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글 목록 (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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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476

교차(交叉)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술밥을 먹고 돌아오다 육교 위에 멈춰 서 담배를 먹으며 '집 나서는 이들"을 바라본다. 기차가 도착하고 떠나는 이, 떠나온 이들의 총총걸음을 쫓아 생각한다. "서글프거나 쓸쓸함이 담겨 있지 않기를..." 제 갈 곳을 찾아 모두가 떠난 인적 끊긴 황량한 거리. 나는 어느 무명 삼류 시인이 혼자의 짧은 전설을 기운 곳이 될, 바람종 울리는 오래된 집 이끼 낀 마당으로 터벅터벅 들어선다. 202209122353화 Kenny_G-Going_Home2022 -by, ⓒ 詩人 성봉수 2022. 9. 13.
잘 가라, 내 쉰의 마지막 달아. 할머님 할아버님 계셨던 어린 시절엔, 양 부모님과 고만고만한 딸아들 대가족 식구들과 4촌 5촌은 물론 6촌 일가에 왕고모 할머님과 외가 쪽 일가까지 명절 이쪽저쪽에 인파가 쉼 없이 들락날락했던 집. 한 분 두 분 세월에 밀려 옛 얼굴이 되어갔지만, 하나둘 늘어나는 매형들께서 그 자리를 대신하고 더불어 새로 탄생한 조카들이 앞 선 얼굴의 빈자리가 모자람 없이 우당탕거렸는데, 조부모님에 이어 양친께서도 돌아가시고 나니 친정을 찾는 누님들의 발길도 끊겼고, 코로나 여파로 숙부(叔父)님 봬 온 지 오래이니 당연히 하나뿐인 사촌 동생 가족과의 왕래도 멈췄다. 밤송이가 여물지도 않은 올 이른 추석. 멀리 오대리아(澳大利亞)에서 캥거루 타고 개장사하는 둘째야 그렇고, 일손을 거들겠다고 생각했던 셋째는 아침 일찍 차례.. 2022. 9. 11.
하늘 마 아무리, 고추 모종 사며 잔돈 아귀 맞추느라 그냥 들고 왔어도, 물 퍼 나른 값은 해야 할 꺼 아닌가 베? 생긴 건 참 고약하게 생겨서리, 한 해 농사 참 자알 지었다~! '詩가 된 音樂' 카테고리의 글 목록 성봉수 詩人의 방입니다 sbs150127.tistory.com 202209082834목 Michel Sardou - La Maladie d'amour 벌써 시간이 이리되었네 ㅉㅉ 배고프기 전에 얼른 자자. ★英, Elizabeth II, Elizabeth Alexandra Mary 死亡(1926. 4. 21.~2022. 9 . 8 /1952(25)즉위) -by, 詩人 성봉수 2022. 9. 9.
좋은 아침이어요. 추석 전 마지막 어깨 지지고 목 빼고, 삼월이 언니 모시고 추석 장 보러 가서, "들었다 놨다" 한 삼십 바퀴 도는 동안 한 귀퉁이 수산물 코너 수족관 앞에 쭈그려 앉아 도미랑 노닥거리고. 돌아와 주차하며 그렇게 찾던 펜을 조수석 시트에서 찾고. 떨어진 식모커피 사 온 것, 맛나게 타서 먹고. 술이 짠쪼 간 면장님께 "밤 아홉 시에 무슨 저녁을 먹냐!, 왜 니들끼리 술 먹고 내가 먹자면 안 나오냐!"며 장황설 듣고. 먹은 밥상 발치로 밀고 티브이 보며 까뭇까뭇 졸다가 대낮처럼 불이란 불은 다 켜 놓고 그대로 잠들고. 춰서 깨고. 하루가 또 이렇게 시작되고 ★~ 詩와 音樂 ~★[詩集 바람 그리기] 백로 무렵에 / 성봉수 백로 무렵에 / 성봉수 돌림병처럼 별안간 밀려온 산란散亂하지 못하는 흐린 날의 낙조 여.. 2022. 9. 8.
만병통치약 태풍이 오기 전에 바람 좋으니 빨래해야겠습니다. 속옷 두어 벌과 양말을 빠는 김에 날 추워지면 입고 나갈 작업복도 함께 빨았습니다. 작업복을 빨며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혼자 키득대던 웃음 끝에 오야의 진심과 의도가 궁금해졌습니다. 명색이 직영 잡부라고 직원 복지 차원에서 날 추워졌던 언제, 상의 점퍼를 주문해주었는데요... 꼭 이랬습니다. 자기는 몸에 꼭 맞는 걸 입었으면서, 저는 105를 주문했다는데 그랬습니다. 장만해준 성의가 괘씸해 아랑곳하지 않고 소매를 둘둘 말아 며칠 입고 나섰는데요, 삼용이 같은 이 모습을 보면서도 오야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단가를 물어보니 35,000환이랍니다. 장에 가면 넉넉하게 20,000환이면 흥정 없이도 살 제품인데 너무 비싸게 주고 샀습니다. 그러니 그냥 그대.. 2022. 9. 4.
불편함. 어딘지 불편해 잠에서 깼는데, 두통이다. 제정신이 돌아오고 보니 두통이 아니다. 갈증이다. 물을 먹을까? 탄산수를 먹을까? 고민하다 보니, 갈증도 아니다. 아랫배가 거북하다. 건너채 화장실로 가 쭈그려 앉았는데 감감무소식, 이것도 아니다. 배앓이 자식 달래듯 아랫배를 쓸며 앉았다가 그냥 건너오는 데 여전히 불편하다. 시름없이 냉장고를 열었다 닫고 커피를 진하게 넉넉하게 타서 서재로 들어와 앉았다. 분명 불편한데 불편한 곳이 어디인지 확실치 않은 지금은, 귀또리 홀로 밤을 지키고 있는 임인년 구월 첫날이다. 첫날이 아직 눈 뜨지 않은 오밤중 새로 두 시다. 이 오밤중에 내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마무리 못한 방학 숙제를 안고 맞은 개학 전날인 듯싶은 이 알 수 없는 불안함. 원인을 알 수 없는.. 2022. 9. 1.
역사적인 벌초 이빨 빠진 할머니 묘소를 끝으로 올 벌초도 잘 마쳤다. 해가 갈수록 산에 오르는 것도 힘들고 예초기 메는 것도 힘들어도, "일 년에 한 번뿐"을 생각하며 나태함을 다잡으며 돌아왔다. 대주께서 예초기를 따로 장만했다. 일의 늦고 빠름은 차치하고, "손 귀한 집" 선영에 울려 퍼진 두 대의 예초기 소리만으로라도 과히 역사적인 사건이고 날이다. 지난주에 벌초들을 하고 갔는지 이 무렵이면 골짝마다 요란하던 예초기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아 조금 의아했던 날. 집으로 돌아와 주문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는데, 삼월이 ㄴ이 난리 났다. 안채 현관 앞으로 건너채 부엌문 앞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왔다 갔다 하며, 지 언니 손에 들린 족발 뼈다구가 눈에 벗어날까 오두방정을 떤다. '이 ㄴ아, 그러니께 왜 주는 것마다 한입에.. 2022. 8. 28.
왕만두 잡부 다녀와 잽싸게 씻고 병원으로. 처방전 내밀고 창밖 시장 입구를 바라보는데 만두 가계가 보인다. 물리치료에 몸이 늘어지니 저녁밥 챙기려 덜그럭거리는 게 귀찮은데 잘되었다. 김치, 고기 왕만두와 소맥으로 저녁상을 차려 앉았는데 "넘치면 모자라니만 못하다"라더니, 두 개를 먹으니 배가 부르면서 물린다. 밥을 남기기도 그렇고, 깨작거리며 받아 온 약봉지를 새삼스레 살펴보니... 사흘째 술이니 또 약 먹기는 글렀다. [詩와 音樂] 섭식장애 / 성봉수 섭식장애 / 성봉수 편의점 햄버거를 꾸역꾸역 물고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길 불뚝성 같은 허기와 포만 그대의 거식증을 이해한다 그대의 폭식증을 이해한다 이해하라 이해하라 채워지지 않는 sbs150127.tistory.com 어찌어찌 먹어 치우고 그대로 누워 손에.. 2022. 8. 28.
조기매운탕. 잡부 일정이 하루씩 미뤄졌으니 내 일정을 하루씩 당겼다. 광에서 예초기 꺼내 정비하고 기름 사다 혼합유 섞어 시동 걸어 보고-올해도 여지없이 퍼지기 직전에야 걸리는 시동. 중간에 짬 내서 라면 삶아 아점 먹고 나서, 날 갈아 아예 조립해서 마당 잔디 깎고 삽, 낫, 톱, 갈퀴, 기타 공구와 여분의 기름 챙겨 놓고. 밀린 설거지 하고 쌀 씻어 놓으니 하루 다 갔다. 한숨 돌리며 서재 컴 앞에서 꼼지락거리는 사이 날은 저물고, 갑자기 조기매운탕을 먹고 싶다. '지난번 물김치 담그고 남긴 무 꽁지도 있고, 파 마늘도 있고, 누님이 반찬 없을 때 구워 먹으라고 보내주신 조기도 있고...' 냉동실을 열어보니 한 마리 남은 줄 알았더니 두 마리다. 잘 되었다. 밥솥에 밥 안친 동안 뚝딱뚝딱 끓이는데, 청양고추까지 .. 2022. 8. 25.
아주까리와 빗치개. 숨만 쉬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던 어제. 점심을 먹으러 들린 교외 천변의 식당. 노가다 꾼들이 버글버글한다. 식사를 마치고 담배 물고 주차해 놓은 곳을 향해 걷는데, 둑길 풀숲 안에 아주까리 한그루가 불쑥 솓아 있다. 집 울타리를 따라 피마자를 심어 키우고 탈곡해 말리고 손질해 기름을 짜신 할머님. 아침마다 경대를 펴고 앉아 참빗으로 다듬어 쪽지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할머님이 쓰시던 빗치개. 언제까지 나 아닌 누구의 기억이 될 수 있을까? 다섯 시 반. 컴에서 울리는 취침 알람.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알람을 끄고 누었다가, 여섯 시 반. 폰에서 울리는 기상 알람. 다시 일어나 담배 한 대를 먹고 그대로 누었다 깨니 혼자 남은 빈 집이 적막강산이다. 이 정적의 평상이 갑자기 낯설다. ★~詩와 音樂~★ [시집.. 2022. 8. 23.
고물 찬가. 모임을 마치고 만난, 부모님 묘소 벌초 내려와 기다리던 친구. "아니, 무슨 모임을 반바지 차림으로 가?" 전혀, 결코, 눈곱만큼도 생각하거나 고민해 보지 않은 화두를 던져준다. 잠깐 생각하니, '내가 예의도 체면도 모르는 안하무인인가?' 자문했는데. 철들면 망령든다 했고 죽으려면 맘 바뀐다고 했으니 그냥 하던 대로 사는 거로. 차려입어봤자, 개발에 편자고 촌놈 행색이 달라질 리도 없고. 너무 많이 달려서 오늘 하루가 어찌 간 줄도 모르겠다. 이선희-알고싶어요 202208212725일 눈도 영 안 보이고, 술 때문에 약을 이틀 건너뛰어선지 오른 어깨 뼉따구는 쑤시고 왼 팔뚝은 저리고...하이고, 이 고물... 잠이 오려나 모르겠지만 일단 눠 보자. 만사가 귀찮다. -by, ⓒ 詩人 성봉수 2022. 8. 22.
[경축 과학방역] 오미크론 확진자 세계 1위(...이거나 말거나 국민만을 보며 간다) /윤석열 '무엇을 꼼지락거려 저녁을 먹을꼬?' 고민하던 차에 눈에 띈 부재중 전화. "옳타커니" 혼 빠진 놈처럼 나가 고민을 술밥으로 해결하고. 오미크론 확진자 세계 1위인 날. 전 정권과 다르게 [성공하고 있는 과학 방역]이라는 두목 윤석열이와 가녀린 코스모스 모가지 같은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누이의 말을 믿고, "영광스런 확진자 세계 1등"을 축하할 겸 얼추 3년 만에 들린 노래방. 모니터에 흐르는 가사에 사용된 처음 보는 폰트에서, ON, OFF 표시등이 들어오는 무선 마이크까지. 코로나로 죽게 생겼다던 염려의 시간 동안에도 제 살길들은 다 찾고 있었나 보다. 인공위성에서 보면 만리장성과 함께 유일하게 보일 리모컨 아줌마의 튼실한 종아리. 논네들, 둠칫둠칫 스텝 밟아가며 모처럼 신명 나게 자알 논다. ㅋㅋㅋ... 2022. 8. 18.
이거슨, 아니라고 봐! 연일 계속되는 비 예보. 비가 멈춘 아침나절 이리저리 간밤 형세를 둘러보고 들어와 아점 라면 물 올려놓고 확인한 부재중 전화. 비 멈춘 사이를 쪼개 쓰려는 오야의 일정에 없던 호출. "말복이니 닭 머그야쥐!" 일 마치고 그렇게 술밥으로 저녁 때우고 돌아와 가장님께 올린 귀가 인사, '아이고, 라면 반 개 삶아 먹고 나가서 배구퍼 뒤지는 줄 알았네요!' "개잡부 뛰러 가는 인간이 무슨 라면을 먹고 나가?" ('암 사마귀 가장님, 밥이 있으야 밥을 먹고 가쥐요!') [詩와 音樂] 이유 / 성봉수 이유 / 성봉수 만남이 우연이었겠어요 이별이라고 운명이었겠어요 그때 마주 설 수 있던 것처럼 이렇게 된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랑했고 이별도 그래서 왔습니다 201904071845일쓰고 20190504 sbs15.. 2022. 8. 17.
내 머릿속에 찰고무(미제) "사돈 장에 가니 씨갑시 봉지 떼어 따라나선다"더니, 식구들이 광복절 연휴로 모두 집에 있으니 삼백예순 날 휴일인 작자도 고단한 일상에 모처럼 맞은 휴일이라도 된 듯 맥아리가 풀려 두 번이나 낮잠을 잤다. 그러니 깰 때마다 지금이 오늘인지 내일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러니 어항에 괴기들 먹이를 줬는지 안 줬는지 판단이 안 선다. 그래서 깰 때마다 먹이를 줬다. 이거야 원, 이러다 조만간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 못하게 생겼다. 올 기억, 온 기억, 부른 기억. 그해 봄비 내리던 날. 아버지는 우비를 입고 보도블록을 걷어 낸 마당에 잔디를 심으셨다. "왜 하필이면 비 내리는 날..." 하필이면 비가 내리는 날 날구지를 하시는지 알 수 sbs150127.tistory.com 202208150526 월 Emet.. 2022. 8. 15.
돌고 돌고. 바람이 선선하니, 그늘 속에서는 시원했던 어제. 나무 그늘 아래 서서 하늘을 올려 봅니다. "하나, 둘, 서이, 너이..." 하늘을 올려 보다 자연스럽게 아파트 층수를 세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다가 그만 파안대소하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이 논네야! 아파트 층수는 왜 세고 있니?' 집안 어른들을 따라 도회지 거리에 섰던 유년의 흔치 않은 기억. 그 기억 속에 어르신들이 꼭 그러셨습니다. "아이고, 이게 몇 층이랴? 하나, 둘, 서이, 너이..." 높아야 4~5층이 전부이던 그 당시의 건물 층수는 마천루 같은 건물 천지인 지금과는 비교할 것도 아닙니다만, 그 당시엔 분명 그러고들 계셨습니다. 그렇게 건물 층수를 세던 어르신들이 어린 제 눈에는 건물 크기만큼이나 높아 보였는데요, 돌고 돌아 내가 건물 층수를.. 2022. 8. 13.
비는 많이 오고... 비가 많이 왔습니다. 7남매가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도 "호우 경보"에 무관한 분이 없습니다. 후덥지근한 현장. 창밖에 멈춤 없이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물을 들이켤 때, "마루 턱까지 흙탕물이 찰랑이는 마당에 둥둥 떠다니던 밥그릇" 지금은 그때의 고생이 추억이라는, 우기의 친정집을 걱정하는 누님의 톡을 받았습니다. 그만큼은 아니었어도 이미 땀으로 젖은 몸이었는데. 작업 마치고 장비 하차하다가 시궁창에 빠진 새앙쥐 꼴이 되었습니다. 오야와 술밥으로 저녁밥 때우고 오야가 사준 편의점 비닐우산에 숨어 집에 도착하니 대문 앞이 발목만큼 물에 잠겼습니다. 욕심 많은 노 씨. 예전 시에서 하수 오수관로 정비작업 때에, 기존에 있던 배수관(노 씨가 건물 신축하며 만든 간이 맨홀)을 없애고 물매 잡은 보도블록 위로 .. 2022. 8. 11.
우리의 루틴 "아이구 짜유! 이이는 간도 안 보고 덮어놓고 간장부터 넣는지 몰러!" 할아버님 제사. 손주며느리께서 이번엔 무슨 예술을 하셨는지 탕국이 파랗다. "고춧가루 좀 가져오너라" 기제사든 명절 차례든 식구들이 예를 마치고 철상하고 둘러앉으면, 아버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 아버님께서는 그렇게 탕국에 고춧가루를 풀어 잡수셨는데, 내가 성인이 된 어느 무렵까지 계속되었던 거 같다. 고조부모에 설, 추석까지. 한 해 모시는 예가 그리 많았는데, 아버님께서는 왜 그때마다 "고춧가루"를 주문하셔야 했고, 그렇게 하시기 전까지 어머님은 고춧가루를 챙겨드리지 않으셨다. 할아버님 제사를 마치고 앉아 탕국을 바라보니 불연 그것이 궁금해졌다. "간도 안 보고 무조건 간장부터 넣는 남편"의 식습관에 대해, 당신께서 먼저 떠난 후에.. 2022. 8. 10.
찔끔 찔끔 축시가 가까워지며 쏟아지는 비. ...제법 온다. 건너오며 그냥 편하게 잘걸, 또 절구질했다. 찔끔찔끔 덮어 놓은 책들. 누가 보면, 책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펜. 내 글이 실린 책이라도 챙겨둬야 할 텐데. 또 다 버리고 나서 어! 하지 싶네. 점점 굵어지는 빗소리. 참 좋다. 아침에 잡부 나가려면 자세 잡고 마저 자자. 202208082847월 박용하-올인ost(처음 그날처럼) -by, ⓒ 詩人 성봉수 2022. 8. 9.
줄탁동기(啐啄同機)의 나팔을 불다. 불편한 목을 추슬러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면서 든 생각, '상사화는...' 오늘로 다섯 번째, 그 마지막 그리움의 징표를 맺을 앞선 놈도 그러했겠지만, 아직 첫 망울을 터트리지 못하고 어제까지 잔뜩 부풀어 올랐던 화초싸리 아래의 상사화가 궁금하다. 아니 궁금하다는 표현은 너무 메마른 타인의 마음이고, 깜깜한 밤에 혼자 첫 망울을 벌려 애쓰고 있을 모습이 안되었다. 슬그머니 마당에 내려서 꽃 앞에 선다. 껍질을 쪼아주는 어미 새의 심정은 아니더라도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싶었다. 아니, 솔직하자면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오늘의 혼자를 위로 받거나 세상 안으로 소리치는 가식 없는 용기에 대한 '경외감의 발로'라는 말이 더 옳겠다. 상사화가 분 그리움의 나팔, 어두운 밤을 .. 2022. 8. 6.
상사화의 꽃과 잎 같은... 계획에 없던 일정. 일정 중에 생긴 병원 방문. 그래서 가지 못한 병원. 저림과 통증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수긍하고 불편함의 강도를 내 몫으로 희석하고 있는 나. 모든 감각의 촉수를 세워 내 것이면 안 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려는 당신. 나와 당신이 닿아 있는 삶의 절댓값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상사화 꽃망울이 하루에 하나씩 정확하게 번다. 화초싸리 아래서 제 몫을 찾은 놈. 그늘을 베어 내니 눈 감았다 뜨면 키가 쑤욱 자랐다. 아마 내일부터는 이놈도 꽃잎이 벌기 시작할 것 같다. 외롭게 쑤욱 솟아오른 외줄기 대궁. 그 끝에 차례로 버는 꽃잎을 마주하는 감상이 예사롭지 않다. 선운사 꽃무릇에 많은 이가 왜 환장하는지, 짐작 간다. 봄의 잎새에서 여름의 개화까지 마주한 이라면, 꽃밭에 들어가 함부로 사진.. 2022. 8. 5.
무지개의 소리를 읽다. 내가 잠든 사이 무지개가 떴다. 단말마와 같은 금속성 파장, 소리가 참 고약하다. 생각하니, 무지개를 보거나 잡거나 꿈꾸었던 누구에게서도 소리에 대한 경험이나 상상은 마주한 기억이 없다. 이미 깊은 밤과 아직 이른 새벽이 뒤엉킨 침묵의 시간. 첫 담배를 먹으며, 내 비루한 가랑이 사이에 찾아든 무지개의 비웃음을 혼자 읽는다. 202208040340목 Chet Baker-Over The Rainbow ★~詩와 音樂~★ [시집 『검은 해』] 바닷속으로 / 성봉수 바닷속으로 / 성봉수 용서받을 수 없이 가벼운 오늘은 세월이 던진 장엄한 중력의 심판으로 예에 닿노라. 나는 바람이 되지 못하고 구름도 되지 못하고 이 무광無光의 처음에 닿았노라. 아, sbs150127.tistory.com -by, ⓒ 詩人 성봉수 2022. 8. 4.
상사화 핀 이유. 열어 놓은 부엌문 저편에서 들려오는 옅은 신음 소리. 티브이를 보다가 신음의 정체를 확인하려 고개를 돌리니 쫓겨난 삼월이 ㄴ이 바깥채 문 앞에 턱을 쳐들고 문 열리기를 학수고대하며 안달이다. 츠암... 반은 사람인 줄 착각하는지, 가관이다. [詩와 音樂] 비 그친 밤에 / 성봉수 비 그친 밤에 / 성봉수 오늘을 멎고 기다리던 꽃, 바람, 울음 같은 것들 어느 하나 나서지 않았는데 비가 그쳤다 이제 지금은 갔다 가고 말았다. 금단도 버린 자 sbs150127.tistory.com 밤새 쏟던 비가 거짓말처럼 멈춘 아침.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셨다. 지난봄, 잡부 나갔다가 뭔지도 모르고 캐다 심었는데 잎이 시들시들 말라죽어 '그런가 보다...'하고 잊고 지냈는데...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 2022. 8. 2.
틱. 틱(tic)장애에 걸린 선풍기. '따리락' 음성틱과 '도리도리' 운동틱을 함께 나타내는 뚜렛병(Tourette Syndrome)에 걸린 선풍기 옆에서, 담배와 재떨이를 올려놓는 보조 의자에 발을 걸치고 서재 의자에 몸을 던져 밤새 졸다 깨났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런 모습으로 밤을 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난다. '아구구구...' 강직된 몸을 추스르며 잠에서 깨나 첫 담배를 물고 틱장애에 걸린 선풍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래, 어쩌면 산다는 게 틱장애와 다를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선풍기가 보이는 "따라락, 도리도리"의 뚜렛 증후군의 경우, 그 반복되는 주기가 짧아 쉽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게 다를 뿐이지 내가 거실 서재에 등신불이라도 될 모양으로 잠들기를 거듭하는 것 또한 그런 것일지 .. 2022. 7. 30.
복달임. 해가 이웃 건물 뒤로 기울어진 후 소쿠리를 챙겨 옥상으로 올라간다. 폭염에 만물이 충분히 달궈진 하루. 오락가락하는 비에 며칠 발길이 뜸했더니 화분마다 잡초밭이 되었지만, 날것의 푸름이 반갑다. 상추는 지난번에 끝물 마무리를 해야 했는데, 냉장고 야채 박스에 챙겨 놓은 것이 아직 있어 그냥 뒤돌아섰더니 모두 꽃대가 올라왔다. 병 오기 전에 행색 갖춘 고추들을 따고, 저녁 찬거리로 무쳐 먹을 생각으로 고춧잎을 훑고 있을 때 걸려 온 전화. "복날인디, 치킨이라도 먹어야지!" 중복이 지났으니 이제 매미 소리 한창일 보름 남짓이면 더위도 풀 죽을 테고, 잠자리 날고 풀벌레 찌륵이는 가을이 목전이다. 거리엔 은행잎이 날리겠고, 그 위로 언제였냐는 듯 눈이 덮이겠고... 한 사내가 그 시간 위에 옷깃을 세우고, .. 2022.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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