끝에 .. 2020. 9. 23.
남의 손에 열쇠. 차 트렁크에 들어가도록 분리형 붕대를 별도 구입해 사용한 예초기. 년 한차례뿐이긴 해도 구입한 것이 십 년도 훨씬 전이다 보니 작년부터 연결 부위 고정 틀에 유격이 생겨 겉돈다. 고무장갑을 잘라 그 유격을 잡아 사용했는데, 올해 꺼냈을 때 그것이 삭아 다시 만들어야 했다. 하, 너트 하나 잡고 두 시간. 근시에 온 노안은 늘 내 의지의 한계를 시험한다. "쓰면 원시로 안 보이고 벗으면 근시로 또 안 보이고" 썼다 벗었다... 몇 해전 거금을 주고 맞춘 다초점 안경, 원시도 그 정도가 자꾸 변하니 거기에 맞게 계속 안경을 바꿔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으니 평범한 일상에서나 유용할 뿐 있으나 마나.(없는 거 보다야...) 자각 내가 성질이 얼마나 급한 사람인지. 그 급한 성질을 언제 자각했는지. 자각하고, .. 2020. 9. 21.
해가 중쳔여! 얼렁덜 일어낫! 술자리에서 돌아와 거실 바닥에 누운 것이 10 막 지나며. 악몽에 시달리다 텔레비전의 귀를 찢는 기계음에 부스스 눈을 뜨니 새로 2시. 헐,... 여지없다. 벌초 가는 날. 잠이 더 오면 누워보려 했지만 희망사항이었고. 이제서 누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친구 덕에 모처럼 맛있는 술 먹고 왔다. 202009190705토 불금은 불금인가 보다. 지난밤에 방문하신 분이 적은 것을 보면. 창문 열어 놓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싶네. 바닥에 누우며 혹시 몰라 전기장판 전원 켜 놓기를 잘했지. 입 돌아갈 뻔했다. 그러고 보니, 유홍초는 왜 꽃字를 안 붙일까? 나만 그런 건가? 오늘 하루 애써보자... 2020. 9. 19.
아끼다 똥 됐다. 날씨는 나를 간 보고 나는 날씨 간을 보며 보낸 하루. 결국 선택한 슬기로운 타협. 예취기 본체만 거실 앞 처마에 꺼내 놓고 손을 봤다. 난닝구에 슬리퍼를 끌고 주유소를 다녀와 시작한 생 쇼. 해마다 닦고 조여 정비한 후 창고에 보관하는데도, 일 년 후 첫 시동을 터트리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다. 스타터를 열나게 당기다가 주저앉아 담배 한 대 피고. 또 열나게 당기다가 담배 한 대 피고... 옆구리가 뒤틀리는 것은 양반이고, 나중에는 똥구멍까지 벌렁 거린다. 식은 부침개 한쪽 먹고는 못 할 일이다. 만세 불기 직전에 시동이 터지고... 예열하고 혼합유 가득 채워 놓았으니 80%는 마무리했다. 비 그친 마당에서 붕대 꺼내 점검하고 본체와 조립해서 운전해 보고, 혼합 오일 사러 가는 길에 날 갈고 벌초 후 .. 2020. 9. 1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