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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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476

입었다 벗었다... 어제 끓여 식힌 정수 담긴 들통 들고 옥상 올라가 굳은 고추장 풀어 놓고. -물 먹을 동안 며칠 간 보다가 풀까? 생각했었는데, 함께 가지고 올라간 스테인리스 주걱으로 눌러보니 그냥 할만해서 내친김에 대충 부수고 마지막엔 주먹으로 조물조물. 거의 십 년 가까이 삼월이 집 옆에 놓여 있는 처형이 보내 준 매실청을 가미할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냥 촌장 맛 그대로 두기로. 먹는 이가 나밖에 없으니 올 한해 지켜보다가, 내년엔 덜어 냉장고에 넣던지 어쩌든지... 들통 들고 내려와 설거지해 치우고 내처 올라가 화분 흙 전부 뒤집어 주고. 죙일 몇 번이나 옷을 벗었다 입었다 했는지... 먹고 노는 놈이 제일 바쁘다. 이젠 다시 입을 일 없으려니, 조리에 물 받아 토란과 양귀비, 마리골드 파종한 곳에 물 주고 있는데.. 2023. 4. 3.
술기운으로. 잡부 마치고 대문을 밀치는데 골목이 끝나고 마당에 들어서서야 삼월이가 떼꾼한 눈으로 어슬렁 맞는다. '이 X아! 여태 잤구먼! 도대체 뭘 했길래 목덜미는 시커먼 겨? 연탄광도 없는디!' 수배했던 부품이 왔다는 카센터 문자를 받았으니, 씻고 옷 갈아입고 되짚어 나가 수리하고 돌아와 주차하고 또 되짚어 나갔다(장날이라). 맘에 드는 놈이 있는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활짝 핀 프리지아 향기에 취해 잠시 쭈그려 앉았다가 일 년 초(이름은 알 필요 없고) 두 개를 사서 모처럼 방앗간에 들렸다. 돌아오며 다이소 앞을 지나다 문득 떼꾼한 삼월이 눈이 생각나 껌이나 하나 사가려 들려, 톰과 제리에서 불도그 스파이크가 품고 지내던 뼈다구 같은 거금 3.000원짜리 젤 큰 껌과 지지배 목걸이와 리본도 충동구매. 집으로 .. 2023. 3. 31.
소포 잡부 중에 연신 울리는 알람. '이상타? 내가 주문한 책은 없고, 글 보낸 곳이 몇 군데 있지만 택배로 보낼 일이 없는데?' 현장 쥔 집 할머님이 챙겨 준 BTS 커피를 덜렁덜렁 들고 집 대문을 밀치고야 정체를 확인했다. 내가 중앙회 위원으로 처음 선임 된 것이 2015년이니 올해로 9년째 3대 이사장째다. 세상엔 날고 기는 이가 득실득실하고, 문단 또한 실력 있고 유명한 시인 작가들이 넘쳐나는데 내가 뭣이라고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 주는지 감사할 따름이다. 쓸 데 있던 없던, 내공의 아우라가 그저 희미한 반딧불 같이라도 내게 어른거리는 것으로 좋게 여기자. 그나저나, 상황 보고 회비 납부하려고 간 보고 있었는데 꼼짝없이 글렀다. 20년 된 개인주택 리모델링하는 현장 공직에서 퇴임한 85세의 할아버지와 할.. 2023. 3. 29.
연유 "딱" 선영 다녀 와 주차하며 열었던 창문을 올리는데 운전석 뒷좌석 창의 단말마. '염병, 차례로 돌아가며 명줄을 놓으시는구먼...' 모터 구동은 되는 것을 보니, 와이어가 끊어졌던 엉켰던 레일을 타고 넘었던 한 가지다. 창을 손으로 끄집어 올려놓았는데 그대로 계속 둘 수 없는 노릇이고, 마침 잡부 비는 날이니 카센터로. "단종 모델이라 일단 수배는 해 놓겠고요, 도착하면 연락드릴게요" 적어도 작년에 한 번은 교환한 걸로 생각하고 있던 엔진 오일. 기록을 확인하니 2021년 7월이 마지막이란다. 운행 거리로는 교환 주기가 한참 멀었지만, 차를 그냥 계속 타기로 맘먹었고 겨울도 났으니 간 김에 우선 오일만 교환하고 돌아왔다. 엔진 오일 교환에 66,000이 청구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4만 원대로 교.. 2023. 3. 29.
삼월이 밥값 한 날. 삼월이 짖는 소리가 예사소리가 아니다. 앙칼지고 발을 동동 구르는 소리다. 벌떡 일어서 마스크를 챙겨 쓰고 마당에 내려서 골목 끝을 바라보니, 대문 아래 우리 집을 향해 서 있는 두 발이 보인다. '어, 형! 웬일여?' "동생 보고 싶어서 왔지!" '그려? 차는? 형 잠깐 지둘려요. 옷 좀 갈아입고 나올게' 맘 한편으로는 얼른 들어오시란 말이 가득했지만, 굴속 같은 집 사는 형편이 가관이라 차마 뱉지 못하고 근처 찻집에서 마주 앉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밥 먹었어? 밥 먹을까?" '형, 지금 시간이 네 시 반여. 지금 밥 먹으면 점심여? 저녁여? ㅎㅎ' 사실을 그 시간이 되도록 빈 속이었으니 핑곗김에 잘되었지만, 한 시간 남짓 대화하는 도중 행선지를 확인하는 몇 차례의 전화 받는 거를 봤으니 .. 2023. 3. 23.
春分餘情 잠 시원찮게 자고 라면 하나 삶아 먹고 올라갔다가, 삽질 몇 번에 입이 바짝바짝 타며 어찌나 뒤질 것 같았는지 몇 번을 벌러덩 몇 번을 누웠나 모르겠다. 누워 생각하기를, '아버지 어머니 도시락 싸서 새벽 첫 차로 올라오셔, 양탄자 깔아 놓은 듯 가꾸시더니... 그리 정성으로 가꾸시다가 운명 전 얼추 두어 해는 관절염으로 선영에 발 끊으신 아버님. 세월 무상하게 이제 잔디는 사라지고 봉분도 흙무더기만 남았으니... 당신들은 당신들대로 당신들 한때를 살다 가셨고, 나는 비록 흙무더기 퍼 올리는 삽질로라도 내 한때를 살다 가면 되는 거고...' 새로 두 시 반에 눈 떠서 어떡하든 버텨보려고 뭉그적거리다가 네 시 반에 포기하고 일어나, 진달래 봉우리 꺾어 온 것 물 담아 올려 놓고, 제주(祭酒) 나부랭이 정리.. 2023. 3. 22.
명료함 혹은 촉. 한 끼의 탄수화물과 사과 한 조각의 한 끼. 의도 없이 채우지 않아서, 모자라서, 허기가 부르는 명료함의 요즘. 다 비우지 못해도 나를 이렇게 깨어있게 하는데, 온전히 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솜털 같을까... 내게 없는 것, 손 놓은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하는. 춘분이네. 겨울옷도 빨아치워야 하고... ★~詩와 音樂~★ [시집 『검은 해』] 엄마의 춘분 / 성봉수 엄마의 춘분(春分) / 성봉수 장독 턱에 달래 순을 뽑아 된장국을 끓인 봄날 엄니는 털조끼를 걸치고도 등이 시려하시는데 쏘아붙이는 며느리의 타박이 장국에 썰어 넣은 청양고추만큼 독하네 여 sbs150127.tistory.com 검은 해 가난한 시인의 가슴속에 곱게 피어난, 그 찬란하고도 서러운 꽃의 기억들. 시인이 걸어온 길, 희망과 절망, 사랑.. 2023. 3. 21.
고무신 가게의 신파(新派) 다이소에서 천 냥에 충동 구입한향 디퓨저. 담배 냄새에 찌든 서재 방향에 도움 되려나? 도동놈 심보로 사다 놓았는데... 이놈에 이 꼭 고무신 가게에 들어 온 것 같은 냄새가 나며 골치가 빡빡 아프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확하게 나흘 만에 다 날라가셨다. 다 내 콧구멍으로 들어겄겠지만... 빈 용기를 버릴까? 폼으로 냅둘까? 고민 중이다. ㅋㅋㅋ 배고프다. 밥 먹자. 202303190854일 위일청-이렇게될줄알면서2023 음악이 너무 슬프욧!!!! 2023. 3. 19.
서울 여자, 방구 오토바이를 타고 오다. 내딛는 걸음걸음 터지는 방구 지친 걸음 추임새로 여기옵소서 이거 원, 김소월도 아니고... 집 나선 댓바람부터 돌아오는 어둠에까지 쉼 없이 종일 터진 방구. 속이 더부룩한 것도 아니고 똥이 마려운 것도 아니고, 냄새도 나지 않는 물방구가 누더기 사타구니 사이로 연신 부다다당 터졌다. 나팔 소리 들리며 심판의 날이 온다더니, 참으로 요지경이었던 하루. 안경 바꿔 쓰는 것을 깜빡하고 모니터 안경 쓰고 나갔다가, 불시로 속이 울렁거리고 토 나오라고 해서 뒤지는 줄 알았다. 일 마치고 반주 곁들인 저녁밥 먹고, 커피 입가심으로 마무리한 하루. 커피숍 벽면에 마른 꽃. 꽃 보다 꽃의 그림자가 더 아름답게 보였던 내가 비정상일까? 마른 꽃을 보며 문득 떠오른, 20대 초반 두 번째인가 군대 휴가 나오는 길에 개포동.. 2023. 3. 16.
뱅뱅 돌다. 날 좋은 날. 일광욕시킨 곰돌이를 모셔 오려는데 마당에 벌러덩 누워 계시다. 똑똑한 삼월이 년, 언제부터 저리 계셨는지 짖지도 않았다(그러니까 삼월이 년이긴 해도...). 날 좋은 날. 일광욕시킨 곰돌이를 모셔 오며 우물 속 같은 오래된 집 마당 위 하늘을 올려 봤다. '하늘...' 공주시 중동. 그때 대학 친구네 2층 방에 누워 올려 본 창밖의 하늘. 아무것도 없이 그냥 하늘만 보이던 그 하늘. 그 하늘을 내 곁에 두고 사는 것이 평생 목표가 되었던 젊은 날. 지금은 집 주변을 둘러 신축 건물들이 에워싸 잊혀 가는 그 하늘. 옥상에 텐트라도 치고 지낼까? 2층 하꼬방을 수리해 서재를 옮길까? 어쩌다 생각하곤 하지만 이제는 내 것이 아닌 것으로 손 놓아 버린 그 하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친구 가족.. 2023. 3. 13.
지족상락 (知足常樂) 창 앞에 서서야, 8년 전 다녀간 그곳이었음이... 해거름 in Gimhae. 201507161929 해거름의 김해. sbs090607.tistory.com 왕이 구릉을 쌓아 저승에 닿던 고토. 민초들은 제단을 찾아 구불구불 산꼭대기까지 힘겹게 올라야만 닿을 수 있는 곳. 산정의 거센 바람과 화장로의 그을음 냄새에 실려 오는 까마귀 울음 소리를 들으며 생각, '저승 가는 길도 이리 다르구나...' 1박 2일의 노정, 되다. 숙취를 달랠 겸 생생우동 사발면을 사 들고 와 고춧가루 풀어 허기를 채우고 씻고 건너와 도착해 있는 밥솥 고무 패킹 교체하고 똑 떨어졌다. 눈을 뜨며 마주한 익숙한 풍경. 오늘 볕이 좋으면 곰돌이 일광욕 좀 시켜 줘야지…. 지금 살아있는 이여, 오늘에 만족하라! 만족하고 감사하라! 감.. 2023. 3. 11.
느낌대로. 아드님 바리깡을 빌려 보자기를 두르고... 경칩이네... ★~ 詩와 音樂 ~★ 청개구리 사랑 / 성봉수 청개구리 사랑 / 성봉수 당신은 나처럼 얼굴 붉히면 안 돼요 당신은 나처럼 가슴 콩닥 여도 안 돼요 당신은 나처럼 눈물 안고 온 밤을 뒤척이면 안 돼요 당신은 내 생각에 피식 피식 웃기만 하세 sbs150127.tistory.com 너의 끈(양장본 HardCover) 블로그 《바람 그리기》에서 영상시로 알려진 성봉수 시인이 2012년부터 E-Book으로 소개했던 시들을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한 권으로 묶어 출간한 시집이다. 저자 성봉수 출판 책과나무 출판일 2014.10.01 202303060549월 송학사 mix 김태곤, 김영임, 강촌사람들. 아구, 대.. 2023. 3. 6.
지리하다. 청이 하도 간곡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한 잡문 필진. 이젠 다 끝났으려니 생각했다가 열어 본 메일에 도착해 있는 꼬리. "표절률 6%" ??? 최대한 객관적인 글을 쓰기 위해 내 개인적 의견을 뒤로 미루고 인용한 부분이 있긴 헌디, 그 몇 어절로 6%가 나올 리는 만무하고... 도대체 뭐가 표절이라는 건지, 존심 상하고 빈정 상한다. 아무리 공신력이 우선되는 기관의 사업이지만, 이거 하나 가지고 벌써 석 달째 질질 끌고 있으니 하고자 한 개인적인 일정을 첫발도 못 떼고 난감하다. 고료 받아 담배 바꿨으니 이제 와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짜증 지대루닷! 세부 항목이 링크 걸려 왔으니, 도대체 뭐가 표절인지 오늘 중으로는 어떻든 마무리해 치워야지 지겨워 죽것네. 띠불! "새 아침의 클래식" 식은 커.. 2023. 3. 5.
이상한 일들... 오후부터 갑자기 든 치맥 생각도 그렇고. 첫 끼를 차려 앉은 밥상, 그림자처럼 퇴근한 삼월이 언니께서 때맞춰 닭도리탕 한 접시를 건넨 것도 그렇고. 그 밥을 게 눈 감추듯 먹고도 치맥 생각이 더 간절해진 것도 그렇고. 결국 치맥을 시키고, 치킨은 물론이고 맥주 한 캔도 다 비우지 못하고 그대로 똑 떨어진 것도 그렇고... 서재며 거실이며 장소를 아랑곳하지 않고 밤이며 낮이며 때 구분 없이 천지에 파인 잠 구덩이며, 틈만 나면 그 구덩이로 굴러떨어지는 거며, 마치 경각에 달린 목숨을 유지 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체온을 떨어뜨리는 의사의 결연한 급방(急方)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 이외의 모든 활동을 중지시키려고 자꾸만 잠에 빠져드는 것 같은, 자꾸자꾸 잠에 빠져드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이상한 일.. 2023. 3. 4.
잘했소. 올 차례 모시고 성묘 다녀오며 챙겨 갔던 포. "반찬이든 국이든 낄여 잡쒀"라며 삼월이 언니께서 부엌에 던져두었는데, 한두 개도 아니니 냉동실에는 들어갈 공간이 없고, 아무리 귀찮아도 차례 모셨던 제물이 기온 올라가 곰팡이 피어 버릴 지경이 되도록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작정하고 쭈그려 앉았다. 굵은 토막은 찜을 만들고. 나머지를 무와 달달 볶고, 손질하고 남은 부산물은 삼베 자루에 담아 함께 우려 국 끓여 뒀고. 붴에 선 김에 냉동실에 토란대도 하나 꺼내 볶아놨다. 한동안 찬거리 걱정 없겠다. 여기저기 삐그덕거리는 몸이 영 회복이 안 된다. 그래서 종일 굶었다. 잘했다. 도끼로 찍어 놓은 나무에 이듬해 풍성하게 맺히는 열매처럼, 종일 곡기를 끊은 덕에 저녁 무렵이 되어 몸도 가벼워지고 정신도 맑아졌.. 2023. 3. 3.
이랴! 달려봅세, 늙은 말아! 결국 타이어를 바꿨다. 타이어를 바꿨다는 얘기는 "잡부 나가서 중고차라도 장만하려던 생각"을 접었다는 얘기다. 차령 26년. 쩍쩍 갈라진 타이어를 목숨 담보 잡고 계속 버티기가 그렇고. 그렇다고 폐차시키면 그나마 아쉬울 테고. 그래도 찻값보다 더 비싼 돈을 들여 새 타이어로 바꾸기도 그렇고... 잡부 나가 번 돈으로 중고차라도 장만하려면, 꼴이 앞으로 삼 년은 더 지나야 될 폼새로 돈도 안 모이니 그냥 중고 타이어 장착하고 먹은 맘 내려놓기로 했다. "하이고! 제가 이제껏 했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14년 된 거까지는 갈아 봤는데, 그것도 어르신이라서 동네 살살 몰고 다녔으니 그런거고. 하이고, 18년 된 타이어라니요? 최곱니다 최고! 사고 안 나고 타고 다닌 게 신기하네 신기햐!" 타이어 가게 사.. 2023. 3. 3.
대관람차가 멈춘 곳. 멀리로 스쳐 지나가던 C시. 타워크레인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넓은 땅이니 아파트 많이 짓나 보다' 여기며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지냈는데... 잡부 나가 마주한 풍경. 올해 1만 2천 세대가 내년에는 6000세대가 입주 예정이라니, 그 규모가 엄청나다. 대단위로 조성되고 있는 아파트단지 외에도, 일반 주택·상가들이 이미 많이 들어서 있고 각종 편의 시설도 구색 갖춰 속속 들어서고 있다. 내 지척에서 세상은 이렇게 무섭게 변하고 있는데, 쇠락해가는 구도심의 오래된 집 골방 안에서 서캐나 잡고 있는 나는, 마차 앞의 사마귀 꼴이라는 초라한 자괴감. "연세가 어찌 되시는지?" 건축주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오...'자, 첫 마디가 저절로 빠져나오다 얼굴이 달아오르며 목구멍에 턱 걸린다. 내 이십 대, .. 2023. 3. 3.
생각하다. 신생 계획도시라지만, 독특하고 개성 있는 건물들. 이공계열 직업군에서 유일하게 예술가 칭호가 붙는 건축사. 경제적인 풍요가 뒷받침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겠지만, 이젠 정말로 그 칭호에 어울리도록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세상이 온 것 같다. 잡부 하던 짬에 담배 먹느라 행길까지 나와 도심의 풍경을 휘이 둘러보며, 내가 돌아선 길을 생각한다. 가다가 멈춘 길을 생각한다. 우물까지 갔다가 삼천포로 빠진 고집 센 젊은 당나귀의 한때를 생각한다. 그냥 갔어도 될 길이었는데, 한 길을 가기에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오래 적 그때를 생각한다. "부모는 자녀가 모셔야 하는 것"에 대한 여론조사 뉴스를 보고 잡부 나선 날. 15년 전 처음 조사와 정확하게 역전된 "49%가 반대"라는 결과를 보며 나선 날. 미국.. 2023. 3. 1.
해 뜨는 집 일몰과 함께 온 낮을 보내고 커튼 안의 밤을 맞으면, 잠의 요람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더 더 웅크리는 의식. 저 아프리카 기아의 땅에 간난이거나 조로증에 걸린 아이처럼 대가리만 자꾸 커지는 이 기형, 이 의도된 쑤셔 박힘. 이 자글거리는 주름을 좀 보라고. 그래, 언젠가는 의도하지 않아도 야윈 다리는 대가리를 떠받치지 못할 테고 나는 정말 요람 밖으로 나설 수 없을지 모르지 202302253707토 The_House_Of_The_Rising_Sun-mix_27m10s-낭만에대하여 담배 두 갑 조졌고. 2023. 2. 26.
너 자신을 알라. 몇 해 전인가? inet TV인가, '아무나 시인'처럼, 기획사에서 만드는 '아무나 가수'가 출연하는 뽕짝 프로그램에 할머니아줌마 한 분이 나와 가사도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데... 가끔 번쩍거리는 화면이 이상해 유심히 살피니 앞이 두 개가 거울이다. 보철이었다면 나머지 이와 비스름하게라도 색을 맞췄을 테니 래미네이트가 분명한데 심하다. 네 개를 할 형편이 아니면 색조를 비슷하게끔 맞췄어야 했는데, 그리하면 래미네이트 효과가 없도록 기존 이들의 색이 너무 진했던 탓일까? 그 모습이, 그 애씀이, 얼마나 우습고도 딱하던지 배를 잡고 웃었는데, 웃는 사이 잠깐 지나가 버려 그 가수 할머니아줌마의 이력을 놓쳐 버렸고 언뜻 들은 가사만으로 포탈과 유튜브를 돌아다녔어도 더 이상 마주하는 데 실패했다. 어제인지 그제.. 2023. 2. 24.
띰띰한 밤. 이렇게 술밥 먹고 자리 옮겨 또 이렇게 먹고 서재 잠깐 앉았는데 몸이 힘들다. 안방 난방텐트 매트에 불 넣고 작정하고 누웠다. 썩 깔끔하지 않은 시시콜콜한 꿈을 꾸다가 지각이라도 한 것처럼 깜짝 놀라 눈 뜨니, 2시 19분. '어휴, 낮잠을 밤잠 자듯 했네!' 거실로 나오니 깜깜하다. 창문에 친 커튼, 그 여과 된 빛 안에 펼친 난방텐트. 그러니 대낮의 이 어둠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아니다. 오밤중이다. 염병... 지금 깨면 어쩌라는 건가! 물 한 컵 따라 먹고 다시 텐트 안으로 기어 들어가 자세 잡았는데, 한 30분쯤 자반뒤집기하다가 결국 도로 나왔다. 부엌에서 커피 타며 문득, 우리 할머님. 밤만 되면 유령처럼 살금살금 온 집 안 구석구석 돌아다니시던 우리 할머님. 우리 엄마. 내가 건너채 내 방으.. 2023. 2. 22.
병과 신 바람이 매웠던 어제. 옆으로 샐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마트 들러 떨어진 올리브유와 충동 구매한 졸음 껌과 담배만 사서 집으로. 아무리 첫 탄수화물을 꿀 같이 먹었어도 포만이 지나쳤나 보다. 맨정신이었는데도 저녁 밥상 아래 또 영등포역 노숙자같이 잠들었다. 덕분에 모처럼 무지개 뜨는 소리를 들었고, 이런 날은 눈 뜨면 여지 없는 새로 두 시. 동심초-조수미 mix 엄정행 바람 매운 거리를 움추린 어깨로 돌아오며, 꿀렁대는 우울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우울의 문턱에 서성이는 내게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 병엔 약도 없다는 데, '너 그러다 정말 죽어...' 202202210618화 드디어 귀에서 매미 운다. 날 밝는다. 배고푸다... 2023. 2. 21.
우수이니 하늘에서는 비가 우수수, 지갑에서는 돈이 우수수. 전기세 폭탄 맞았으니 돼지 잡아, 공과금 이체될 돈 입금 하러 나섰다가 파손된 충전기 케이블 사러 들린 다이소. 얼마 전 문방구에 들러 충동 구매한 샤프와 볼펜(쓰지 않는 것이 수두룩하면서 필기구에는 뭔 욕심이 이리 많은지….)이 여기서는 반의반 값이니 멍청이 노릇 했다. 카트리지 만년필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연서 쓸 일도 없고...' 그냥 말고. 1000 원에 3권인 스프링 노트, 크기가 맘에 쏙 들어 만년필 대신 챙겨왔다. 필기 용도로 폰도 노트 시리즈로 쓰면서, 지금 쓰는 수첩에 끄적거려 놓은 것도 그냥 묵혀 놓고 있으면서, 뭔 수첩을 또 샀는지 원... 어쨌건 참 싸긴 싸다. 날이 풀렸으니 찻잔을 바꿨다. 첫날이니 받침까지 챙겨 앉았다. 잔과 받침이 부딪치며 내는 달그락거림... 좋다. 우수. .. 2023. 2. 20.
달리고 달리고~! 남해. 참 먼길... 새벽에 집 나서 멸치 쌈밥으로 점심 먹고 차 마시고 되짚어 돌아왔다. '밥 안쳐야 하는데...' 뭉그적거리는데 자폐 2호에게 받은 "자폐 1호와 거시기로 가고 있으니 어여 나오라"는 전화.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달리고 돌아와 짧은 듯 길었던 하루를 접고 똑 떨어졌다. 친구들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확인한 톡. 오전 10시에 보낸 것을 저녁이 되어서야 답신했으니, 나란 놈도 참 어지간하다. 톡 뿐이던가?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고 이 방도 마찬가지(티스토리와 합병하며 다행히 달렸던 댓글 다 사라졌지만 ㅋㅋㅋ)이니 정말 혼자 놀기다. 톡 채팅 알림창에 빨간 불이 항상 들어와 있으니 또 어떤 분이 잊히고 계실지 모르는 일이라 생각하면, 채팅창 맨 위를 차지하신 덕에 그나마 응답받으신 게 다행이.. 2023.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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